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일간지를 비판한 책 논란… 지식인 사회에 언론 전반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
“세상이 변했다. <르몽드>도 변했다(프랑스어로 르몽드는 세상·세계를 뜻함). 하지만 좋은 방향만은 아니다…. 1994년 <르몽드>의 운영진이 바뀌면서, 그들은 사회 권력조직의 핵심으로 ‘새 <르몽드>’를 자리매김했다…. <르몽드>는 ‘반권력’이라는 원래 역할을 권력남용쪽으로 교활하게 전환했다…. 이 위험은 민주주의도 건드린다. 왜냐하면 <르몽드>는 아직 과거의 후광으로 이득을 보고 있어서, 그 정체성이 의심가는 상황에서조차 날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영향력을 주면서 막강한 미디어로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남용을 일삼는다”
지난 2월26일 프랑스에서 출간된 <르몽드의 숨겨진 모습>(피에르 페앙·필립 코언 공저, 2003년 2월, 파이야르 출판사 펴냄)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반권력에서 권력남용으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그간 <르몽드>에 실린 주요 기사들의 내용과 경향, 그리고 <르몽드> 데스크의 얘기들을 600쪽 넘는 분량에 담고 있다.
‘<르몽드>는 프랑스도 세계도 좋아하지 않는다’, ‘선동의 신문’, ‘<르몽드>의 책들, 문학경찰’….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벌써 선동적 책인데 세부내용으로 들어가면 강경하다 못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르몽드>는 조스팽을 어떻게 지원했나’라는 제목의 제15장에서는 전 총리 리오넬 조스팽을 <르몽드>가 어떠한 정보들로 주물럭거리다가 결국 정계에서 추방시켰는지를 추론하고 있다. “<르몽드>는 조스팽을 지원했다. 마치 목맨 사람을 밧줄이 지원하듯.” 600쪽의 방대한 내용을 몇줄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저변에 흐르는 관점은 대충 이렇다. 1994년 이후 근 10여년간 <르몽드>는 상업적 운영방침을 고수해오면서 이전의 회사이념인 중립과 반권력을 버렸다. 그런 새 <르몽드>는 이전의 명성을 교묘하게 악용하며, 정치인들, 기업인들, 사회 주요 인사들을 좌지우지하면서 언론권력이 돼 권력남용을 일삼고 있다. 이런 논지로 저자들은 <르몽드>의 기사내용뿐 아니라 어느 한 주제에 대해 기사를 다룬 빈도수, 1면기사 종류와 내용들, 관련된 사건의 주변얘기 등을 곁들이며 나름의 논리로 비판·해부하고 있다. 거기엔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이 있는가 하면 <르몽드> 데스크의 사생활, 회사의 재정상황과 이사장의 월급까지 운운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 시판된 지 5일 만에 벌써 4만부나 팔렸다. 충격적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책이 다루는 대상이 프랑스 언론의 자부심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르몽드>기 때문이다. 때문에 출간과 함께 저자들은 국내언론은 물론, 국외언론들에서도 연이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여러 자리에 초대돼 책 속의 내용을 변론했다. 그런 과정에서 주목되는 건 독자들과 사회의 반응, 그리고 무엇보다 <르몽드>의 반응일 것이다. <르몽드>는 잘못된 분노라 비판
“비판과 정열은 다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모든 자유인이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지식을 방해하는, 슬픈 정열들 가운데도 가장 침통한 요소인 분노다. 욕구의 사촌격인 분노는 인간관계를 폭력으로 와전시킨다. 가장 슬픈 정열인 분노. 그런데 탄식할 일은 바로 또 하나의 분노를 담은 책이 우리에게 바쳐졌다는 것이다.” 책이 시판되던 날인 2월26일 ‘또 하나의 슬픈 정열’이라는 제목으로 <르몽드>에 실린 논설의 일부다. <르몽드>는 문제의 책이 정당한 비판이 아닌 가장 잘못된 정열인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적으로 지적했다. 이렇게 1라운드가 시작된 ‘르몽드 논쟁’은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크게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사태에 대한 사회나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언론 사이트 방문횟수에서 볼 수 있다. 이 책과 관련된 기사를 실은 언론들의 포럼은 전에 없는 참가자 수로 기록을 세웠다. 다른 주제의 포럼에 비해 글의 수준이 높았다는 평가도 있다. 게다가 <르몽드>라는 주제로 시작된 포럼은 정보와 미디어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 관한 기사를 가장 먼저 실은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예상을 뒤엎은 포럼 참가자 과잉현상으로 본의 아니게 포럼을 빨리 마감했음을 토로했다. <르몽드> 이사장인 장마리 콜롬바니가 <르몽드> 인터넷판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한 채팅에는 한꺼번에 2800명의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1시간 만에 1800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평소 <르몽드>가 실시하는 독자와의 채팅에 평균 400여명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놀라운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단기적으로라도 <르몽드>의 체면이 깎이거나, 신용이 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특정 통계가 발표된 바 없다. 대신 책이 시판되기 전에 특별허가를 얻어 책 내용의 상당부분을 인용하며 하나의 자극제 역할을 한 <렉스프레스> 포럼의 경우, 참가자의 80%가 <르몽드>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르몽드>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도 칼럼과 기사들을 이번 사태에 대부분 할애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당사자인 <르몽드>는 독자들의 반응과 관련해 책 시판 이후 이메일이 부쩍 늘었으며, 그 가운데 대부분이 격려와 애정의 소리고 개중에는 비난의 소리도 있다고 했다.
