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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프가니스탄] 대담한 탈레반, 부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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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9-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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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분쟁 |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 서북부 요새 발판 삼아 조직 재건… 정부 뒤엎거나 미군 몰아내기엔 역부족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치안지원군(ISAF)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정권에 맞서 ‘성전’을 선언한 탈레반과 저항세력들은 눈에 띄게 기력을 되찾고 ‘순교자’는 늘어가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하고부터다.

사진/ 카불의 국제평화유지군(ISAF) 차량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로 사망한 독일군 병사의 장례식. ‘평화유지’는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전망이다.(AP연합)
“2003년 봄부터 저항세력들의 공격이 배로 늘어났고 그 공격 방법도 매우 정교해졌다.” 미군 당국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전황이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탈레반이 아직 살아 있다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외국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한 미군에게 궤멸당한 것처럼 알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버린 걸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은 기회였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탈레반 주력은 온전히 살아남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러 정보와 현장 취재를 종합해볼 때, 탈레반이 전열만 가다듬은 게 아니라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남서부 그리고 서부와 북부에 이르는 요새를 발판 삼아 이미 정규전을 치를 만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북부동맹군을 형성했던 우즈베크계 전쟁군주 압둘 라시드 도스텀 장군과 타지크계 아타 모함마드, 그리고 하자라계 우스타드 모하퀵이 진영을 차린 발크, 파르얍, 쿤두즈를 비롯한 북부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탈레반이 공격한 사실은 정규전을 병행할 만한 조직을 재건했다는 유력한 증거다.

특히 최근 몇달 동안 탈레반의 공격은 더욱 대담해졌다. 헬만드주 습격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3명과 미군 2명을, 우로즈간주에서는 아프가니스탄계 국제적십자 요원을 각각 살해했다. 카불에서는 국제치안지원군 소속 독일 군인 4명이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로 희생당했고, 다른 도시들에서도 정부군, 경찰, 원조단체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기지와 차량을 대상으로 치고 빠지는 탈레반의 게릴라전은 이미 일상처럼 되었고.

그러다 탈레반은 600~8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남서부 우로즈간주와 자불주의 몇몇 군청들과 경찰서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이 공격은 탈레반의 조직재건을 증명하는 최대규모 군사작전이었다. 이런 대규모 군사작전은 지역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성지’를 제공하는 적극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게릴라전과 정규전을 병행해야 하는 미군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군과 국제치안지원군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아프가니스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결과는 빗나갔고 탈레반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 기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남았을 뿐아니라 조직까지 재건했다. 공개적으로 미군과 그 동맹군 공격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발표했던 탈레반 최고 지도부 가운데 한명인 물라 다둘라 사령관은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침공을 무슬림에 대한 ‘십자군’의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성전을 선언했다. 탈레반이 쫓겨난 뒤 처음으로 최고지도부 가운데 한명인 그이가 인터뷰에 응한 사실을 현지 언론에서는 1년이 넘도록 지하에서 생존을 모색한 탈레반이 스스로 자신감을 표현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 자살테러는 계속될 것인가. 구급차로 후송되는 미군 병사들(왼쪽,AP연합)과 탈레반에 공격당한 미군 차량(오른쪽,GAMMA).

카불에 불어닥친 대통령선거 바람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10명의 군사령관을 임명한 뒤, 조직을 새로 다듬어 파키스탄과 국경을 이룬 파슈툰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 물라 다둘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가운데 아직도 탈레반에 호감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미군과 그 동맹군들을 향한 공격이 특히 탈레반의 인종적 주축인 파슈툰계 지역에서 급증한 현상은 그 증거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파슈툰 출신 전 무자헤딘 지도자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역시 미군과 그들의 꼭두각시 정권 카르자이 대통령을 향해 성전을 선언했다. 미군의 대탈레반 박멸작전 과정에서 고스란히 조직을 유지해온 ‘태생적’ 반미주의자 헤크마티아르 진영과 탈레반 양쪽은 동맹관계를 부정했으나 현재 지역단위 전투에서는 ‘공동의 적’을 놓고 상호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카불에는 일찌감치 내년 6월 치를 대통령선거 바람이 불어닥쳤다. 미국의 대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시민들 사이에 처음부터 꼭두각시 인상이 짙었던데다, 권력분점 산물로 정부군(ANA)을 장악한 북부동맹군의 주축인 타지크계와 전쟁군주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틀어져 앞날이 심상찮은 상태다.

내년 대통령선거는 대소항쟁을 주도했던 각 무자헤딘 그룹들과 친서방 왕당파, 그리고 자유주의자 연대조직들이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프가니스탄에는 또 한 차례 합종연횡의 광풍이 휘몰아칠 모양새다. 왕당파들은 전 국왕 자히르 샤의 사촌 가지 술탄 마흐무드 주도 아래 이미 민족통일당이란 뜻을 지닌 와흐다티 멜리(Wahdati-Melli)를 만들어 내년 6월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경쟁자 격인 북부동맹군과 옛 무자헤딘 그룹들은 ‘반서방군’을 내걸고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공산당 재건을 위해 분주한 퇴역장군 누룰 하크 울루미도 눈에 띈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카불 기류는 대통령선거 바람에다, 카르자이 대통령과 권력분점으로 연립정권을 형성했던 동맹그룹 내부의 권력투쟁이 겹쳐 난장판이 돼가는 분위기다. 게다가 미국은 미국대로 약속했던 전후 복구계획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펼쳐놓지 못한데다, 특히 이라크 침공 뒤 반미 성전 기운까지 휘몰아쳐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 상태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 잔존세력들이 파키스탄 영토를 은신처로 삼아 게릴라 투쟁을 벌여왔다며 파키스탄 정부에 대놓고 강한 불만을 털어놓아 두 정부 사이에는 전에 없던 긴장감이 일고 있다.

결국 이 모든 혼란과 긴장은 부활을 노리는 탈레반에게 호재로 작용했고 탈레반은 점점 더 대담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탈레반은 과연 부활할 것인가.

아직 이 질문에 누구도 흔쾌한 대답을 내릴 만한 결정적인 자료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전쟁에 지친 시민들로부터 탈레반이 ‘신용’을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전쟁보다는 전후복구와 평화정착을 염원하는 대다수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탈레반 집권 6년 기간을 행복했던 시절로 여기지 않는 대다수 시민들을 앞으로 어떻게 달랠 것이며, 탈레반 재등장으로 돌아서버릴 외국의 원조자와 투자자를 어떻게 붙들어놓을 것이며,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징후를 보인 정부나 단체가 전무한 상태에서 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부활의 조건, 그 처음도 끝도 모두 시민의 지원과 재원조달인데 탈레반은 아직도 그 조건에서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 지원 없이는 무자헤딘도 대소항쟁도 없었다”는 1980년대의 신화가 말해주듯.

이렇게 볼 때, 전력을 정비한 탈레반이 현 아프가니스탄 정세를 흔들어놓고 혼란을 조장할 수는 있겠지만, 카르자이 정부 전복이나 미군이 주도하는 외국군 축출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무하다.

자, 이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궤멸을 이야기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탈레반을 강조하는 일도 모두 상황을 넘겨짚는 ‘소설’임을 국제언론들은 차분하게 정리해볼 시점인 듯싶다.

페샤와르= 라히물라 유수프자이(Rahimullah Yusufzai) | <뉴스>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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