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슬림 무장단체들과 깊어가는 반미감정이 변수
이스라엘의 육·해·공군이 라말라와 가자지구의 중요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던 지난 10월12일 갑작스럽게 아랍 방송에서는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아랍민중이여, 우리의 적 이스라엘을 향해 돌을 들라. 피를 흘리라. 우리의 피로 시온주의 침략자들로부터 우리 형제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구출하자.” 그날부터 대이스라엘과의 성전을 촉구하는 선무방송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오랜만에 ‘일치단결’한 아랍권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 가장 격렬한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인지 예멘에서 미 구축함 콜호가 폭파돼 17명이 사망했고 다음날에는 영국대사관까지 테러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이 끝내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데 대해 아랍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강력한 분노를 분출하고 있고, 중동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1993년 오슬로협정 이후 진척을 보여온 협상성과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전면 대결하는 5차 중동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과연 제5차 중동전의 단추는 눌러졌는가? 이스라엘은 폭격을 감행한 뒤 “라말라에서 이스라엘 병사 3명을 살해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야만적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적인 행위”이며,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한 상징적 경고”라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쪽에서 보면 이것은 명시적인 전쟁선포였다. 이스라엘은 강경보수인 아리엘 샤론이 이끄는 리쿠르당이 참여하는 비상정부 구성으로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침략으로 발생하는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고통스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팔 유혈충돌이 발생한 지난 9월28일 이후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감정이 극도로 격앙되면서 ‘반이스라엘’의 기치 아래 전과는 전혀 다른 강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온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하다. 반이스라엘 시위가 아랍권을 휩쓸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장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무방비상태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맹공을 당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은 이라크를 필두로 한 강경파들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켜주고 있다.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전쟁 불사’를 선언하거나 이집트, 요르단 등의 단교선언 같은 극단적 조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모로코는 자국 외교관을 철수시켰고, 오만은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를 폐쇄조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모종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1∼22일로 예정된 아랍정상회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아랍국가들이 일치단결해 대이스라엘 선전포고가 이뤄지기에는 많은 내부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전면적인 전쟁개입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강도높은 대응조처가 취해질 것이 예상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꼭두각시다”
아랍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 해도 즐비한 무장단체와 강경파 무슬림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지하드(聖戰)에 나설 경우 아랍권과 이스라엘은 뜻하지 않은 정면대결, 즉 5차 중동전에 맞부닥뜨릴 소지가 있다. 특별히 팔레스타인 내 무장단체간의 역학관계는 중요 변수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쪽은 반(反)이스라엘 무장 테러조직 ‘하마스’ 조직원들을 대거 석방했다. 하마스는 12일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로켓 공격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확대를 의미한다”며 “팔레스타인 국민과 당국은 이스라엘 적들에 대한 저항과 성전이라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대치상황이 계속되는 현재로서는 팔레스타인 각 세력간에 내부 단결의 모양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마스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산하의 팔레스타인해방을 위한 민주전선(DFLP),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민중전선(PFLP) 등의 강경파들은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28일 충돌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곳곳에서는 자생적인 자위대, 민병대가 조직되고 있는데 이들의 입장 또한 강경하다. 아라파트가 이전처럼 다시금 이스라엘과의 미온적인 협상으로 이번 사태를 봉합하려 시도한다면 이들은 반아라파트, 반이스라엘 투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레바논 접경지역도 긴장감이 돈다. 이스라엘은 아랍인 시위대가 공격해 올 경우 발포하도록 군에 명령했다고 유엔평화유지군에 통고했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전 아랍인이여 거리로 뛰쳐나와 분노를 표현하라”며 반이스라엘 성전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들은 이미 3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인질로 잡아두고 있다. 인질 카드와 헤즈볼라의 대응은 전선 확대의 열쇠가 되고 있다.
반이스라엘 분위기에 편승해 반미 분위기가 확산되고 미국을 상대로 하는 무력 저항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새로운 변수이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이집트와 시리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아랍국가들의 반이스라엘 시위현장에서 군중은 빈번하게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요르단과 시리아 등 곳곳의 미국대사관이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예멘 주재 미 대사관은 오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이슬람 지도자는 미 대사관과 미국 기업, 미국인들을 “지하드를 위한 정당한 공격 목표물”로 지목했다. 이미 이슬람 과격단체의 하나인 ‘이슬람 저항군’은 13일 “알악사 사원의 인티파다(봉기) 순교자단체와 이슬람 저항군이 연대해 아덴항의 미군 구축함 콜을 기습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타오르는 아랍권의 반미감정은 중동의 위기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랍인들의 이런 반미감정은 단순한 일반 시민들의 정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라크나 시리아, 리비아는 물론이고 친미정권인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중동지역의 반미감정이 고조되자 미국 정부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중동과 아프리카 21개국의 대사관을 잠정폐쇄했다.
