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후원아래 ‘NGO 감시’ 홈페이지 연 보수 연구소…세계질서 재편의 마지막 걸림돌 공격인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에 이어 미국 부시 정권의 다음 ‘예방적 선제공격’ 대상은 누구일까? 대개 이란·북한·시리아 등 신문 국제면에 자주 거론되는 국가들을 연상한다. 물론 이들이 선제공격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부시 정권은 이에 앞서 최근 국제 비정부기구(NGO)를 대상으로 색다른 전쟁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자금줄·주요활동 감시
이른바 부시 정권의 ‘NGO와의 전쟁’ 선포는 6월11일 www.ngowatch.org 홈페이지의 개장으로 공식화되었다. 이라크 전쟁과 달리 이번 ‘NGO와의 전쟁’은 일단 사이버 공간에서 NGO 사이의 대결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홈페이지를 만든 주체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 우익 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이고, 이 단체는 형식적으로 NGO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가와 기업의 대내외적 행위에 대한 감시 역할은 NGO의 전매특허와 같은 것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NGO는 정부와 기업을 공익의 관점에서 감시하고 고발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NGO가 감시를 받게 되었다. 이 홈페이지의 도메인 이름인 NGO Watch는 ‘NGO가 감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NGO를 감시한다’는 뜻이다. 부시 정권은 ‘NGO와의 전쟁’을 새로운 방식, 즉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친NGO를 통해 반NGO를 견제하는 이른바 ‘이이제이’와 벤치마킹 전략을 함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NGO Watch 홈페이지는 “NGO가 사회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NGO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자 한다”고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약 160여개의 미국 및 국제 NGO의 명단을 등재하고 이 중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와 그린피스, 케어(CARE) 등 대표적인 9개의 NGO 활동에 대한 비판적 분석보고서를 실었다. 이 홈페이지의 개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많은 NGO 단체는 자기 단체의 등재 여부와 분석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부시 정권이 2004년 대선 캠페인을 앞두고 냉전시절의 매카시즘을 부활시켜 NGO 길들이기 또는 목조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홈페이지에 실린 NGO 단체별 분석보고서를 보면 금방 이런 의구심이 기우가 아님을 감지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주소와 설립목적, 대표자 및 예산에 관한 정보 외에 유엔의 NGO 협의자격 형태와 자격 부여 연도를 비롯해 미국 단체의 경우 세무서에 보고한 재정보고서 내용까지 자세히 담고 있다. 즉, 유엔과의 정치적 관계를 문제시하고 이른바 NGO의 자금줄을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체의 주요 활동에 대한 평가였다. 첫 9개 단체에 선정된 미국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인권감시에 대해 홈페이지는 ‘동성애를 촉진하고 성적 지향성을 인권으로 옹호하며, 관타나모만의 9·11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 관련 수감자 석방’을 목표로 활동하는 불순한 단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삼은 인권감시 홈페이지(www.hrw.org)와 연결해놓았다. 인권감시의 제네바 대표인 루브나 프레이는 “이 홈페이지는 인권감시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치는 다양한 인권활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특정 이슈를 침소봉대하고 국제인권법의 원칙에 따른 요구를 마치 불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응책을 묻자 그는 “미국기업연구소가 구체적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몰라도 홈페이지에 대해서는 공개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일단 무시하고 지켜보는 것이 현 단계에서 최선의 대응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 반대하면 돈줄 끊겠다”
사실 홈페이지를 개장하기 전부터 부시 정권의 NGO 길들이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지난 5월21일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앤드루 나치오스 국장은 160여개의 구호 및 개발 NGO로 짜인 인터액션이 주관한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활동하는 NGO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홍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미국 정부의 손발 역할을 하지 않는 NGO를 협력단체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굶주리는 사람들과 병자들에게 NGO를 통해 많은 식량과 약품이 전달되었지만 정작 수혜자들은 이 구호품이 미국 정부에 의해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메리 매클레이몬트 인터액션 사무총장은 “그의 발언은 NGO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정부 단체를 부시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친정부 또는 관변단체로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되받아쳤다. 나치오스 국장은 과거 국제구호 NGO인 월드비전의 부회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누구보다 NGO 독립성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의 비판적 견해에 대해 NGO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은 우연이 아니라 부시 정권 내부의 신보수주의자 세력이 조직적으로 NGO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시 정책에 비판적인 미국의 NGO들은 “미국기업연구소는 단순한 싱크탱크가 아니라 부시의 친기업적·보수적 정책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외주 용역업체”라고 지적하면서 “이 연구소는 공익이 아닌 모토롤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엑손모빌 등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해왔다”고 비판한다.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현 체니 부통령의 부인인 린 체니, 리처드 펠레 전 국방정책위원회 의장 등 20여명의 신보수주의자가 연구소 회원이고, 부시 정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소가 만들어낸 이른바 ‘NGO와의 전쟁’ 관련 부시 독트린에 따르면 NGO는 자선·구호 역할에 머물러야 하고, 정부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비판이나 반대를 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은 NGO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전쟁 반대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또는 자유무역 반대와 같은 주장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되며 국제법, 다자간협력, 유엔 등과 같은 단어는 기피 대상이 된다. ‘로고 반대 (No Logo) 운동’을 통해 초국적 기업 주도의 세계화 반대 운동가로 알려진 나오미 클라인은 이 독트린을 ‘채찍과 당근을 이용한 양날작전’에 비유했다. 그에 따르면 당근은 돈을 의미한다면 채찍은 NGO Watch와 같은 홈페이지를 통한 정치적 압력을 의미한다. 즉, 전자는 미국의 대외원조국이, 후자는 미국기업연구소가 역할을 나누어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부시 정권은 이라크전 전후로 미국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국가를 외교적으로 무력화 또는 중립화시키고 미국 내 거대 언론 또한 애국주의로 입을 막거나 반테러 명분으로 눈을 멀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며 “이제 야생마와 같은 국제 NGO 운동을 어떻게 길들이느냐만이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즉, 부시 정권은 최근 이라크 반전운동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반전평화 운동과 이들과 함께 발맞추어온 국제 NGO 운동을 이라크 사태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만드는 데 주된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슈퍼 파워 사이의 전쟁?
일부에서는 ‘NGO 전쟁’을 두 슈퍼 파워 사이의 대결로 비유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언론은 이라크 전쟁 이전 2월15일 역사상 최대규모인 1천만명이 참여한 반전시위를 조직한 NGO 운동을 ‘슈퍼 파워’로 불러왔다. NGO Watch 홈페이지의 등장은 압도적 군사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구상하고 있는 슈퍼 파워 부시 정권의 미국과 도덕성과 자발성으로 무장한 또 다른 슈퍼 파워인 국제 NGO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원을 받는 NGO는 물론 미국 내에서 시민이나 재단을 통해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많은 미국 NGO들은 NGO Watch 홈페이지의 출현으로 가뜩이나 9·11 사태와 이라크전을 계기로 어려워진 재정난이 더욱 가중되리라 우려하고 있다. 많은 국제 NGO가 ‘공포와 경악’은 아니더라도 ‘위축과 우려’의 눈초리로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는 이유다.
제네바= 이성훈 전문위원 almolee@yahoo.com

