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국유기업 간부가 비리 저지르는 ‘59살 현상’에 이어 젊은 층 부패도 급증하는 중국
3월 말 <징화스바오>에 1999년 공금횡령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윈난성 홍탑산집단공사 전 총재 추스지엔의 경영복귀가 추진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윈난성에서 담배회사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홍탑산은 추스지엔이 회사를 떠난 뒤 회사 경영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2002년 홍탑산의 담배판매량은 총 152만5천 상자, 그 중 수출은 고작 2만 상자다.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18만 상자나 줄었다. 윈난성 담배공사의 한 고위 관리자는 “홍탑산은 근본적으로 경영상태를 회복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윈난대학의 한 교수는 “현재 홍탑산 간부들은 추스지엔이 돌아와 홍탑산을 다시 일으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추스지엔이 사직한 뒤 윈난성 정부가 간부를 임명했지만, 경영난을 해결하지 못해 벌써 두 차례나 경영진이 바뀐 상태”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값싼 기업가”
추스지엔은 98년 말 중국 언론에서 최악의 경제인으로 평가했던 인물이다. 홍탑산이란 국유기업을 윈난성에서 제일가는 담배회사로 키워놓은 당사자인 그가 퇴직을 앞두고 공금횡령이란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고 말았다. 당시의 매서운 비난과 달리 현재 중국 언론이 추스지엔에 대해 보내는 시선은 그리 따갑지만은 않다. 그가 퇴직을 앞두고 공금횡령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국유기업 내부의 불합리한 구조에 문제를 돌리는 분위기다.
홍탑산집단유한책임공사 이사장이자 총재였던 추스지엔은 17년 동안 800억위안이란 이윤을 창출했다. 수십억위안에 달하는 세금을 국가에 바치면서도 매년 그의 수입은 고작 5만위안(약 800만원)에 불과했다. 98년 59살이 된 그는 퇴직 뒤 기존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연금만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퇴직을 앞두고 재무담당자와 짜고 가짜 장부를 만들었다. 허술한 감독체계를 이용해 부정행각을 저지른 것이다. 중국에선 국유기업 간부로 재직할 때 기업경영의 전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경영실적이나 이윤확대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아 퇴직을 앞둔 기업간부들의 공금횡령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민족음료 기업으로 중국 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지엔리바오 이사장 리징웨이, 선전시 전력공사 이사장 라오더롱, 화천기업의 양롱 등은 과거 업적으로 보면 국유자산을 증대시킨 일등공신들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들이 막판에 직위를 이용해 내부자금에 손대면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고 권력으로 이어지는 길을 봉쇄당했다. 중국 언론은 퇴직을 앞둔 기업간부들의 잇단 부패사건을 두고 ‘59살 현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이 현상을 두고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중심 저우치런 교수는 “중국의 국유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값싼 기업가를 두고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유기업 간부들의 낮은 임금과 기업 내 분배제도, 감독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금융권에서는 최근 3~4년 동안 직위를 이용한 불법대출과 뇌물수수 건으로 중국의 국유기업 은행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광따집단유한공사 이사장 주샤오화는 불법대출 대가로 400만위안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또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이자 전 중국건설은행장인 왕쉬에빙도 공금횡령, 수백억위안의 뇌물수수 등을 이유로 파면처분됐다. 젊은 층 비리는 호화생활 때문
퇴직을 앞둔 국유기업 간부들의 부패에 뒤이어 최근에는 기업 내 젊은 간부들의 부패도 줄을 잇고 있다. “젊은 XX급 간부 XXX 재판” 같은 기사가 신문지상에 빈번히 오르내린다. 횡령죄의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인터넷상의 화젯거리로 등장할 정도다. 허베이성 국세당국 서기인 리전은 젊은 나이로 고위직에 올랐으나 39살에 죄악이 세상에 폭로됐다. 조사결과 그는 1천만위안대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39살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 뒤 한 성에서는 26살의 은행주임이 1천만위안의 공금을 횡령해 ‘26살 현상’이 출현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간부들의 부정행각을 59살 현상과는 다른 시각으로 분석한다. 59살 현상은 퇴직을 앞둔 간부들이 퇴직 이후의 생활을 위한 적립금 마련 차원에서 저지른 범죄로 분석된다. 정치생명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막판에 한건 건져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39살 현상’이나 ‘26살 현상’은 화려한 생활에 대한 유혹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해외 외유나 유흥업소 출입, 과소비 등은 이미 국유기업 간부들의 일반적 행태가 된 지 오래다. 부동산을 사들이고 첩을 두고 자녀를 귀족학교에 보내거나 해외유학 시키는 등의 사치생활을 누리기 위해 부정을 저지른다는 분석이다.
26살, 39살 나이의 간부들은 한창 재산을 축적하고 목적을 위해 분투할 시기에 있다. 그 과정에서 특히 뇌물수수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젊은 간부들은 전도양양한 앞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 방법 또한 노년 간부들에 비해 선택적이고 은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젊은 간부들 사이에는 “노련하지 않으면 받지 마라. 안전하지 않으면 받지 마라. 관계를 공고히 한 뒤 뜯어내라. 잘 처리할 수 없으면 받지 마라” 등이 뇌물수수 원칙으로 통한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검찰당국이 최근 3년간 직무범죄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학력자, 호황업종, 거액사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져 일명 ‘삼다 현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공식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하얼빈시에서 직무유기죄를 저지른 79명의 공무원 중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이 2000년 59%, 2001년 70%, 2002년에는 77%를 차지했다. 연령층도 49살 이하의 청년간부가 68명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해 ‘59살 현상’은 빛을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호황업종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인물이 범죄를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전력·물자·사법·토지관리·도로건설 분야의 공무원이 61명으로 전체의 71%다. 갈수록 뇌물 규모도 커진다. 지난해 하얼빈시가 조사한 직무범죄 27건 가운데 15만위안 이상의 거액사건이 14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50만위안 이상의 거액사건도 9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국유기업의 딜레마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 체제로 변하면서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는 곳이 국유기업이다. 이윤확대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던 국유기업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 없다. 게다가 사기업과의 현격한 임금 차이는 기업 간부들을 뇌물 유혹으로 빠져들게 하는 첩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급증하는 국유기업 간부들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치·직업도덕 교육을 하면서 부패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내 감독체계를 강화해 부정행각이 발각될 경우 파면·탄핵 등 극단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각 부서 간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당내 감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조건적 처벌과 감시만이 약은 아니다. 끊임없는 국유기업 간부들의 부패는 곧 국유기업을 통제하는 정치체계가 변해야만 근절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심스럽게 중국의 경제발전은 이제 정치변화를 필요로 할 때라고 강조한다.
베이징=황훈영 전문위원 kkccjjhh@hanmail.net

