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인류학자들의 ‘야만성’을 연구하라?

330
등록 : 2000-10-18 00:00 수정 :

크게 작게

야노마미족 연구한 인류학자들의 비행은 사실인가… 미 언론인 저서가 부른 뜨거운 논란

아마존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 인디언 부족인 야노마미족이 오랜만에 다시 인류학계의 논쟁 거리로 등장했다. 야노마미족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 부근의 아마존 삼림지대에 거주하면서 오랫동안 서구사회와의 접촉없이 고립된 채 자신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오늘날까지 유지해오고 있는 인구 약 2만5천명의 인디언 부족이다. 1968년에 인류학자 나폴레온 샤그논이 발표한 저서 <야노마미, 용맹한 부족>을 통해 처음 서구사회의 인류학계에 소개된 이래로, 전통 소규모 집단사회를 주로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돼왔다. 또한 영화 <미션>의 배경으로 등장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폴레온 샤그논은 그의 저서에서 야노마미 부족을 잔인한 살육과 전쟁을 통해 남자들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사회로 기술했다. 그는 야노마미를 비롯해 모든 인간에게는 경쟁과 갈등을 생존의 도구로 삼는 속성이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샤그논의 저서는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성공을 거두었다.

고의로 병균을 퍼뜨렸다?


그러나 브라질 인류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관계자들은 샤그논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샤그논이 일부러 야노마미족의 호전성을 부추기기 위해 인디언들의 적인 불법 채굴업자들과 지방 정치가들에게 총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환경보호론자들은 야노마미족이 아마존 삼림 속에서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친화하여 살아가는 지혜를 보존해온 평화롭고 순수하고 목가적인 종족이라고 강조했다. 샤그논이 주장한 인간 기본 속성으로서의 폭력성과 잔인함이 야노마미족에게서 나타났던 것은 백인들의 끊임없는 침략을 받던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현상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올해 11월에 브라질에도 소개될 미국인 언론인 패트릭 터니의 책 <엘도라도의 심연>은 다시 한번 이러한 논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이 책에서 터니는 미국 인류학계의 명망있는 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많은 원시부족 연구자들이 현지에 들어가서 원주민들을 노예처럼 함부로 부려먹고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질병에 대한 면역성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병균을 퍼뜨린 일도 있다고 폭로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족사회에 들어간 인류학자들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심장>(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에서처럼 일종의 왕국을 이루고 제왕처럼 군림했다고 적고 있다. 이를테면 25년째 야노마미 부족을 연구하고 있는 프랑스 인류학자 자크 리조의 경우 원주민 청년들로 구성된 일종의 동성애 할렘을 만들어 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이미 오래 전부터 밝힌 바 있는 자크 리조는 오랜 세월 원시림 안에서 인디언들과 살면서 그들과 가졌던 관계는 ‘조사자와 조사대상’이라는 사무적 관계를 넘어서는 인간관계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야노마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은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다른 인류학자들이라는 것이다.

브라질리아대학 인류학과의 아우시다 하모스 교수는 샤그논이 말한 것과는 달리 야노마미족이 순진하고 즐겁게 놀기 좋아하는 성격의 사람들이라며, 샤그논이 일부러 무기를 들여갔다는 사실은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베네수엘라 야노마미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제임스 닐 전 미시간대학 교수(올해 2월에 사망)의 현지조사 작업에 참여했었던 브라질 생물학자 프란시스코 사우자노는 닐 교수에 대한 비난이야말로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변명하고 나섰다. 그는 닐 교수가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염병이 야노마미 인디언들 사이에 만연해 있었고 그는 오히려 백신을 구해 인디언들을 전염병에서 구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증언했다.

인류학자들의 ‘야만성’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고 있는 브라질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아마존 밀림에서 ‘비행’을 저지른 인류학자들이나 동료들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데 열심인 인류학자들을 ‘인류학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ohnong@ig.com.b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