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스라엘 저항에서 끈질기게 지도적 역할… 친러시아·프랑스 노선도 미국엔 눈엣가시
이라크에서의 ‘승리’에 도취한 미국은 이후 시리아에 대한 위협을 연발해오고 있다. 시리아는 최근 ‘국제 테러 후원국’, ‘후세인의 방조자’로 미국 언론지상에 계속 오르내리곤 한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친서방적 노선을 걸어온 독재자 후세인을 2001년 9월11일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 인물로 생각할 정도로 중동 정치에 대해서 기본적 관념조차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텔레비전과 신문이 ‘시리아’와 ‘이슬람’, ‘테러’와 같은 단어들을 자주 같이 사용한다면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시리아를 ‘마땅히 응징받아야 할 나라’로 생각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하나의 통념이 된다면 시리아로의 확전은 또 하나의 끔찍한 현실로 나타날는지 모른다.
이슬람주의와 싸워온 아싸드 정권
현재 미국의 시리아 침략 위협이 실질적 침략 계획을 말해주는 것인지, 시리아 정권 압박과 순치용으로 나오는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최고의 중동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영국의 <인디펜던트>지의 베테랑급 중동 주재 특파원 로버트 피스크에 따르면, “석유가 많지 않은 시리아를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공격하지는 않을 듯하다”는 추측이다. 그렇다면 시리아가 적대시되는 진정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세뇌를 당하는 미국 국민들은 시리아를 ‘이슬람주의 테러리즘 소굴’로 오해할는지 모르지만, 세뇌를 실시하는 주체들은 현재 시리아의 정권과 이슬람주의가 불구대천의 적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1970년의 군사 정변을 통해서 집권한 바트(Ba’ath·아랍 사회주의 부흥)당의 카페즈 아싸드(Hafez al-Assad·1930~2000) 대통령만큼 이슬람주의자와 치열한 전쟁을 치른 통치자는 아랍권에서 드물다. 온건 친소련파의 개발 독재자 아싸드가 주요 서방국가와 관계 개선에 노력한 것도 1970년대 중반의 레바논 내란에서 처음에 기독교쪽의 편을 들어준 것도 이슬람주의자의 노여움을 사는 데 기여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싸드 가문의 ‘출신 성분’이었다. 아싸드 가문이 속하는 시아파 계통의 알라위(Alawi)파는, 정통 수니파에 의해서 고래로 ‘이단’으로 지목돼온 시리아의 종교적 소수자(전체 인구의 12%)들이다. 아싸드 정권을 ‘이단의 독재’로 규정한 이슬람주의 단체 ‘이슬람 형제’들이 1980~82년에 반정권 봉기를 일으켰는데, 그 진압 과정에서 거의 3만명까지 희생자가 생겼다는 것이 서방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시리아의 감옥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약 4천명의 양심수는 대개 ‘이슬람 형제’나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단체들의 활동가들이다. 1980년대 내내 빈 라덴 등 많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을 지원해온 미국 CIA와 달리 아싸드 정권은 철저하게 이슬람주의와 싸워왔던 것이다. 1980년대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에서 시리아가 이란의 편을 들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당시에 미국이 지원해주었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미워서였다. 철저하게 세속주의적이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는 아싸드 정권이 이란과 협력하는 분야는, 주로 대 이스라엘 항전뿐이었다. 시리아가 일부 지원해주는 친이란 조직인 ‘헤즈볼라’(Hizballah·신의 정당)의 레바논에서의 반이스라엘 투쟁을 이스라엘은 ‘테러’라고 부르지만 아랍의 입장에서는 합당한 저항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는, 시리아에 결코 친화적이지 않은 미 국무성의 관료들마저도 시리아의 ‘테러리즘 지원’의 설득력 있는 확증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에 와서 갑자기 ‘시리아 정벌’을 들먹이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현재 워싱턴 정권의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입장과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을 염두에 둔다면, 시리아에 대 이스라엘 강경 태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전략적인 요충지인 골란고지를 빼앗기고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 때 이스라엘의 기습적 공격에 거의 80대의 소련제 전투기를 잃은 시리아는,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골란 고지 철수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등 이스라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왔다. 이미 이스라엘과의 타협에 안주한 이집트나 요르단과 달리, 하마스 등의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는 아랍권의 ‘저항적 민족주의’의 기수라 할 만하다. 시리아의 ‘제1의 전략적 위협’인 이스라엘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도 강한 오늘의 워싱턴 정가에서 ‘시리아 정벌’ 이야기는 ‘눈엣가시 시리아’를 제거하려고 애쓰는 이스라엘의 ‘숙원’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제 무기 구입, 눈뜨고 못 본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영향도 명백하지만, 미국의 지도부를 순전히 ‘이스라엘의 꼭두각시’만으로 본다는 것도 지나친 견해인 듯하다. 워싱턴으로서는 이스라엘 문제들과 무관하게라도 시리아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볼 만한 이유들이 충분히 있다.
