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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24시간 안에 나라를 뒤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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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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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크라르 누사박티(Ikrar Nusabhakti) 인도네시아과학원(LIPI) 연구원

19조 수정안 나중에 군이 직접 삽입… 초안 참여학자들은 거부

사진/ 정문태
“수하르토 시절이었다면 맞아죽었을 텐데….” 너털웃음을 치는 이크라르는 최근 문제가 된 ‘군법초안’을 사정없이 때려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당사자 가운데 한명이다.

- 군법 초안을 놓고 정치권은 어떤 반응들인가? 알려진 것말고 좀 깊숙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그이들이… (좀 뜸을 들이다) 사실은 어젯밤에 군 법안과 관련된 의원(제1위원회- 방위·외교·정치)들을 만났는데, 모두가 “법안을 거부할 용기가 없다”고 정직한 심정을 털어놓더라. ‘대신 부속조항을 삽입해 (권한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생각들이었고….

- 군부나 정치판 모두 이 법안을 놓고 내년 총선·대선을 겨냥해 계산을 한다는 뜻인가?

= 바로 그 점이다. 양쪽 다 영리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정치판이 군부를 무시하고는 집권할 수 없다는 걸 서로 잘 알고 있으니….

- 이 법안을 놓고 군 안팎에서 쿠데타설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 군에 대한 해묵은 불신에다, 새 군 법안으로 대통령을 뭉갤 수 있다는 걸 강조하면서 생겨난 소문인 듯 하다. 명분이 없다는 걸 군부가 잘 알고 있다. 경제위기에다, 군은 동티모르 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야망 있는 군인이 있더라도 쿠데타용 ‘돈줄’이 없다.

- 말이 난 김에 군 내부는 통일되어 있는가? 법안을 놓고 강·온파 대립이라든지.

= 위란토 장군 시절과 비교하면 느슨하다. 분열상태라 볼 수는 없지만, 강·온파가 존재한다. 동티모르나 파푸아 합병과 무관한 준장·소장 그룹들이 법안에 부정적인 온건파라 부를 만하다. 이들과 반대 경험을 지닌 군 상층부가 법안을 밀어붙이는 강경파다. 강·온 비율로 따지면 7 대 3 정도 될 듯한데, 온건파가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 군 법안이 뜻대로 통과되었다고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짜본다면.

= 경제악화와 실업률 상승, 여기다 아체나 파푸아 사태가 더 험악해진다는 기본조건만 충족되면, 군이 폭도를 동원해 혼란을 일으켜 군 동원의 정당성을 가장한다. 그런 뒤 대통령 재가 없이 24시간 동안 군을 마음껏 이동시킬 수 있는 신법 제19조를 통해 (정부를) 뒤엎을 수 있다.

- 당신도 이 군법 초안을 짠 인물 가운데 한명인데, 어떻게 이런 악성문구를 창조해냈나?

= 우린 그런 조항을 만든 적이 없다. 나중에 군이 직접 삽입했다. 해서 초안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 가운데 일부가 이걸 거부하고 반대하기 시작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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