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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평화만 외치는 건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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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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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60만 전사 파병하겠다는 이슬람수호자전선 총사령관 하비브 리지에크 시하브 인터뷰

때로는 연설하듯, 때로는 호소하듯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주변에다, 컬컬하면서도 우렁찬 하비브 리지에크 시하브(Habib Rizieq Shihab)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청중을 향해 잘 다듬어진 작품이었다. 1965년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부한 시하브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원리주의 무슬림단체 가운데 하나인 ‘이슬람수호자전선’ 총사령관으로 자칭 ‘500만 대군’을 이끌고 있다. 이 내용은 3월27일 오후 자카르타 도심 한 골목길에 자리잡은 이른바 ‘사령부’에서 인터뷰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이번엔 또 이라크에 지원병을 파견할 계획이라던데, 그 명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평화적 반전운동과 시위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현실 탓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라크를 무자비하게 공격해 아이들과 여성을 비롯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는데, 평화만 외치는 건 비겁한 짓이다.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국내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 상황을 그대로 놔두면, 젊은이들이 미국과 관련된 시설들을 공격할 게 뻔하다. 그러면 인도네시아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발리 폭탄사건을 눈여겨봐야 한다. 제2, 제3의 발리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이들을 이라크로 파견해 정의롭게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뜻이다.


성전참여 공고 4일 만에 2만6천명 응모

사진/ 3월30일 자카르타의 아침.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다운 자부심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반전운동을 문화행위로 끌어올린 반전시위였다.

-첫째 명분은 그렇다 치고, 둘째는 좀 공허해 보이는데, 진짜로 젊은이들을 이라크 전쟁에 파견할 것인가 지난번 아프가니스탄 경우처럼 변죽만 요란하게 울리고 마는 게 아닌지

=아프가니스탄에도 파견했다. 참여자 가운데 반이 탈레반과 함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번에도 확실하다. 성전 참여자 모집 공고 4일 만에 2만6천명이 신청서를 가져갔고, 그 가운데 오늘까지 650명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우선 여권이 있는 60명을 이라크로 보낼 계획이다. 또 중동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슬람수호자전선 회원들도 대거 참여하리라 본다.

-허세나 엄포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순간 귀청이 윙윙 울릴 만큼 목소리를 높여) 아니다! 보낸다! 이미 자원병들에 대한 군사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신체훈련은 물론이고 정신교육까지 포함해서.

-아, 너무 흥분하지 말고 정직하게 말해보자. 엄청난 돈이 들 텐데, 그건 어디서 나오나

=인도네시아 시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을 계획이고, 일부는 성전을 위해 자비로도 간다.

-당신이 생각하는, 말하자면 이슬람수호자전선식 지하드(성전) 개념은 뭔가

=지하드는 진리를 위한 싸움이다.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에 따른.

-이라크 상황을 성전으로 규정했는데, 여기도 압박과 진리라는 등식을 적용했나

=물론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라크 시민들 희생은 염두에 두지 않고 대량무기를 동원해서 공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사담 후세인은 당신의 성전에서 어디쯤 서게 되나

=그는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정적이 있게 마련인데, 그걸 국제사회가 판단하고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이대로 이라크를 사랑하는 방식이 있을 테고, 이라크 시민들이 그를 인정했다면 그만이다. 이 성전은 사담 후세인 개인을 돕기 위한 게 아니다.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을 돕는 것이다.

-이슬람수호자전선의 최후·최고 목표는 뭔가 이슬람국가 건설인가

=당연히! 이슬람 율법에 따라 훌륭한 무슬림이 되고 싶고….

-구체적으로 말해, 모델이 호메이니식 이란혁명인가, 아니면 탈레반식 아프가니스탄인가

=네덜란드 식민시절부터 가족법 같은 경우는 이슬람식을 따라왔지만, 이제 우리는 형법을 포함해 모든 법체계를 완벽하게 샤리아(이슬람법)로 전환하고자 한다.

-당신 논리대로라면 소수인종이나 종교는 어떻게 되나

=그런 걸 염려하다니! 기독교든 힌두교든 모두 보호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모두 보호한다. 종교자유나 인종차별 같은 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부시는 사탄의 사령관”

-당신은 반중국인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오해다. 내게 수많은 중국인 친구들이 있다. 중국인들이 도박장을 열고 마약장사를 하는 걸 놓고 우리가 공격했을 뿐이다. 좋은 중국인은 모두 보호해왔다.

-끝으로, 미국과 조지 부시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미국, 거대한 사탄! 조지 부시, 사탄 사령관!

자카르타=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팀장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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