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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총성은 아직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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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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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현장에서 둘러본 유혈충돌… 시위대와 약탈자에 대한 미군의 과잉대응에 반발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화려한’ 종전 선언과 무관하게 미군과 이라크인들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바그다드 남부 50km 지점의 팔루자는 연일 시끄럽다. 4월28일 반미시위대를 향해 미군이 총격을 가해 15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한 데 이어 4월30일 2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5월1일 새벽 미군을 겨냥한 수류탄 공격으로 미군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벌어졌다. 포성은 멎었지만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처참하게 죽일 수가…

사진/ 강도짓을 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미군이 현장에서 사살한 이라크인. 미군 당국의 과잉대응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4월28일 바그다드를 찾은 날이 공교롭게도 사담 후세인의 66회 생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경계가 강화된 이라크 국경 사무소를 빠져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빨 빠진 사담 후세인은 아직도 위협적인 존재일까. 이라크인 하젬은 내놓고 사담 후세인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그에 필적한 만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 시아파임에도 스스럼없이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그는 이라크인의 40% 안팎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말했다. 질서회복이 늦어질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는 커진다.


바그다드 거리는 온통 차량과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디나르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여전히 사담 후세인이었다. 시민들은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기름값이 6~7배가량 뛰어올랐지만 그나마 재고가 바닥나 인파가 몰리는 몇몇 주유소는 미군의 엄호를 받기까지 했다. 카르라다 거리, 사둔 거리 등 시내 곳곳에는 위성 수신기 취급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 위성수신기 세트 250달러”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위성수신기 분야에서 한국 제품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자그마한 위성수신기 대리점에서조차 하루에 4천달러 안팎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위성방송은 중동의 정보 후진국인 이라크를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전기 공급 사정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바그다드 밤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있다. 그러나 밝아진 밤하늘에 밤새 총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 미군 주둔지 여기저기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시위대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셰라톤 호텔과 팔레스타인 호텔 주변에서 구직 신청서를 내는 많은 이라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없다’는 의미의 ‘마꾸’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물도 없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고, 질서도 없는 이유가 다 미국 탓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29일 오후 바그다드 시내 승리광장 인근 가게 앞에서 한 이라크인이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아니, 아무리 강도짓을 하려 했다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죽일 수 있는가?” 현장에 몰려 있던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이미 땅에 엎드린 이라크인은 일어날 수 없다. 다음날에도 미군의 총격으로 2명이 죽었다.

사진/ 반미시위를 벌이는 이라크인들. 바그다드는 밤마다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바그다드에서 연료탱크에 불이나 사상자가 여럿 발생하는 등 이라크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규군과의 전쟁은 끝났지만 총성은 멈추지 않는다. 약탈자나 시위대에 대한 미군 당국의 과잉대응으로 미군 철수와 반미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총을 드는 이라크 민간인들도 늘어만 간다. 미군과 이라크 민간인들간 충돌과 갈등이 교전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또 다른 전쟁이다. 3주에 걸쳐서 이라크 내 반미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군 발포와 이라크 민간인의 무장은 새로운 위기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여러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로 가는 발걸음은 폭증하고 있다. 한때 절정에 달했던 외신 취재진이 빠져나간 자리를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암만~바그다드를 오가던 차량의 교통비도 정상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 한때 편도 2천달러까지 치솟았던 요금도 200달러 안팎으로 내렸다. “암만을 떠나 바그다드로 오던 길에 약탈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차량을 총기로 위협하고 인근 사막으로 끌고 갔다. 모든 물품을 챙겨가지고는 사라졌다.” 긴급 구호활동을 위해 바그다드로 가던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는 4월29일의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는 바그다드행 수송 차량들. 전후 특수를 겨낭한 물품들이 속속 바그다드로 향하고 있다(왼쪽). 위성 수신기 설치업은 이라크의 신종사업이다. 후세인은 위성방송 시청을 금지했었다(오른쪽).

구호단체 관계자들 몰려와

한동안 멈췄던 바그다드로 향하는 컨테이너 행렬도 다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중고차를 잔뜩 실은 트레일러에서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까지 도로를 가득 채운다. 수입관세도 없는 상황이라 장사치들이 능력만 되면 바그다드로 돈 될 만한 것을 챙겨갈 수 있다. 그들에겐 지금이 사업을 시작하기 딱 좋은 때다. 먼동이 틀 무렵의 요르단 국경사무소에는 밀려든 차량들이 100대가 넘었다.

이들 무리 가운데는 한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바그다드 곳곳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한인들을 만날 수 있다. 민간 구호단체와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이다. “전쟁을 겪은 나라 같지 않다. 바그다드는 참 거대한 도시다.” 구호단체 관계자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이들은 이라크 상황이 전쟁을 겪은 다른 국가들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당혹감을 느낀다. 전문가들은 이라크는 이미 긴급 구호나 긴급 의료지원을 넘어서서 재건사업이 진행돼야 할 시점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구호단체 활동가는 “어차피 이라크는 국력이 있는 나라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석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한국인들이 이라크를 돕겠다고 생색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이미 확보된 이라크 지원기금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한인들이 바그다드 곳곳을 누비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이라크의 미래. 이라크인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책임지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바그다드=글·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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