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감독의 ‘돈줄’을 찾아라
등록 : 2000-10-11 00:00 수정 :
시드니에서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했던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꿈은 결국 8강에도 못 오르는 사상 최악의 전적을 기록하고 초라하게 끝났다.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인 룩셈부르구는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인 선수단과 함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군중으로부터 온갖 야유를 들어야 했다. 룩셈부르구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인심이 이렇게 나빠진 것은 단지 올림픽 전적이 형편없어서만은 아니다. 올림픽 대회를 전후해서 이미 그의 탈세와 이중 은행계좌 운영, 축구 감독직을 남용해서 받은 뒷돈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나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룩셈부르구가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 전인 93년부터 97년까지 5년 동안 그의 계좌에는 약 300만헤알(160만달러)이나 되는 근거없는 돈이 들어왔다. 여비서의 이름으로 만들어놓은 그의 은행계좌에는 출처를 모를 돈들이 많게는 한번에 40만헤알까지 입금되곤 했다. 96년 한해 동안 100만헤알이 넘는 소득을 전혀 신고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았다. 탈세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문제는 이 돈이 과연 축구선수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받은 커미션이었는가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스캔들은 주변 인물의 폭로로 시작되었다. 93년부터 96년까지 룩셈부르구의 비서로 일했던 헤나타 카를라는 경매를 통해 부동산, 수입 자동차, 제트 스키 같은 사치품을 사들이다가 그럴 만한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실제로 물건을 사들인 돈 주인은 룩셈부르구 감독이라는 것을 털어놨다. 내친 김에 비서는 룩셈부르구가 축구 클럽의 선수 매매 과정에서 떳떳치 못한 돈을 받아왔다는 것도 폭로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증거를 확보해 놓은 룩셈부르구의 ‘이상한 수입’은 94년에 2개 축구 클럽 회장에게서 받은 4만헤알과 18만헤알, 97년에 역시 클럽 간부로부터 받은 18만헤알 등이다. 물론 본인은 커미션 수수 의혹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사진/브라질축구 대표팀의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던 한 관객이 '룩셈부르구를 쫓아내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98년 한해 동안 브라질 스포츠계에서 움직인 돈은 국내총생산의 3.3%에 해당하는 290억헤알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분야인 축구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스포츠계의 60% 정도이다. 축구 클럽 회장과 간부들, 감독들의 수입이나 후원사와의 계약 액수는 항상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채 어둠에 가려진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유언비어와 뜬소문으로 의혹만 부풀리는 일이 잦았다. 이번 룩셈부르구 사건을 계기로 브라질축구계의 금전거래가 좀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