문제의 책과 관련해 <르몽드>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면, 반면 그 책의 앙케트 방법이나 자료들의 추론방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고증자료가 아닌 그냥 다양한 자료들을 마구잡이로 수집해 가설을 세우고, 저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간 하나의 황당한 논문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논쟁 가운데 <르몽드>를 아끼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르몽드 관계자들의 속시원한 해명일 것이다. 그러나 <르몽드>쪽은 외부의 인터뷰를 받아들이고는 있어도, 저자들과의 좌담은 거절했다.
독재언론의 길을 피하라
책 시판 직후 <르몽드>는 외부의 따끔한 채찍질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대외적으론 상관없는 르몽드사의 내부적 문제를 들고나와 거짓과 오류로 다뤄놓은 책이라 법정에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소송 여부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며, 지난달부터 회사 안에서 연이어 모임을 열어 기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신중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올해로 59주년을 맞이하는 <르몽드> 역사에서 비판의 직접적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은 비난의 소리는 무시하고라도, 이번 사태에 견줘볼 만한 사건으로 <르몽드> 기자 미셸 르그리가 1976년 출간한 <있는 그대로의 르몽드>가 있다. 이 책도 르몽드가 창설 당시 이념을 잃어간다고 한탄했는데, 1960년대 창설자인 브브 메리 이사장의 퇴직과 더불어 공정한 신문이라는 <르몽드> 신화는 변색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사장이나 편집장이 바뀔 때마다 생기는 사내 변화를 비판하는 책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그건 어쩌면 시간의 흐름과 세상 변화 속에서 관찰된 <르몽드>의 모습일지 모른다.
프랑스 국민이 이렇듯 <르몽드>를 호통치는 이유는 대상이 <르몽드>기 때문이라는 얘기들을 한다. 그냥 언론이 아닌,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과 치밀성을 자랑하는 언론인 <르몽드>기 때문에. 그래서 기대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같은 논지로 <르몽드>가 이렇듯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언론이 돼감으로써 <르몽드>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언론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르몽드>가 권력을 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몽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르몽드>가 타성에 젖어 ‘독재언론’의 길을 갈 위험을 피하고 자율언론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따끔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seoulparis@tiscali.fr

사진/ 1994년 운영자가 바뀐 뒤 르몽드사가 새롭게 창간한 월간 화보. <파리마취>를 닮은 유의 잡지 창간이 상업적 목적에 경도됐다는 비판이 있다.
‘<르몽드>는 프랑스도 세계도 좋아하지 않는다’, ‘선동의 신문’, ‘<르몽드>의 책들, 문학경찰’….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벌써 선동적 책인데 세부내용으로 들어가면 강경하다 못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르몽드>는 조스팽을 어떻게 지원했나’라는 제목의 제15장에서는 전 총리 리오넬 조스팽을 <르몽드>가 어떠한 정보들로 주물럭거리다가 결국 정계에서 추방시켰는지를 추론하고 있다. “<르몽드>는 조스팽을 지원했다. 마치 목맨 사람을 밧줄이 지원하듯.” 600쪽의 방대한 내용을 몇줄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저변에 흐르는 관점은 대충 이렇다. 1994년 이후 근 10여년간 <르몽드>는 상업적 운영방침을 고수해오면서 이전의 회사이념인 중립과 반권력을 버렸다. 그런 새 <르몽드>는 이전의 명성을 교묘하게 악용하며, 정치인들, 기업인들, 사회 주요 인사들을 좌지우지하면서 언론권력이 돼 권력남용을 일삼고 있다. 이런 논지로 저자들은 <르몽드>의 기사내용뿐 아니라 어느 한 주제에 대해 기사를 다룬 빈도수, 1면기사 종류와 내용들, 관련된 사건의 주변얘기 등을 곁들이며 나름의 논리로 비판·해부하고 있다. 거기엔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이 있는가 하면 <르몽드> 데스크의 사생활, 회사의 재정상황과 이사장의 월급까지 운운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 시판된 지 5일 만에 벌써 4만부나 팔렸다. 충격적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책이 다루는 대상이 프랑스 언론의 자부심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르몽드>기 때문이다. 때문에 출간과 함께 저자들은 국내언론은 물론, 국외언론들에서도 연이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여러 자리에 초대돼 책 속의 내용을 변론했다. 그런 과정에서 주목되는 건 독자들과 사회의 반응, 그리고 무엇보다 <르몽드>의 반응일 것이다. <르몽드>는 잘못된 분노라 비판

사진/ <르몽드>에 대한 노골적 비판을 담아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르몽드의 숨겨진 모습>. 앙케트나 자료조사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왼쪽). 프랑스의 대표적 일간지인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그 가운데도 <르몽드>는 단연 독보적 위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