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치 암살 당시 현장 근처에 있던 전문위원의 증언… 애도와 냉소가 교차하는 베오그라드
3월14일 오후 1시께 정부청사 건물들이 들어찬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발의 총성이 들렸다. 정부청사 뒷문에는 앰뷸런스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고위 경찰간부의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곧이어 군관계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세르비아군 최고지휘관의 모습이 보였고 내각의 장관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총성을 듣고 거리 반대편에 모인 시민들 사이로 TV 카메라와 사진기자들도 보였다.
마피아의 소행이라는 지적 많아
대부분의 시민들은 처음에는 영문도 모른 채 단지 호기심 때문에 모였다. 정부청사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완전무장한 군인들 또한 영문을 모르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곧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진지치 총리가 저격당했다!” “지금 정부청사 안에서 의사들이 수술하고 있다.” 이런 소문들 때문에 시민들은 동요했다. 1시30분께만 해도 진지치 총리가 총에 맞았다는 사실만 떠돌았으나 2시가 넘으면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모두 휴대폰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대부분 슬픔과 공포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진지치 총리가 저격당했다는 공식발표는 미뤄졌지만 이미 진지치 총리의 사망은 기정사실화돼가고 있었다. 모든 대중교통이 차단되고 곳곳에 저격수들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 검문소들이 설치되면서 차들은 거북이걸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총리가 저격됐다는 충격적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정부 각료들은 비상회의 모습을 공개해 세르비아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비상각료회의장은 생각보다 침울했다.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데 치중한 회의라기보다 함께 슬픔을 나누는 자리같았다. 대부분의 각료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고 한 여성장관은 눈물을 훔쳤다. 정부청사 입구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정부의 공식발표를 기다렸고 질서유지를 위해 일하던 경찰들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날 조란 진지치 총리는 승용차에서 내려 경찰 총수와 함께 정부청사 뒷문으로 막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저격수는 1999년 미국의 폭격에 맞아 폐허가 된 맞은편 건물에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가 쏜 두발의 총탄은 정확하게 총리의 심장과 가슴을 관통했다. 정부는 부상당한 총리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수술받게 했으나 깊이 박힌 저격용 총탄들 때문에 의료진들이 미처 손을 써보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코슈투니차가 대표하던 유고연방이 해체되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로 개편되면서 조란 진지치는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실질적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종말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진지치 총리를 저격한 세력으로 마피아 범죄조직을 꼽았으나 서구 언론은 지금 헤이그에 가 있는 밀로셰비치와 관련된 조직에서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베오그라드에서 정치적 암살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원수인 총리가 암살당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비슷한 정치적 암살을 들면 지난해 6월에 베오그라드 경찰의 2인자인 보스코 부카가 암살당한 사건이다. 그의 암살사건은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정부의 한 각료는 “그의 암살은 정치적 암살이 아니라 마피아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지지난해에는 델타그룹 은행총수인 미오드라크 미슈코비치가 마피아에 납치된 뒤 1천만달러를 주고 풀려났다. 이런 종류의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났으나 경찰은 한번도 마피아를 소탕한 적이 없었다. 그들이 대담하게 정부 수반에게 총구를 돌렸다면,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베오그라드의 한 신문사 소속 범죄전문기자는 진지치 총리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선 친구 드라고나 마르코비치가 마피아 두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구에 의해 강제된 10년간의 금수조치는 마피아가 밀수를 통해 기반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무기를 비롯해 담배·마약 등이 공공연히 밀수돼왔고 이를 통해 조성된 검은돈은 합법적인 사업체를 통해 세탁된 뒤 흘러들어왔다.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이나 경찰에게 마피아가 제공하는 돈은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마피아는 경찰과 공무원 세계를 쥐고 흔들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형성했다. 진지치 총리가 저격당한 원인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이는 그가 마피아를 이용해 정권을 잡고서는 마피아와 관계를 끊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용돌이에 빠진 정치권
진지치 총리의 사망 뒤 세르비아 정치권은 다시 한번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갑자기 사망한 진지치를 대신할 인물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편이지만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야당인 세르비아사회당은 여당인 민주당이 이 사건을 이용해 사회당을 완전히 없애려 한다는 공포심까지 갖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쪽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저격수 사냥’이 사회당과 연관된 세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베오그라드 거리에는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치는 세르비아민족의 배신자”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많다. 나토의 폭격 이후 처참하게 붕괴된 세르비아를 재건할 적임자로 믿고 지원했지만 진지치 내각은 ‘저임금 고물가’라는 정책을 운용하면서 서민들의 삶을 너무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현재 베오그라드 물가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비싼 반면 시민들의 임금은 너무 낮아 “한달 월급으로 전기세만 내면 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비참하다. 대 수학교수인 미르코 바비치 박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런 삶을 살아가지만 이번에 일어난 국가원수에 대한 암살은 여전히 어떤 명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베오그라드=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사진/ 진지치 총리 생전의 모습(왼쪽). 진지치 총리가 저격당한 현장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의 불안에 가득 찬 모습(오른쪽). 진지치의 종말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진지치 총리가 저격당했다는 공식발표는 미뤄졌지만 이미 진지치 총리의 사망은 기정사실화돼가고 있었다. 모든 대중교통이 차단되고 곳곳에 저격수들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 검문소들이 설치되면서 차들은 거북이걸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총리가 저격됐다는 충격적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정부 각료들은 비상회의 모습을 공개해 세르비아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비상각료회의장은 생각보다 침울했다.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데 치중한 회의라기보다 함께 슬픔을 나누는 자리같았다. 대부분의 각료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고 한 여성장관은 눈물을 훔쳤다. 정부청사 입구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정부의 공식발표를 기다렸고 질서유지를 위해 일하던 경찰들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날 조란 진지치 총리는 승용차에서 내려 경찰 총수와 함께 정부청사 뒷문으로 막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저격수는 1999년 미국의 폭격에 맞아 폐허가 된 맞은편 건물에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가 쏜 두발의 총탄은 정확하게 총리의 심장과 가슴을 관통했다. 정부는 부상당한 총리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수술받게 했으나 깊이 박힌 저격용 총탄들 때문에 의료진들이 미처 손을 써보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코슈투니차가 대표하던 유고연방이 해체되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로 개편되면서 조란 진지치는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실질적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종말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진지치 총리를 저격한 세력으로 마피아 범죄조직을 꼽았으나 서구 언론은 지금 헤이그에 가 있는 밀로셰비치와 관련된 조직에서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베오그라드에서 정치적 암살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원수인 총리가 암살당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비슷한 정치적 암살을 들면 지난해 6월에 베오그라드 경찰의 2인자인 보스코 부카가 암살당한 사건이다. 그의 암살사건은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정부의 한 각료는 “그의 암살은 정치적 암살이 아니라 마피아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지지난해에는 델타그룹 은행총수인 미오드라크 미슈코비치가 마피아에 납치된 뒤 1천만달러를 주고 풀려났다. 이런 종류의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났으나 경찰은 한번도 마피아를 소탕한 적이 없었다. 그들이 대담하게 정부 수반에게 총구를 돌렸다면,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진지치 총리가 암살당한 직후 미국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 앞에 정지된 전차(왼쪽). 불투명한 세르비아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