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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적에 투항한 승려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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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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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아신 캐이마사라(버마청년승려연합 의장)

카렌민족연합 기독교 지휘부에 불만 품은 카렌불교군이 정부 편에서 해방구를 공격

꼭 10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지금은 미안마 정부군 손아귀에 들어가버렸지만 당시 카렌민족연합(KNU) 해방구이자 버마 내 민족해방·민주혁명단체들의 거점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메너플로 한 귀퉁이 밀림 속에 차린 버마청년승려연합 본부에서 스님을 만난 적이 있다. “승복을 입고 싸웠다고”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죽창을 들고 왜군에 맞섰다는 말에 유난히 귀를 쫑긋 세웠던 바로 그 스님이었다. “메너플로가 함락당한 뒤 여기로 쫓겨왔지. 올해 안에 버마로 돌아갈 수 있어!” 타이 국경 근처로 옮겨온 스님은 답답한 마음을 ‘큰소리’로 대신했다.


- 절도 없이 그냥 이 사무실에 있는가?

= 중이 머무는 곳이 절이니, 이게 사무실도 되고 절도 되지.

- 기독교도가 지휘부 주류인 카렌민족연합 지역에 있으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특히 민주카렌불교군(DKBA)이 갈라져나간 뒤로는 더?

= 그렇지는 않아. 오히려 그 일 뒤로 더 ‘존경’을 받는 기분인데. 카렌 지휘부에서도 중들에게 잘해줘야 정치적으로도 명분이 설 것 아냐(웃음).

- 민주카렌불교군과는 교통하고 있나?

= 비공식적으로는. 아다시피 다 친구들이었잖아. 우리쪽에서도 몇몇이 그리로 갔으니.

- 민주카렌불교군이 미안마 정부군과 손잡고 카렌민족연합을 공격해왔는데, 그러면 적이잖아?

= 어려운 지점이야. 현상만 놓고 본다면 그이들이 민족해방·민주혁명 세력들과 반대쪽에 있는 적이 분명해. 어중간한 상태지. 민주카렌불교군이 현실적으로 미안마 정부군 지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건데, 만나보면 그들이 군사정부를 인정하는 건 아냐. 다만 카렌민족연합이 지녔던 독선적인 정치운영에 반발했던 거라고. 사실은 이게 카렌 내분이었잖아.

- 일부가 다시 카렌민족연합쪽으로 넘어온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어떻게 될 것 같나.

= 쉽진 않겠지만, 그 가능성이 있는 건 분명해. 정치 상황에 따라 그들이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말인데…, 어차피 같은 카렌이라는 동질성이 있으니.

- 어떤 정치 상황?

= 국내외를 통틀어, 특히 외부로부터 압력이 강해진다거나 랑군쪽에서 ‘대화’가 된다던가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만한데, 그러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걸 그이들도 알고 있지 않겠어.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카렌민족연합 내부 변화일테고. 찢어져나간 과정을 봐. 카렌 지도부가 정치적 불만과 불평등을 잘 추스리지 못했던 거야.

- 버마청년승려연합 입장은?

= 이건 우리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야. 중간에서 선을 대는 노릇은 가능할지 몰라도,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건 옳지 않아. 자칫, 종교문제로 오해를 살 수가 있다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최악으로 가.

- 좀 다른 이야긴데, 미국이 이라크를 때려 그쪽 정부를 뒤엎었는데, 이런 방식을 놓고 버마 문제 해결을 생각해볼 수도 있나?

= 근본적으로 불가능해. 미국쪽에서 보면 조건도 맞지 않고, 뭐 돈 될 만한 게 없잖아. 중국과 인도가 버마에 붙어 있다는 점도 만만치 않을 테고. 버마 시민들이야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 이라크 문제는 어떻게 봐왔나?

= 정직하게 말해 입장이 난처했어. 미국정부, 의회 대표단쪽에서 우리 입장을 밝히라는 거야. 공격 직전이었는데, 미국정책과 이라크 정부 둘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는 거야.

- 그래서?

= 사담이 9·11테러와 알카에다를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전제 아래 미국정책을 지원한다고 에둘러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

- 불교와 승려가 전쟁을 지원해도 되나, 어떤 이유에서든?

=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난 이미 좋은 중이 될 자격이 없는 거야.

타이-버마 국경=글·사진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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