사진/ 부시 정권의 ‘NGO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6월14일 스웨덴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에서 부시 미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GAMMA)
NGO Watch 홈페이지는 “NGO가 사회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NGO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자 한다”고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약 160여개의 미국 및 국제 NGO의 명단을 등재하고 이 중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와 그린피스, 케어(CARE) 등 대표적인 9개의 NGO 활동에 대한 비판적 분석보고서를 실었다. 이 홈페이지의 개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많은 NGO 단체는 자기 단체의 등재 여부와 분석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부시 정권이 2004년 대선 캠페인을 앞두고 냉전시절의 매카시즘을 부활시켜 NGO 길들이기 또는 목조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홈페이지에 실린 NGO 단체별 분석보고서를 보면 금방 이런 의구심이 기우가 아님을 감지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주소와 설립목적, 대표자 및 예산에 관한 정보 외에 유엔의 NGO 협의자격 형태와 자격 부여 연도를 비롯해 미국 단체의 경우 세무서에 보고한 재정보고서 내용까지 자세히 담고 있다. 즉, 유엔과의 정치적 관계를 문제시하고 이른바 NGO의 자금줄을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체의 주요 활동에 대한 평가였다. 첫 9개 단체에 선정된 미국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인권감시에 대해 홈페이지는 ‘동성애를 촉진하고 성적 지향성을 인권으로 옹호하며, 관타나모만의 9·11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 관련 수감자 석방’을 목표로 활동하는 불순한 단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삼은 인권감시 홈페이지(www.hrw.org)와 연결해놓았다. 인권감시의 제네바 대표인 루브나 프레이는 “이 홈페이지는 인권감시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치는 다양한 인권활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특정 이슈를 침소봉대하고 국제인권법의 원칙에 따른 요구를 마치 불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응책을 묻자 그는 “미국기업연구소가 구체적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몰라도 홈페이지에 대해서는 공개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일단 무시하고 지켜보는 것이 현 단계에서 최선의 대응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 반대하면 돈줄 끊겠다”

사진/ 미국의 보수 우익 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가 최근 개설한 ‘NGO Watch’ 홈페이지. 각 비정부기구의 재정보고서와 주요활동에 대한 감시내용까지 실려있다.

사진/ 6월12일 벨기에 브뤼셀 시민들이 부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