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연합의 경쟁구도 속에 이해되는 아셈, NGO 주장 받아들일 단서는 없어
지난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동시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갖게 했다. 이 일은 동아시아의 안보전략을 변화시켰고 한반도의 냉전종식 문제를 국제적 의제로 격상시켰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맞아 서울에 모이는 25개 회원국의 정상들은 냉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시민사회 배제된 아셈회의의 원동력
국제경제가 ‘세계화’를 향해 돌진하면서 새로운 지역블록 구축 전략과 지역간 연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점에서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의 접점이 되었고, 그 중요성은 아시아 시장의 접근을 위한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경쟁구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셈은 1996년 창설 때부터 두 지역간의 경제협력을 비롯해 정치·안보문제, 문화·사회적 결속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제를 다룬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아셈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어온 것은 주로 무역과 투자에 대한 의제였다. 아셈은 세계무역기구(WTO)가 표방한 개방적이며 규정에 따른 무역구조를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명백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건 대규모 다국적 기업, 특히 유럽의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도록 규정된 무역촉진실행계획(TFAP)과 투자촉진실행계획(IPAP)이라는 두개의 대표적인 실행계획에 따라 구체화되었다. 말하자면, 현재까지 아셈의 원동력은 이런 기업부문에 의해 주도돼 왔고, 그 결과 정치적 과정이 주변화되었으며 시민사회는 배제되고 말았다. 서울에서 열릴 제3차 아셈정상회의 전 과정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인지 관심거리다. 돌이켜보면 제1차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 두 지역을 대표하는 정부들이 평등한 동반자관계를 선언했던 이른바 ‘약속된 기회’였다. 이어서 제2차 아셈은 시기적으로 경제위기가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던 무렵이어서 이른바 ‘잃어버린 기회’였다. 당시 유럽회원국들은 경제위기의 분석과 처방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떠넘겼고 심지어 아셈의 신탁자금까지 세계은행에 기탁해버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주 서울에서 열릴 제3차 아셈은 ‘되찾은 기회’가 될 것인가. 정부간의 치밀한 준비과정을 보면 회원국들이 다시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모양새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 제3차 아셈이 아시아유럽의 시민조직과 비정부단체들이 주장하는 핵심의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확고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만한 단서는 아직 없다. 지금까지 유럽과 아시아의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은 ‘아시아-유럽 민중포럼’을 결성해서 아셈에 대해 비판적 관여로 접근해 왔다. 이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지역간 협의체와는 달리 아셈이 정치적, 안보적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유럽 시민들도 위기를 느낀다
서울의 제3차 아셈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전체가 재정위기로 야기된 사회·인성적 영향 아래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셈이다. 이 경제위기는 이미 아시아 몇몇 국가의 민주화 발전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고, 한국에서도 대규모 실업문제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한편, 현안으로 떠오른 세계화의 문제는 아시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사회보장과 복지제도에 압력이 가중되는 것을 비롯해 사회 제분야가 영향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은 극우파의 증가, 인종갈등, 전쟁의 재발, 여성 비정규직의 증가 그리고 해외이주자와 난민들의 주변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3차 아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바로 이런 부문에까지 다양하게 미치게 될 것이다.
제3차 아셈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그리고 세계무역기구가 살포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종지부를 찍게 하자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과연 경제적 협력관계를 재검토할 것인가. 그리고 한반도의 남북대화를 지원하며 아시아의 군비증강에 유럽국가들의 개입을 차단하는 문제를 포함한 두 지역의 평화와 안보분야에 특별한 의제를 창출해낼 것일까. ‘아시아-유럽 민중포럼’이 제창한 ‘사회포럼’ 안건을 실질적으로 다룰 것일까. 이런 것들이 ‘아셈2000 민중포럼’이 이번 주말 서울의 제3차 아셈에 제기할 사안들이다. 동시에 이 사안들은 서울의 거리에서도 제기될 것이다.

(사진/피엣예 베르베스트(Pietje Vervest)/ 다국적기업연구소(TNI) 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

아셈은 1996년 창설 때부터 두 지역간의 경제협력을 비롯해 정치·안보문제, 문화·사회적 결속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제를 다룬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아셈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어온 것은 주로 무역과 투자에 대한 의제였다. 아셈은 세계무역기구(WTO)가 표방한 개방적이며 규정에 따른 무역구조를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명백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건 대규모 다국적 기업, 특히 유럽의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도록 규정된 무역촉진실행계획(TFAP)과 투자촉진실행계획(IPAP)이라는 두개의 대표적인 실행계획에 따라 구체화되었다. 말하자면, 현재까지 아셈의 원동력은 이런 기업부문에 의해 주도돼 왔고, 그 결과 정치적 과정이 주변화되었으며 시민사회는 배제되고 말았다. 서울에서 열릴 제3차 아셈정상회의 전 과정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인지 관심거리다. 돌이켜보면 제1차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 두 지역을 대표하는 정부들이 평등한 동반자관계를 선언했던 이른바 ‘약속된 기회’였다. 이어서 제2차 아셈은 시기적으로 경제위기가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던 무렵이어서 이른바 ‘잃어버린 기회’였다. 당시 유럽회원국들은 경제위기의 분석과 처방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떠넘겼고 심지어 아셈의 신탁자금까지 세계은행에 기탁해버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주 서울에서 열릴 제3차 아셈은 ‘되찾은 기회’가 될 것인가. 정부간의 치밀한 준비과정을 보면 회원국들이 다시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모양새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 제3차 아셈이 아시아유럽의 시민조직과 비정부단체들이 주장하는 핵심의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확고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만한 단서는 아직 없다. 지금까지 유럽과 아시아의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은 ‘아시아-유럽 민중포럼’을 결성해서 아셈에 대해 비판적 관여로 접근해 왔다. 이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지역간 협의체와는 달리 아셈이 정치적, 안보적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유럽 시민들도 위기를 느낀다

(사진/IBRD총회가 열린 프라하에서 분노하는 세계 각국의 시위대. 그 시위대는 이제 서울로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