사진/ 지난 3월5일 10차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참석한 지역 대표들. 끊임없는 부패는 정치체제가 변해야 근절된다는 지적이 많다.(SYGMA)

사진/ 중국은행(왼쪽)과 중국인민은행 건물. 금융 등 호화업종에서도 비리가 많이 일어난다.(SYGMA)
홍탑산집단유한책임공사 이사장이자 총재였던 추스지엔은 17년 동안 800억위안이란 이윤을 창출했다. 수십억위안에 달하는 세금을 국가에 바치면서도 매년 그의 수입은 고작 5만위안(약 800만원)에 불과했다. 98년 59살이 된 그는 퇴직 뒤 기존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연금만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퇴직을 앞두고 재무담당자와 짜고 가짜 장부를 만들었다. 허술한 감독체계를 이용해 부정행각을 저지른 것이다. 중국에선 국유기업 간부로 재직할 때 기업경영의 전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경영실적이나 이윤확대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아 퇴직을 앞둔 기업간부들의 공금횡령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민족음료 기업으로 중국 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지엔리바오 이사장 리징웨이, 선전시 전력공사 이사장 라오더롱, 화천기업의 양롱 등은 과거 업적으로 보면 국유자산을 증대시킨 일등공신들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들이 막판에 직위를 이용해 내부자금에 손대면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고 권력으로 이어지는 길을 봉쇄당했다. 중국 언론은 퇴직을 앞둔 기업간부들의 잇단 부패사건을 두고 ‘59살 현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이 현상을 두고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중심 저우치런 교수는 “중국의 국유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값싼 기업가를 두고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유기업 간부들의 낮은 임금과 기업 내 분배제도, 감독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금융권에서는 최근 3~4년 동안 직위를 이용한 불법대출과 뇌물수수 건으로 중국의 국유기업 은행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광따집단유한공사 이사장 주샤오화는 불법대출 대가로 400만위안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또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이자 전 중국건설은행장인 왕쉬에빙도 공금횡령, 수백억위안의 뇌물수수 등을 이유로 파면처분됐다. 젊은 층 비리는 호화생활 때문

사진/ 교도소로 호송되는 죄수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유기업 간부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