첫째, 1967년과 1973년 이스라엘과 대규모 전쟁을 치른 시리아는 어느 아랍 국가보다도 옛 소련과 가까웠다. 1970~80년대의 소련 무기 구입에 따른 약 200억달러어치의 빚을 현재의 러시아에 계속 갚지 못하고 있는 시리아는 러시아제 무기를 계속 구입하고 있다. 사실, 2000년에 사망한 아싸드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처리한 주요 사업 중의 하나는 20억달러어치 러시아제 무기 구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의 무기 시장을 독점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아닌 무기 공급자에 늘 의존해온 시리아가 ‘괘씸죄’에 걸린 지 오래다. 더군다나, 옛 소련이 무너진 뒤에 대 서방 접근에 적극적이었던 시리아가 미국이 아닌 옛 식민모국 프랑스를 주요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미국으로서는 하나의 도전으로 보인다. 이집트와 요르단, 군사적으로 점령한 이라크를 거점으로 이용해 중동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친러시아·친프랑스적인 시리아가 껄끄러운 것이다.
둘째, 미국의 ‘속국’이 되기를 거부해온 시리아가 이집트와 같은 중동의 주요 미국 제국의 ‘후국’(侯國)에 비해서 훨씬 더 안정된다는 것이 미국 전략가들에게 골칫거리다. 아싸드 정권의 요직에 알라위파 인사들이 포진된 것도, 그중 일부의 부정부패가 민심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도 없지 않지만, 바트당 지도부가 지역적 집단간의 안배와 부정부패의 견제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시리아라는 국민 국가를 본 궤도에 올린 카페즈 아싸드라는 개발 독재자의 18시간씩의 초인적인 일과나 그의 검소한 생활양식은, 시리아 국민에게 근대적인 ‘공공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안과 의사로 교육을 받은 시리아의 현재 통치자, 카페즈 아싸드의 ‘왕자’ 바싸르의 기술 관료로서의 능력이나 부조리 근절 노력도 시리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인정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싸드 가문의 개발 독재에 당당한 민족주의적 명분을 안겨준 것은, 시리아의 대 이스라엘 대립에서의 지도적 역할이다. 미국의 첨병 이스라엘에 가장 끈질기게 저항해온 시리아는 세르비아처럼 친미 혁명이 일어날 나라도 아니고 이라크처럼 아랍권에서 소외된 나라도 아니다. 이쯤 되면 중동권의 완전 장악을 원하는 미국으로서 ‘질기지만 먹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제3차 대전의 서곡 될 수도
열강들이 서로의 영향권을 존중했던 과거 같으면, 유럽·러시아 영향권으로 분류되는 시리아가 워싱턴의 다음 표적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1983년 12월, 미군과 시리아군이 레바논에서 소규모 교전을 벌였을 때마저도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전폭적인 침략을 꿈꾸지 못했다. 그러나 부시의 ‘막가파’들에게는 제3세계 국가의 주권도 동료 열강의 영향권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동에 대한 독점적이며 완전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배를 갈망하는 그들이 시리아를 정말 침공할는지 의문이지만 장기적으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힘들다.