아랍인들의 반미감정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 “이전에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앞잡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꼭두각시이다”라는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한 한 팔레스타인인의 말처럼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서 비롯된 거부감이다. 이-팔 유혈충돌 사태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은 거의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유엔안보리의 이스라엘 규탄 결의안 표결에 유일하게 기권했고, 팔레스타인쪽이 요구한 국제진상조사위원회 구성도 거부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7월 캠프 데이비드협상이 결렬되자 그 책임이 아라파트 수반에게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 이후의 협상과정에서도 미국의 중재안은 거의 이스라엘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는 게 팔레스타인쪽의 시각이다. 아흐마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의회(PNA) 의장은 “그들은 생각도 안 해 보고 전적으로 이스라엘 입장만 지지한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무기라곤 돌과 화염병밖에 없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만 비난하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아랍권 전체의 반미 분위기는 미국 외교에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협상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전쟁불사를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가지만 평화를 요구하는 소리 또한 높아가고 있다. 인터넷상의 가장 권위있는 아랍사이트인 ‘아라비아 닷컴’이 실시한 사이버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쟁을 반대하는 비율이 51%를 차지하고 있다. 16일부터 아라파트와 에후드 바라크,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이 이집트 샤름 엣쉐이크에서 협상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어떤 형태로든 이번 유혈사태를 종결지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에후드 바라크로서는 이번 협상이 손해볼 것이 없겠지만 아라파트의 입지는 그리 넓지 않다. 설사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그 협상안이 1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없이 많은 이들이 부상을 당한 현실에 분노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감정을 치유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7년 동안에도 협상이란 이름의 말잔치가 펼쳐졌다. 그런데 우리가 얻은 것은 없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현지 분위기이다. 아랍 민중은 중동평화회담에 비관적이다.
일부 점령지역 도시는 지금도 전기가 나가 칠흑같은 어둠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 그리고 낮이 되면 다시금 전선이 형성된다. 죽은 자를 애도하고 피의 보복을 다짐하는 의식이 되풀이된다. 투석전과 총격전은 이 지역에서 이미 일상이 되고 있다. 승자는 없이 피만 부르는 유혈충돌. 이것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너무나 길고 가혹할 것이다.
암만=김동문 통신원yahiya@hanimail.com

(사진/“이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총격으로 죽은 어린아이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이 끝내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데 대해 아랍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강력한 분노를 분출하고 있고, 중동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1993년 오슬로협정 이후 진척을 보여온 협상성과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전면 대결하는 5차 중동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과연 제5차 중동전의 단추는 눌러졌는가? 이스라엘은 폭격을 감행한 뒤 “라말라에서 이스라엘 병사 3명을 살해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야만적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적인 행위”이며,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한 상징적 경고”라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쪽에서 보면 이것은 명시적인 전쟁선포였다. 이스라엘은 강경보수인 아리엘 샤론이 이끄는 리쿠르당이 참여하는 비상정부 구성으로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침략으로 발생하는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고통스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팔 유혈충돌이 발생한 지난 9월28일 이후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감정이 극도로 격앙되면서 ‘반이스라엘’의 기치 아래 전과는 전혀 다른 강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온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하다. 반이스라엘 시위가 아랍권을 휩쓸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장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무방비상태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맹공을 당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은 이라크를 필두로 한 강경파들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켜주고 있다.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전쟁 불사’를 선언하거나 이집트, 요르단 등의 단교선언 같은 극단적 조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모로코는 자국 외교관을 철수시켰고, 오만은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를 폐쇄조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모종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1∼22일로 예정된 아랍정상회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아랍국가들이 일치단결해 대이스라엘 선전포고가 이뤄지기에는 많은 내부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전면적인 전쟁개입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강도높은 대응조처가 취해질 것이 예상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꼭두각시다”

(사진/지난 10월13일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시위대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항의해 이스라엘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라말라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병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