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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총성이 들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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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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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 이스라엘인들도 분노의 대열에 합류… 최악의 유혈사태 맞은 이스라엘 현장을 가다

(사진/라말라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는 이스라엘군)
이스라엘 영토와 점령지 곳곳에서 총성이 끊이지 않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 무장 헬기가 뿜어내는 굉음과 앰뷸런스 소리가 충돌 현장마다 가득하다. 이스라엘 전역은 만일의 테러에 대비한 경계 활동으로 긴장감이 감돈다.

일주일 이상 계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사태에 따른 사망자 수는 10월7일로 83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중에는 9살난 모함메드 아부 아시를 비롯한 어린이들이 포함돼 있고 부상자도 2천여명에 이른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고, 양쪽의 협상창구가 가동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에 있다. 현지 한인들에게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지 말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전해진다. 서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장 마헤네 예후다 등은 무장한 이스라엘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피흘리는 성전산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은 리쿠드당의 당수 아리엘 샤론 전 국방장관의 이슬람 성지 ‘하람 알쉐리프’(성전산 지역) 전격방문과 자극적인 발언이다. 지난 9월29일 팔레스타인인의 시위를 미리 예상하고 ‘작전’을 짠 1천명이 넘는 무장 경찰병력에 의한 초강경 진압이 이뤄지면서 7명이 죽고 200여명이 부상하는 유혈참극이 발생했다. 초강경 진압의 명분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외신에서는 10월1일 팔레스타인 시위대 일부가 소총을 사용하자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고 전했지만, 팔레스타인인의 인권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브첼렘 등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성전산 유혈사태의 부상자 중에는 실탄에 부상당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0월1일 팔레스타인쪽이 소총을 사용하자 이스라엘쪽은 그 대응으로 무장헬기와 미사일까지 동원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역할 바꿔보기일까. 돌과 화염병, 맨몸의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자동소총은 물론이고 중무장 헬기까지 동원한 이스라엘군경의 싸움이 이어졌다. 가자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민병대의 모습도 보였지만 대개의 경우는 맨몸에 새총과 물매돌이 전부였다.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마을은 물론이고 가자지구와 서안 점령지구 곳곳에는 이른바 순교자,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들의 넋을 기리는 포스터들이 늘어가고 있다. 도로 곳곳은 불타버린 타이어와 방어막으로 쌓아두었던 불에 탄 집기들과 전소된 차량, 깨진 돌과 유리 조각이 가득하다. 건물 벽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스프레이로 쓴 글귀도 늘어간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이스라엘에 반감을 표하고자 점령지역 대부분의 상가가 총파업에 들어가 있다. 이스라엘군과 경찰의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곳곳에 도로 통제가 이뤄지면서 교통체증이 심화되고 있다. 점령지구 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나 이스라엘 영토와 맞닿아 있는 도로는 빈번하게 차단된다. 도로 차단은 예고가 없이 갑자기 이뤄진다.

도로 통제로 인해 주민들은 당황해하지만 이스라엘군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스라엘과의 접경선인 라말라 근교에 사는 이브라힘(45)은 “저 안에 집이 있고 가족이 있고 일터가 있다. 그런데 왜 못들어가게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실제 취재 과정에도 곳곳의 도로 통제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2∼3분 거리를 30분 넘게 돌아가는 경우는 다반사고 아예 진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아랍 차량은 내부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인에 대한 보호차원에서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였다.

“아라파트는 우릴 팔아넘겼다”

(사진/팔레스타인 라말라시위의 시위현장.고무탄을 피해 철수하고 있다)
아라파트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지도력이나 통제력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하마스 저항조직이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의 지하드(聖戰) 독려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아라파트는 동포들의 피의 대가로 자신의 기득권을 누리려 한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피의 대가를 희석시킨 장본인이 아라파트이다.”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카말 카미스(30)의 볼멘소리이다.

