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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국제형사법원에 고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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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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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빠이롯 폴페뜨(변호사·시민자유연합 사무총장)

현장지원 나갔다 맥빠져 돌아오는 변호사들… 비판하면 마약관련자로 몰린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방콕 변두리에 자리잡은 시민자유연합 사무실 공기도, 또 탁신 총리가 주도하는 ‘마약과의 전쟁’의 불법성을 고발해온 빠이롯도 모두 고단해보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4월 타이, 내남없이 힘겨운 계절을 맞고 있는 모양이다.

사진/ 빠이롯 폴페뜨(정문태)

-지친 것 같네?


= 메아리가 있어야지…. 처음에 목청 높이던 이들이 모두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지금은 아무도 없어.

- 왜 이렇게 되었나?

= 시민들이 정상적인 의식을 가동할 수 없게끔 만들어버렸지. 마약전쟁을 놓고 “잘하는 짓이다”는 여론이 하도 세니까 겁나서 대들 수가 없어. 초창기엔 그래도 전문가집단과 사회운동가들에다 특히 변호사·판사·교수들은 물론이고 검사들까지 불법성을 지적했으니.

- 여기도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부시식 전쟁’ 방식이 통하는군.

= 바로 그거다. “마약과 전쟁을 비판하는 이들은 모두 마약관련자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 그래도 방식을 찾아야 할 텐데?

= 언론도 전문가들도 숨죽이고…. 현장지원 나간 변호사들마저 맥빠져 돌아오는 판이니.

- 변호사들 이야기는 무슨 소린가?

= 뜻있는 변호사들이 희생자 가족들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면 “좋다”고들 하고는 다음날 다시 찾아가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거둬버린다.

- 무슨 협박이라도?

= 평생 ‘법’자도 들어본 적 없는 골짜기 사람들이다 보니 변호사가 다녀간 뒤 누가 슬쩍 위협하거나 몇푼 쥐어주면 마음이 쉽게들 변하지.

-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 건가?

= 법이 돌아가게 하려면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경찰이 경찰을 수사해야 하는 판이니…. 그 다음에 검사가 법원으로 올리는 절차인데, 이게 될 리가 없지. 그래서 지금 국제형사법원에다 ‘제7조 인간성에 대한 범죄’로 탁신 정부를 고발할 수 있는지를 놓고 연구하는 중이다.

-법적 요건이 갖춰질 수 있을까?

= 법률상으로는 확신할 수 있어. 다만 절차상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 타이 국내 정서나 문화가 워낙 민족주의 성격이 강한데다, 아직 조금 더 정부 태도를 지켜볼 필요도 있어서.

방콕=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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