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우리는 침공에 신나지 않는다”

452
등록 : 2003-03-26 00:00 수정 :

크게 작게

그리스편

아테네 주재 이스라엘 대사 데이비드 사손 인터뷰… 침공이 이스라엘의 이해와 별개임을 강조

사진/ 이중삼중의 철옹성 같은 보안 시스템을 거친 뒤 만난 사손 대사. 그는 “전쟁으로 인티파다가 격화되거나 새로운 협상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게 미군의 이라크 침략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1991년 당시 이스라엘은 이라크로부터 18차례에 걸쳐 약 45발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당시 공격은 13명의 사망자와 200명 가까운 부상자를 낳았고, 수천동의 아파트 건물이 파괴됐다. 날아오는 이라크 미사일에 패트리엇 미사일이라는 방어용 미사일이 시험되고 TV에서 생중계하여 미국의 무기 제조업자들을 위한 전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기 하루 전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데이비드 사손 아테네 주재 이스라엘 대사와 인터뷰를 했다. 언제나 테러 공격의 목표가 되는 이스라엘 대사관은 안팎으로 이중삼중의 철옹성 같은 보안 시스템을 설치해놓았다. 이를 통과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비상체제에 돌입했는지 분주하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사손 대사는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국제외교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직업외교관이다. 나토의 폭격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대사를 역임한 경력도 있어, 전시상황에서는 누구보다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영국의 침공 때문에 이스라엘은 꽤 어려운 입장에 놓일 것이라 본다.

=어려운 입장에 놓이리란 말보다 아예 이스라엘은 이 전쟁과 직간접적으로 상관없다는 말이 더 적절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전쟁을 요구한 적도 없고 주장한 적도 없으며,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공격당하는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다.

지난 걸프전 당시에도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만약 이스라엘이 공격당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걸프전 때 이라크는 이스라엘에 45~50개의 미사일을 쏘았다. 당시 이스라엘 국민은 가스 마스크를 써야 했고 방공호로 대피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마 이번에도 같은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본다.

방금 이스라엘은 이 침공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전 외무장관 시몬 페레스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침공을 반대한 프랑스를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라크에 대한 정책과 지금 시작되는 전쟁과는 차이가 있다. 이라크는 이스라엘을 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스라엘과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는 조금의 이해관계도 없다. 우리는 이 전쟁으로 전혀 신나지 않는다. 이라크가 과거처럼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 한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분명 이 전쟁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쟁에 많은 영향을 끼치리라 본다.

=물론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전쟁이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에 끼치는 영향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몇 가지 논리적 예측은 가능하다. 한 가지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제어된 팔레스타인의 테러 공격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팔레스타인에 개혁을 거친 새로운 지도력이 탄생해 다시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 이후 이스라엘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이라크 침공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할지 모른다.

=인티파다 이후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엄청나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유가상승이나 세계주식시장의 변동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미국의 첨단산업이 밀접하게 연관된 상태에서 전쟁이 나면 이스라엘의 첨단산업은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인티파다도 해결되면 다시 투자가 몰려들 것이고 이스라엘 경제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테네=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