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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후~ 개혁을 날려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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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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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민주화 등 개혁 요구 무시하고 장쩌민 3개 대표론 강조로 끝난 후진타오의 ‘7·1 강화’

“외국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이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던 후진타오의 ‘7·1 강화’가 발표되었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신구교체가 이뤄진 후 은근히 ‘불협화음’과 ‘권력투쟁’을 기대했던 일부 세력에게는 실망스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중국 내 영향력 있는 격주간 시사잡지 <남풍창> 최근 호에 실린 기사의 한 토막이다. 지난 7월1일 공산당 창당 82돌을 맞아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가장 획기적인 정치개혁 일정을 발표하리라고 믿었던 많은 외국 언론들은 적지 않게 당황스러워했다.

기정사실화 됐던 정치개혁은…


사진/ 사스에 대한 신속한 대처로 중국 인민들과 언론으로부터 신뢰와 ‘위대한 지도자’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은 후진타오(가운데)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 들러 의사들을 격려하고 있다.(AP연합)
후진타오의 ‘7·1 강화’ 발표를 앞두고 대다수 언론들은 후 주석이 성·시급 간부들에 대한 경선제 도입 등 당내 민주화를 골자로 하는 중요한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리라고 일제히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조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극복 과정에서 인민들의 신임을 얻은 후진타오가 장쩌민 군사위원회 주석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신호이며, 조만간 군사위 주석직도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 7월1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당을 만들고, 인민을 위해 집권하는 게 3개 대표 중요사상의 본질”이라는 내용을 담은 강화내용에는 중국 정치개혁의 중요한 방향 대신 장쩌민의 ‘3개 대표 중요사상’이 강조되었을 뿐이었다. 3개 대표 중요사상에는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과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헛물’만 켠 외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풍창>은 “80년 이상의 온갖 시련을 경험하고 몇 차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나라를 다스려온 중국 공산당이 만일 몇편의 날조된 보도에 의해 쉽게 ‘이간질’당한다면, 그것은 현 공산당 지도자 그룹의 정치지능지수와 판단력을 지나치게 얕잡아본 것”이라며 장쩌민과 후진타오간의 권력투쟁설을 부추기고 있는 해외언론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현실은 생각하지 않고 높은 목표만 추구하는 위선적인 정치쇼를 하는 사람들이 아닐 뿐더러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정객들이 아니라고 일갈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 언론이 이렇게 강도 높게 해외 언론의 ‘무지’을 비판하며 새 지도체제의 단결을 강조한 것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더구나 이 잡지는 말미에 “중국 정치권력 교체는 아직까지 순조롭고 적응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불협화음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여론은 중국 정치·경제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이것은 의심할수 없는 사실”이라고 불필요한 대목까지 강조하고 있어 거꾸로 중국 정치권력 내에 마치 뭔가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많은 외국 언론들이 후진타오의 ‘7·1 강화’ 예측 보도에서 중대한 오보를 저질렀던 원인은 중국 언론이 제공했다. 홍콩과 대만,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6월 중순께부터 불거져나온 ‘7·1 중대 발표설’은 중국 내 각종 권위 있는 정치 관측통들의 ‘귀띔’과 조만간 정치개혁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언론들의 보도들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산당 중앙기관지인 <구시>가 지난 6월17일 “당내 민주를 도입해 인민민주를 추진하자”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중국 공산당 내 민주화 제도 도입과 정치개혁 추진은 거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구시>는 중국 공산당 중앙의 가장 권위 있는 이론지이기 때문에 그곳에 발표된 글은 공산당 중앙의 정책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사진/ 지난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렸던 베이징 인민대회당 천장의 오각별(왼쪽)과 마오쩌둥 입상(오른쪽), 마오쩌둥이 세운 구질서의 핵심 제도인 ‘전인대’는 개혁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이미지프레스 노순택)

장과 후의 권력투쟁?