만약 시리아 침공이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아랍권과 이웃 이란의 반미 열풍도 가공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겠지만, 차례로 이라크와 시리아라는 ‘위성 국가’를 잃은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이 군비 확장과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부시 정권의 중동 침략은 얼마든지 3차 세계대전의 서곡이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1. 시리아에 관련된 서방 세계 링크 모임:
http://www.biu.ac.il/SOC/besa/meria/research-g/syria.html
2. 시리아와 러시아 무기 거래에 관한 서방권 정보:
http://www.worldtribune.com/x100.html
3. “아싸드 왕조”에 대한 한 이스라엘 잡지의 보도:
http://www.jrep.com/Info/Asad/asadmain.html
4. 시리아에 관한 간단한 소개(독일):
http://www.arab.de/arabinfo/syriahis.htm
5. 고 아싸드 대통령의 간단한 전기:
http://i-cias.com/e.o/assad_hafiz.htm
6. 시리아 근·현대사의 간단한 연표:
http://www.lib.utexas.edu/maps/atlas_middle_east/syria_timeline.jpg
박노자 ㅣ 오슬로국립대 교수·<아웃사이더> 편집위원

사진/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거리를 걷는 병사와 여인들.(GAMMA)
세뇌를 당하는 미국 국민들은 시리아를 ‘이슬람주의 테러리즘 소굴’로 오해할는지 모르지만, 세뇌를 실시하는 주체들은 현재 시리아의 정권과 이슬람주의가 불구대천의 적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1970년의 군사 정변을 통해서 집권한 바트(Ba’ath·아랍 사회주의 부흥)당의 카페즈 아싸드(Hafez al-Assad·1930~2000) 대통령만큼 이슬람주의자와 치열한 전쟁을 치른 통치자는 아랍권에서 드물다. 온건 친소련파의 개발 독재자 아싸드가 주요 서방국가와 관계 개선에 노력한 것도 1970년대 중반의 레바논 내란에서 처음에 기독교쪽의 편을 들어준 것도 이슬람주의자의 노여움을 사는 데 기여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싸드 가문의 ‘출신 성분’이었다. 아싸드 가문이 속하는 시아파 계통의 알라위(Alawi)파는, 정통 수니파에 의해서 고래로 ‘이단’으로 지목돼온 시리아의 종교적 소수자(전체 인구의 12%)들이다. 아싸드 정권을 ‘이단의 독재’로 규정한 이슬람주의 단체 ‘이슬람 형제’들이 1980~82년에 반정권 봉기를 일으켰는데, 그 진압 과정에서 거의 3만명까지 희생자가 생겼다는 것이 서방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시리아의 감옥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약 4천명의 양심수는 대개 ‘이슬람 형제’나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단체들의 활동가들이다. 1980년대 내내 빈 라덴 등 많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을 지원해온 미국 CIA와 달리 아싸드 정권은 철저하게 이슬람주의와 싸워왔던 것이다. 1980년대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에서 시리아가 이란의 편을 들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당시에 미국이 지원해주었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미워서였다. 철저하게 세속주의적이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는 아싸드 정권이 이란과 협력하는 분야는, 주로 대 이스라엘 항전뿐이었다. 시리아가 일부 지원해주는 친이란 조직인 ‘헤즈볼라’(Hizballah·신의 정당)의 레바논에서의 반이스라엘 투쟁을 이스라엘은 ‘테러’라고 부르지만 아랍의 입장에서는 합당한 저항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는, 시리아에 결코 친화적이지 않은 미 국무성의 관료들마저도 시리아의 ‘테러리즘 지원’의 설득력 있는 확증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에 와서 갑자기 ‘시리아 정벌’을 들먹이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현재 워싱턴 정권의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입장과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을 염두에 둔다면, 시리아에 대 이스라엘 강경 태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전략적인 요충지인 골란고지를 빼앗기고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 때 이스라엘의 기습적 공격에 거의 80대의 소련제 전투기를 잃은 시리아는,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골란 고지 철수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등 이스라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왔다. 이미 이스라엘과의 타협에 안주한 이집트나 요르단과 달리, 하마스 등의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는 아랍권의 ‘저항적 민족주의’의 기수라 할 만하다. 시리아의 ‘제1의 전략적 위협’인 이스라엘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도 강한 오늘의 워싱턴 정가에서 ‘시리아 정벌’ 이야기는 ‘눈엣가시 시리아’를 제거하려고 애쓰는 이스라엘의 ‘숙원’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제 무기 구입, 눈뜨고 못 본다?

사진/ 시리아가 아사드 전 대통령(사진) 가문의 오랜 개발독재를 겪어왔음에도 아랍권 국가 중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도 미국엔 골칫거리다.(GAMMA)

사진/ 레바논 출신의 소년들이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시리아는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GAMMA)
박노자 ㅣ 오슬로국립대 교수·<아웃사이더>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