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뛰쳐나간 인도 신부 화제… 죽음을 부르는 지참금 제도 사회문제로
지난 3주간, 인도는 한 ‘런 어웨이 브라이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로맨틱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유쾌하거나 감미로운 일이 아니다. 21살의 니샤 샤르마는 결혼식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2천여명의 하객들 앞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었고 신랑과 시어머니가 될 뻔한 두 사람이 연행되었다.
부엌에 있는 신부 불태우기?
문제의 발단은 다름아닌 지참금이었다. 중매로 만난 두 가족은 결혼을 결정한 다음 지참금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니샤의 가족이 결혼선물로 준비한 것은 비단사리나 보석 같은 예단말고도 최고급 브랜드의 세탁기 2대, 냉장고 2대, 홈시어터 시스템 2개, 전자레인지, 평면TV였다. 같은 물품을 둘씩 준비한 이유는 신랑의 가족이 신랑의 형제 몫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제중형차 한대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결혼식 날, 신랑의 가족들은 니샤의 아버지에게 현금으로 약 3천만원을 요구하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니샤가 결국 경찰에 전화를 거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났다.
인도에서 딸을 시집보낸다는 것은 바로 지참금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신부쪽은 현금·혼수·자동차·보석·고급의류들을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결혼식 행사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도 지불해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지참금 요구는 결혼식 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도, 새 집을 지을 때도, 시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다양한 행사들은 탐욕스런 시집이 친정에 지참금을 요구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심지어 그녀가 죽은 다음에도 시집에서는 친정에 장례식 비용을 요구한다. 특히 여동생과 오빠의 관계가 각별한 인도에서는 친정오라버니는 평생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보호자가 되고 따라서 오빠가 많은 여동생은 인기 있는 신부감이 된다. 이렇다보니 계속되는 지참금 요구와 학대를 견디지 못한 여성들이 자살을 하거나, 남편 혹은 시집식구들에게 살해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제일 흔한 수법은 여성이 부엌에서 일하고 있을 때 불태워 살해한 뒤 경찰에 자살 혹은 사고사로 신고하는 것이다. 경찰기록은 젊은 기혼여성의 자살과 사고사의 거의 80%가 부엌에서 발생했고 가족 중 며느리만이 희생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이 흔하다보니 인도신문에는 ‘지참금 사망’, ‘신부 불태우기’ 같은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인도 정부는 1961년 지참금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의하면 지참금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지참금을 받거나 주도록 부추긴 사람 또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인도형법에 따라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여성이 화상 혹은 지참금과 관련한 남편이나 친척의 육체적 학대로 인해 사망했다는 증거가 나타나면 지참금 살인으로 간주되어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불에 탄 경우는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사고와 고의적인 살인을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재판에 회부하더라도 인도 법정의 특성상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 정도 걸리며 유죄판결 역시 극히 드물다. 실효 거두지 못하는 ‘지참금금지법’
이런 지참금 관련 사건이 경찰에 신고될 때는 이미 당사자가 죽거나 시집에서 쫓겨난 다음이다. 수많은 여성들은 시집의 학대를 말 없이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미망인조차도 부정한 존재로 간주되는 인도에서 시집에서 쫓겨나거나 이혼당한 여자의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인도여성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보다는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디는 편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뉴델리 중앙사회연구소장 란자나 꾸마리는 2001년에만 7천여건의 지참금 사망이 신고되었지만 신고되지 않은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전체적인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법률적 규제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구자라트 주지사 나렌드라 모디는 공개연설 석상에서 최근 가뭄을 겪고 있는 주의 농부들에게 딸의 지참금으로 양수기를 준비할 것을 요청하며, 공식적으로 지참금금지법의 완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또한 첫머리에서 언급한 니샤의 경우처럼, 문제가 된 것은 협상에 없었던 추가요구였을 뿐 결혼 전 지참금에 대한 협상은 결혼절차의 하나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지참금 관행이 점점 더 횡행하고 있으며 빠르게 인도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인도민주여성연합이 2002년 실시한 조사는 한때 일부 상위계급들의 관행이었던 지참금 제도가 모든 계층·계급·종교에 널리 퍼져 있고, 과거에 지참금 관행이 없었던 지역들 사이에서도 지참금 제도가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지참금 관행이 없었던 앗쌈주는 다른 지역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며 이 관행에 익숙해진 청년들에 의해 지참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전에 일부 계층에서 가내수공업이 번성하던 시대에 숙달된 노동력을 넘겨주는 대가로 신부가족에게 지불되던 돈은 거꾸로 고학력 직업여성에게조차 지참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일부 계층, 특히 불가촉천민과 부족민들 사이에서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지불하던 풍습도 점차 지참금으로 바뀌었다. 심지어는 일종의 신부대인 메흐르를 받고 지참금을 지불하지 않던 이슬람 전통에서도 일부 계층에서는 지참금이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
지참금 제도는 여성을 폄하하는 인도 고대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쓸모없는 여성을 받아들여주는 것에 대한 감사로 친정은 물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참금 제도의 시작이었다. 또한 지난 15년간 신자유경제정책이 실행되는 동안 지참금 관행은 더 두드러졌는데, 더 넓어진 소비재의 선택범위가 지참금 항목의 더 넓은 폭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높아진 교육수준마저도 지참금 관행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신랑은 교육의 힘으로 지성적인 판단을 하는 대신 높은 교육의 대가로 더 많은 지참금을 요구한다.
