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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다시 평화를 부르는 카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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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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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세계 | 인도

바지파이 인도 총리의 평화 제스처로 화해 무드에 접어든 인도와 파키스탄

지난 4월18일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총리로서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잠무카슈미르주의 수도인 스리나가르를 방문했다. 그가 약 3만명이 운집한 이날의 연설에서 인도는 파키스탄에게 ‘우정의 손길’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함으로써 오랜 앙숙의 관계는 새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자파룰라 칸 자말리 파키스탄 총리는 열흘 뒤 바지파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2년 만에 양 정상의 전화통화가 성사되어 오랜만에 인도와 파키스탄에는 평화의 햇볕이 비추고 있다.

양쪽 모두 신중한 행보


사진/ 2001년 12월13일 인도 국회의사당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뒤 의사당을 지키고 있는 인도 군부대. 이 테러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했다.(GAMMA)
2001년 12월13일 인도 국회의사당에서 테러가 일어난 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인도 정부는 이 사건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테러조직 ‘라쉬카리 토이바’(천국의 군대)의 소행이며,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 아래 이루어진 테러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부인 성명을 내고 합동조사를 제안했으나 인도 정부는 이를 거부한 채 국경 주변에 막대한 병력을 계속해서 배치하고 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그러자 파키스탄도 이에 대응했고 급기야 4개월 만에 100만이 넘는 군사들이 전시태세로 대치했다. 부단한 국제적 외교압력 덕에 전쟁의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던 정상회담을 연기한다는 파키스탄의 통보로 2002년은 끝이 났다.

2003년 들어서도 양쪽은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했고 2월 파키스탄은 파키스탄 영공을 침범한 무인정찰기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또한 인도는 카슈미르 군사단체들에게 기금을 전달했다며 인도의 파키스탄 대사관을 비난했다. 그뿐만 아니라 양국은 활동 중이던 고위급 외교관들을 간첩혐의로 추방했다. 두 나라는 정기적으로 상대국 대사관 관리들을 추방하곤 했지만 고위관리들이 추방명령을 받은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바지파이 총리의 평화 선창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평화재개 움직임에 맞추어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차관이 차례로 파키스탄과 인도를 방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양국 관계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바지파이 총리의 우정의 손길을 파키스탄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파키스탄 역시 대화재개의 압력을 받고 있음을 암시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군사 단체 ‘자이시 모하마드’(마호메트의 전사)의 대표자 마수드 아즈하르의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출입금지를 결정한 것 역시 아미티지 방문의 결과이다. 또한 바지파이 총리는 이라크가 공격당하고 국제연합(UN)이 무력해진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의 평화선언은 국제적 사건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군소국가, 개발도상국, 그리고 비동맹 국가들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극적인 대화의 자세가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한 양쪽은 계속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미 인도와 파키스탄은 두번이나 평화협상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양국은 1999년 파키스탄의 라호르, 2001년 인도의 아그라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었지만 모두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실패로 돌아가게 한 것은 두 나라를 50년이 넘도록 불편하게 만든 카슈미르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라호르 회담 이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아그라 회담에서 카슈미르가 주요 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의안들을 바꾸려고 했고 인도는 모든 문제를 함께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 차이점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것이 뒤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인도는 다른 부분에서 상호신뢰가 구축되면 카슈미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시도는 성공할까

사진/ 의사당 테러로 부상당한 시민. 이후 인도 정부는 국경 주변에 막대한 병력을 계속해서 배치하고 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GAMMA)
최근의 관계회복 움직임에서도 파키스탄은 어떤 형태의 회담에서든 핵심주제는 카슈미르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 문제를 국제연합에 상정해 1948년 국제연합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국민투표로 카슈미르의 미래가 결정되기를 원하고 있다.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무슬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카슈미르는 자연히 파키스탄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것이 파키스탄의 계산이다.

한편 당시 국민투표에 동의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계속해서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이슬람 민병대의 침입 종식과 테러리스트 조직 와해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던 인도의 태도 또한 변함없는 듯했다. 그러나 5월8일 바지파이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카슈미르 폭력종식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인 태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인도의 태도변화를 암시했다. 이에 더해 야시완트 싱하 인도 외무장관은 “인도는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분리주의자들의 월경과 테러를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강조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을 방문 중이던 4월29일에 행한 독일의회 연설에서도 바지파이 총리는 이슬람 민병대의 월경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에 우정의 손길을 제안한다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이것은 월경 종식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기존의 인도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바지파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 내부에서조차 평화재개 움직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월경 테러의 종식 없이 파키스탄과 대화에 임한다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국민당 내부 강경론자들은 내년으로 예상된 총선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실 최근의 화해무드에도 불구하고 카슈미르에서 폭력행위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바지파이 총리의 방문이 분리주의자 군사행동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시도가 카슈미르에서의 군사공격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인도는 세번이나 노력했다고 국제사회에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이득으로 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번의 실패를 통해 준비되지 않은 채 서둘러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보다는 더디더라도 충분히 준비된 이후에 회담을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 인도는 파키스탄보다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바지파이 총리와 자말리 총리가 각각 발표한 신뢰구축 방안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바지파이 총리는 신뢰구축 방안으로 파키스탄 주재 인도대사 임명과 현재 중단된 항공운항 재개로 범위를 국한했다. 그러나 자말리 총리는 완전한 외교관계의 재개를 위한 8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자말리가 발표한 신뢰구축 방안에는 즉각적인 철도와 버스운항 재개, 2001년 12월 이전 수준으로의 관계회복, 라호르 선언에서의 합의각서 이행, 구금 중인 인도 어부와 잠수함 라자락슈미의 승무원 석방들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은퇴한다”

사진/ 인도 바지파이 총리(왼쪽)와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양국은 차근차근 평화를 향한 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 있다.(GAMMA)
이 방안에 따라 억류된 어부들 중 일부와 잠수함 라자락슈미의 승무원들을 석방되었고 지난 5월27일에는 현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이자 중견 외무관리인 아지즈 아메드 칸이 인도주재 파키스탄 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되었다. 또한 델리와 라호르를 잇는 버스도 운항이 재개되는 등 양국은 차근차근 평화재개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편 4월28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바지파이 총리는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은퇴할 것이라고 말해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만약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파키스탄과의 평화 시도가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바지파이 총리는 “나는 실패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은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은퇴’(retire)라는 단어의 의미가 정계은퇴인지, 평화개선 노력을 포기한다는 말인지에 대해 인도정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팔순을 넘긴 이 노회한 정치가의 마지막 노력이 될 수도 있는 이번 평화재개 움직임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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