당시 <구시>에 발표된 내용은 당 대표대회 및 당내 조직의 민주적 개선을 목표로 당원과 당조직의 민주권리 보장 및 당내 민주적 대화통로 확보, 당 대표대회의 상임제 도입, 선거제도 개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떤 중국 언론에서는 이러한 논문 내용을 일컬어 “관방의 권위 있는 잡지 ‘구시’가 반란을 일으키다”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반란’은 끝내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후진타오의 ‘7·1 강화’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화 발표 뒤 당내 민주 관련 후속조처에서도 시와 현 수준에서의 당 대표대회와 상임제 도입 실험 확대 외에 정치개혁과 관련한 가시적인 조처는 없었다.

“원래 후진타오의 7·1 강화문에는 ‘당내 민주를 도입해 인민민주를 추진하자’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당 이론지인 <구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논문을 게재했겠는가. 강화문 초고가 회람되는 과정에서 장쩌민쪽과의 견해 충돌이 있었고 이로 인해 최종발표문에서 개혁 내용이 빠지게 된 것이다.” 중국 중앙 정계 소식에 밝은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의 말이다. 이 학자의 말에 따르면 사스의 은폐를 시도했던 장쩌민쪽과 공개보도를 주장했던 후진타오의 ‘충돌’ 과정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당내 개혁과 정치개혁 입장 역시 조금씩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89년 텐안먼 사건 이후 집권한 장쩌민이 덩샤오핑의 막강한 권위에 가려져 있다가 92년 이후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후진타오는 집권 뒤 100일도 채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사스에 대한 신속한 대처로 인민들의 신뢰와 언론으로부터 ‘위대한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는 후진타오의 행보에 장쩌민이 불쾌한 심정을 표출하였고, 7·1 강화문에서 당내 민주화 대목이 빠진 것은 후진타오와 장쩌민 사이 ‘불협화음’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초기 불협화음은 조만간 다시 ‘전통질서로 복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가령 후진타오의 7·1 강화 내용은 이런 ‘질서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며, 당분간은 안정적인 타협이 지속되리라는 분석이다.

사스 극복을 계기로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을 갈망했던 다수 중국인들은 7월1일을 기점으로 다시 벌어지고 있는 장쩌민의 ‘3개 대표 중요사상’ 학습 열풍을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스가 기승을 부릴 때만 해도 중국 내 대다수 지식인들은 조만간 정치개혁과 언론자유의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환상’은 애초부터 무리한 기대였다. 7월1일 훨씬 이전부터 언론에 대한 당국의 검열은 강화되었다. 사스 당시 처음으로 극도의 ‘자유’를 만끽했던 중국 언론에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4일 ‘중국의 7대 악심’이라는 제목으로 전인대 등의 비민주성과 중국 정치체제를 비판했던 베이징 내 신문인 <신보>가 폐간되었고, 중앙선전부의 ‘신문기율’ 위반 판정을 받은 많은 언론들이 줄줄이 경고를 받고 가판 회수를 당했다. 인터넷 검열도 강화되고 ‘민감한’ 문제들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들 역시 철퇴를 맞았다. 중국 지식인들이 자주 보는 인터넷 매체 ‘문화선봉’ 역시 얼마 전 당국에 의해 폐쇄당했다.

중국 언론에 찬바람 불다

“정치개혁은 반드시 언론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스가 물러나자마자 언론계에 불어닥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정치개혁은 일찌감치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 중국 언론인의 자탄이다. 그는 얼마 전 끝난 중앙선전부와 국무원 주최 전국언론매체 종사자 대상 교육훈련 마지막 날에 치른 ‘기자시험’을 예로 들며 중국 언론이 사스가 한창일 때 누린 언론자유는 이미 ‘일장춘몽’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보여준 시험 전에 미리 배포된 예상문제에는 장쩌민의 언론 관련 강화문들이 주요 학습요점으로 진하게 표시되어 있었단다. 후진타오가 전국선전부장회의에서 발표한 중요 강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참고사항으로 표시되었다고 한다. 또 강사들이 강조한 대목 역시 “장쩌민 주석이 즐겨 쓰는 말과 단어들을 주로 인용하라”는 것이었다. 중국의 정치개혁과 언론자유는 아직은 요원해보인다.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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