낙태와 여아 살해도 심각해져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참금은 여아 낙태, 유아 살해 등으로 표출되는 남아선호사상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초음파 성감별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일부 부모들은 여아를 낙태하기 위해 불법으로 태아성감별을 받는다. 병원에 갈 수도 없는 가난한 부모들은 딸이 태어나면 자기 손으로 죽이는 일도 허다하다. 또한 시골의 산파들이 여자 아기들을 2600원가량에 산 다음 불법 입양기관에 넘기고 그런 기관들은 아기 한명당 300만~400만원을 받고 불법으로 해외로 팔아넘기다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인도 여러 지역에서는 심각한 성비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인구조사는 인도 북부의 펀잡과 하리야나 주에서 1살에서 7살까지의 남아 1천명당 여아 비율이 1991년 955명에서 현재 900명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1901년 남자 1천명에 여자 972명이던 전체 인도 성비는 2001년 현재 여자 933명으로 떨어졌다. 여성 1058 대 남성 1000의 성비로, 인도 최상의 상태를 보여주는 케랄라 주에서조차 상대적으로 연소자 성비는 낮은 편이다. 이렇듯 지참금 문제는 결혼의 문제만이 아니라 점차 전 사회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니샤 샤르마 사건 이후 몇몇 여성들이 지참금 문제로 결혼을 취소하고 나서자 일부에서는 지참금 문제의 긍정적 해결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신문 한쪽에서는 지참금 학대로 자살하거나 살해당한 여성의 기사가 실리고 있다. 너무나 흔한 뉴스이기에 조그만 상자기사로 처리된 채로.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에 살면서도 인도식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자신들의 전통을 잘 지켜오고 있는 인도인들은 이 그릇된 관행마저도 고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일러스트레이션 | 최용호
인도에서 딸을 시집보낸다는 것은 바로 지참금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신부쪽은 현금·혼수·자동차·보석·고급의류들을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결혼식 행사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도 지불해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지참금 요구는 결혼식 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도, 새 집을 지을 때도, 시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다양한 행사들은 탐욕스런 시집이 친정에 지참금을 요구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심지어 그녀가 죽은 다음에도 시집에서는 친정에 장례식 비용을 요구한다. 특히 여동생과 오빠의 관계가 각별한 인도에서는 친정오라버니는 평생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보호자가 되고 따라서 오빠가 많은 여동생은 인기 있는 신부감이 된다. 이렇다보니 계속되는 지참금 요구와 학대를 견디지 못한 여성들이 자살을 하거나, 남편 혹은 시집식구들에게 살해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제일 흔한 수법은 여성이 부엌에서 일하고 있을 때 불태워 살해한 뒤 경찰에 자살 혹은 사고사로 신고하는 것이다. 경찰기록은 젊은 기혼여성의 자살과 사고사의 거의 80%가 부엌에서 발생했고 가족 중 며느리만이 희생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이 흔하다보니 인도신문에는 ‘지참금 사망’, ‘신부 불태우기’ 같은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인도 정부는 1961년 지참금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의하면 지참금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지참금을 받거나 주도록 부추긴 사람 또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인도형법에 따라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여성이 화상 혹은 지참금과 관련한 남편이나 친척의 육체적 학대로 인해 사망했다는 증거가 나타나면 지참금 살인으로 간주되어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불에 탄 경우는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사고와 고의적인 살인을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재판에 회부하더라도 인도 법정의 특성상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 정도 걸리며 유죄판결 역시 극히 드물다. 실효 거두지 못하는 ‘지참금금지법’

사진/ 인도의 화려한 결혼식. 신부 부모는 ‘지참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