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평화운동가들의 정전협정 기념 좌담회…한번도 정세에 대한 정보 부족이 해결 과제
“요즘 북핵 문제가 심상치 않은데,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노무현 참여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미국 부시 정부에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아시아평화연대, 대대적 캠페인 전개
지난해 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효순·미선 두 여학생 추모 촛불시위를 경이롭게 지켜봤던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에게 요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7월14일 아시아평화연대(APA·Asian Peace Alliance) 주관으로 열린 ‘한반도 정전협정 50주년 기념 좌담회’는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의 한반도 평화와 전쟁에 대한 그들의 깊은 관심과 견해를 드러낸 허심탄회한 자리였다. 더불어 한국 평화운동가들의 자괴감을 깊게 한 자리이기도 했다.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의 궁금증과 관심사를 충족시킬 만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일에 세워져 홍콩에 사무처를 두고 있는 아시아평화연대는, 올해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아시아 연대의 해’로 정하였다. 이들은 7월27일 한반도 정전 평화협정 50주년을 즈음해 다양한 토론회와 캠페인,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아시아평화연대는 이 지역의 세계화와 평화 문제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모색하는 단체로서, 9·11 테러 직후 아시아의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홍콩에 모여 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면서 생겨났다. 평화와 인간안보를 중시하는 게 특징이다. 현재 아시아 17개국 100여개 단체와 개인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은 아시아의 평화공존과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상적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아시아 시민사회단체간 연대서명과 캠페인을 벌이고자 한다. 나아가 대안 마련을 위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정전협정 기념 좌담회도 이런 계획된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코라손 아시아평화연대 사무총장은 첫 북핵 좌담회을 열면서 “현재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주변 강국들의 움직임에 따른 남북한 정부 입장 그리고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어떤 구체적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시아 평화운동단체들이 어떻게,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리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그 수에서 8천∼1만2천여개에 이르는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 2만2천여개의 러시아, 400여개의 중국이나 프랑스에 견주면 북한의 핵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군사적 파급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아시아에서 비핵지대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 노력은 곧 아시아 모든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 과제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아시아인들의 ‘공동’의 노력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도 참석자 모두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생각지 않은 데서 불거졌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고 싶어도 정세 판단을 위한 정보가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일상적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우리가 갖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보는 극히 일부입니다. 한달에 한번 성명서를 받는 게 전부죠. 북핵 문제의 구조나 과정,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시아 지역에서 세계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포커스’(FOCUS on Global South)의 허버트씨 말이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많은 관련 문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한반도 관련 정보들은 이라크는 물론 이란보다도 훨씬 부족합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국제 토론회 모임 등에서 가뭄에 콩 나듯 가끔씩 때늦은 정보를 받고 있지요. 하지만 이것으로는 급변하는 정세를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지요.” 북핵 문제의 절박함을 감안하면 단순히 언어장벽 때문에 원활한 정보교류가 어렵다고 치부할 수 없는 듯하다. 이 대목에선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반성이 요구된다. 그러고 보니 좌담회에서 배포된 한국의 몇몇 시민단체들이 만든 영문자료들은 거의 지난해에 나온 것들이었고, 최신 정보라는 것도 올해 초에 만든 자료들이었다. 이 자료들도 대부분 인터넷에서 직접 찾은 것이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제한된 정보에도 지금의 국제정세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아시아 시민사회의 대응방식을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9·11 이후 아시아 평화 문제는 분명 새로운 지형에 놓여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군범죄와 미군철수를 목소리 높여 외쳤던 필리핀, 일본, 한국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에 압도되어 미군철수는 가당치 않은 요구로 변질되었다. 또 평화운동의 국제연대가 왜 필요한지 등 평화교육 방법론에 대해 다시 검토해볼 때다. 동티모르와 달리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이 죽고 있지만, 아시아 시민사회단체는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자기 나라의 문제만을 들고 온다면 진정한 평화연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필리핀의 젊은이들이 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리핀 50여개 평화단체 연대모임 소속의 아시스씨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특히 그는 일본, 필리핀, 한국 등 최근 한반도 평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거나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정기 토론을 통해 아시아의 공동 아젠다를 합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시스씨는 “책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체험적 경험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함께 나눠야 할 때”라면서 일상적인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대하자고 제안했다. 포커스 소속의 허버트씨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적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또는 서남아시아의 주요 거점에 상설 해외 연결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제안했다. 반드시 긴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긴 안목에서 일상적으로 정보를 유통시키고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국제 단위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가 아시아 여러 나라와 무관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재고시키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만 교육자료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필리핀 등지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이여, 서로 만나자
논의가 무르익어 갈수록 아체 문제는 무엇이고 지구상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아는 이가 과연 몇명이나 될지, 민다나오 분쟁의 본질은 무엇이며 버마 민주화는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지,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아시아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는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언어 문제가 아니다. 관심을 기울이면 행동은 따라가게 마련이다. 86년 필리핀 민주화를 지켜본 많은 티모르인들은 지속적인 교환방문을 통해 서로를 알고 배우는 경험을 하였다. 당시에 많은 필리핀 사회활동가들은 동티모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무지한 상태였다. 자주 만나 서로 구체적 문제에 관심을 갖다보면 실천적 활동으로 연결되고 연대의 깊이도 더해갈 수 있을 것이다.(아시아평화연대 관련 정보는 www.yonip.com 참조)
마닐라=나효우 전문위원 nahyowoo@hotmail.com

사진/ 7월14일 아시아평화연대 주관으로 열린 ‘한반도 정전협정 50주년 기념 좌담회’모습.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은 한반도의 안정이 아시아의 평화와도 직결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나효우)
지난해 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효순·미선 두 여학생 추모 촛불시위를 경이롭게 지켜봤던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에게 요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7월14일 아시아평화연대(APA·Asian Peace Alliance) 주관으로 열린 ‘한반도 정전협정 50주년 기념 좌담회’는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의 한반도 평화와 전쟁에 대한 그들의 깊은 관심과 견해를 드러낸 허심탄회한 자리였다. 더불어 한국 평화운동가들의 자괴감을 깊게 한 자리이기도 했다. 아시아 평화운동가들의 궁금증과 관심사를 충족시킬 만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일에 세워져 홍콩에 사무처를 두고 있는 아시아평화연대는, 올해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아시아 연대의 해’로 정하였다. 이들은 7월27일 한반도 정전 평화협정 50주년을 즈음해 다양한 토론회와 캠페인,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아시아평화연대는 이 지역의 세계화와 평화 문제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모색하는 단체로서, 9·11 테러 직후 아시아의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홍콩에 모여 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면서 생겨났다. 평화와 인간안보를 중시하는 게 특징이다. 현재 아시아 17개국 100여개 단체와 개인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은 아시아의 평화공존과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상적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아시아 시민사회단체간 연대서명과 캠페인을 벌이고자 한다. 나아가 대안 마련을 위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정전협정 기념 좌담회도 이런 계획된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사진/ 올해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아시아연대의 해’로 정한 아시아 평화연대의 홈페이지.

사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아시아인들의 공동의 노력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한겨레 임종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