요르단과 같이 이스라엘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아랍국가들은 물론이고 전체 아랍국가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집회가 점점 과격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유혈사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싸움이 아닌, 전체 팔레스타인인들과 유대인들의 싸움으로, 더 나아가서 이슬람과 유대교의 충돌로 비화하고 있다.

아랍국가들의 ‘금요기도회’가 열린 10월6일 이스라엘 점령지역과 요르단, 이집트 등 일부 아랍 국가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 등에서 이스라엘군경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10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이어졌다. 또한 이스라엘군경이 6일 오후 무슬림들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전격 점거해 아랍을 비롯한 전세계 무슬림들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실향민 한명이 숨지고 6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암만 외곽의 바카 실향민촌이었다. 암만의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은 도로가 통제된 가운데 5천여명의 시위대가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요르단인의 4분의 3 이상이 팔레스타인 연고를 가지고 있어서 가장 대규모의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레바논에서도 시위, 시돈, 트리폴리 등지에서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실향민들이 성전을 부르짖으며 거리로 나섰다. 시돈지역에서는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 자마아 이슬라미야 등의 무장 단체들의 무력 시위 행진을 통해 예루살렘 탈환을 위한 무력 투쟁의 의지를 천명했다. 카타르의 도하에서도 금요 기도회를 마친 수천명의 시위대가 가두 행진을 통해 반이스라엘, 반미 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알라의 적이다. 에후드 바락은 돼지다”는 것이 그들의 구호였다. 이외에도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오만, 시리아 등의 아랍국가는 물론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나이제리아 등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반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발생했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아랍지도자들은 오는 10월 21∼22일 카이로에서 지난 96년 이래 첫 정상회담을 열어 팔레스타인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6일 발표했다. 아랍 진영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번 유혈사태에서 주목해야할 요소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이다. 이스라엘 인구의 20% 정도인 110만여명에 달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은 그동안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나 정부와 큰 마찰이나 충돌이 없었다. 그래서 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은 점령지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즉 갈등 전선(戰線)이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이 이번 사태에 가세하면서 이스라엘 영토 안에서도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야파, 하이파, 악고는 물론이고 갈릴리 지방의 아랍인들이 몰려사는 지역의 주요 도로가 봉쇄되고 경찰과 유대계 시민들이 공격을 받고 유대인들의 업소들이 파괴되기도 했다. 이들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아랍계와 유대계의 공존과 갈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 텔아비브 근교의 야파시이다. 이스라엘이 독립한 지난 1948년 이후 이렇다할 충돌이 없어 공존과 공생이 이뤄져왔다. 이곳에서 아랍계와 유대계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이웃사촌이 견원지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왔다. 이번 갈등의 원인은 우리 마을 공동체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문제, 특히 아리엘 샤론이나 아라파트의 정치적인 입장이 개입되면서 이같은 충돌을 불러낸 것이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유대계 사브리나(32)의 말이다. 이같은 입장은 아랍계도 비슷하다. 아리엘 샤론을 비난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높았다.

이스라엘 전역으로 번진 유혈사태

(사진/이스라엘군의 잔악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시위.어린아이들이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할 당시 이스라엘 영토 안에 남아 있던 팔레스타인인이다. 이들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국적상으로는 이스라엘인이지만 민족이나 정서상으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이다. 그동안 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진영으로부터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아왔다. 유대계로부터는 이른바 2류 시민, 내부의 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는 배신자로 치부되기도 했다.

“우리의 국적은 분명 이스라엘인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서와 민족성은 팔레스타인인이다. 동포들이 당하는 고통을 국적이 다르다고 좌시할 수 있는가? 죄없는 어린아이까지 죽어가는데 어찌 침묵할 수 있겠는가?” 야파에서 미용원을 운영하는 이브라힘 아와드(37)와 북부지역 움므 엘파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힐미 사아드(23)는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4만명의 아랍계 이스라엘인이 사는 이스라엘 북부의 움므 엘파힘에서는 이번 유혈사태로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의가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실감있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 정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솔로몬의 지혜로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는 절망만이 가득하다. 모두들 유혈 참극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지만 비극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암만=김동문 통신원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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