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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신이 물려준 미완성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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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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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서 킹 목사 명연설 40주년 기념식 풍경… 모든 인종의 공존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하는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명연설 40주년 기념식이 8월23일 워싱턴 링컨기념공원에서 열렸다.

주최쪽은 킹 목사의 인권연설일이 8월28일이지만 토요일 주말을 선택해 23일 오후 3시에 40주년 기념행진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천명의 참가자들은 링컨기념공원에 모여 40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행한 킹 목사의 인권연설을 회상했고 행진을 했다.

100여개 인권단체들의 부스 마련


사진/ 마틴 루서 킹 목사 명연설 4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 국가를 선창하는 워싱턴DC 앤서니 윌리엄스 시장의 어머니.
“그의 꿈, 그의 용기를 잊지 말자!” “평화의 문화를 건설하자!” 등 각양각색의 플래카드가 펄럭이는 가운데 킹 목사가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남부기독교협의회 의장을 맡은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3세가 단상에 오르자 관중들은 그에게 환호를 보냈다. 그는 “오늘 이와 같은 역사적인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40년이 지난 오늘에도 회복되지 못한 흑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킹 목사의 인권의 꿈이 완성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이번 행사의 초점은 역시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에게 모였다. 부인 킹은 순결과 비폭력을 상징하는 흰색 예복을 입고 단상에 올라 “40년 전 나 자신은 킹 목사와 함께 이 단상에 있었다”며 “‘정의 없이 평화가 없고, 평화 없이 정의가 없다’는 킹 목사의 말을 기억하며 힘을 모아 진정한 평화와 정의를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의 초청연사 30여명 중에 흑인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외에도 ‘국제 게이와 레즈비언 연대’ 대표가 연사로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최근 중동테러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아랍 인권단체들도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인권회복연맹의 미국 회원이며 워싱턴DC에 사는 폴 노만(40)은 “킹 목사는 흑백뿐만 아니라 모든 인종을 향해 서로 하나가 될 것을 강조했다”고 이번 행사의 참여 목적을 설명했다.

‘유색인종 개선을 위한 전국연합’ 뉴욕지부 임원인 켄 워스와인(60)은 “아직도 킹 목사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종혐오 범죄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킹 목사의 고귀한 뜻을 배우고자 집회 준비위원의 한 사람으로 뉴욕에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주최쪽은 참가자들이 인권운동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100여개의 각종 인권단체들의 부스를 제공해 홍보를 했다. 아울러 즉석에서 각 단체의 서명운동에 참여하거나 회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을 지정해 관심을 모았다.

버지니아에서 킹 목사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한인 청소년 김아무개(17)군은 “우리 한인 이민자들도 흑인들 그리고 히스패닉들과 갈등이 많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종화합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모두가 가슴에 품게 된 꿈이지만, 킹 목사가 어린 시절만 해도 감히 품지 못할 꿈이었다.

부시 집권 이후 극빈자 두배 증가

1963년 킹 목사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링컨기념공원에서 행한 이 위대한 연설에는 약 20만명이 넘는 흑인들이 모여들었으며 5만여명의 백인들도 함께 참가했다. 당시 최대 규모의 흑인 인권운동 집회였다. 이 집회 이후 흑인의 비폭력 저항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인들의 처지는 아직도 매우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시 행정부의 빈곤층에 대한 무관심과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내의 극빈자는 10년 전에 비해 두배로 증가했다. 이러한 미완성의 인권회복을 위해 지난 4월1일에는 워싱턴DC에서 5만여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인권회복 운동을 위한 행진이 열리기도 했다. 킹 목사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워싱턴=글·사진 최상진 | 목사·워싱턴평화나눔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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