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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요즘엔 M-pop까지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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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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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본랏 시리유와삭(출라롱콘 대학 교수·매스커뮤니케이션학)

타이 출라롱콘대 우본랏 쿄수가 진단하는 J-pop과 K-pop의 동남아 문화시장

사진/ 고경태 기자
- K-pop이 타이를 휩쓸고 있다는데.

2001년 ITV에서 한국 드라마들을 소개하고부터다. 당시 K-pop과 J-pop이 거의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K-pop이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 당신이 본 K-pop 열풍을 소개하자면.


젊은이들이 K-pop 드라마를 통해 자신들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심지어 K-pop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투표로 ITV에서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 프로그램 방송시간대를 심야에서 저녁 6시로 바꿀 정도였다.

- 당신 학생들 가운데 K-pop에 빠진 이들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 배우들 사진을 컴퓨터에 까는 건 기본이고, 얼마 전부터는 한국어 강좌가 만원을 이루고 있다.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담당교수도 깜짝 놀랐다.

- 이런 K-pop 열풍이 타이문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

뭐라 판단하긴 너무 이르다. 장단점을 함께 몰고다니는 게 문화현상이고 “문화는 자정능력이 있다”는 믿음으로 보면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K-pop은 아직 시청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다. K-pop 연속극들을 통해 자신들의 젊은날을 투영시켜보는 재미에 빠져 있고, 특히 타이 드라마들과 견줘서 K-pop이 도시문화를 세련되게 표현함으로써 도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걸 타이 전체로 보자면 아직 타이 연속극들이 K-pop이나 J-pop을 압도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K-pop이나 J-pop에 빠진 도시 젊은이들이 새로움을 지향하는 문화를 주도하는 층들이라 실제보다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 K-pop과 J-pop 수용자들 사이의 차별성 같은 게 눈에 띄는가.

내가 보기엔 J-pop에 열광한 이들이 K-pop을 또 다른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다. J-pop과 K-pop 수용자층이 같다는 뜻인데, 다만 J-pop은 주로 젊은이들 사이에 음악으로, K-pop은 드라마와 영화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 K-pop과 J-pop 문화가 젊은이들 마음을 끄는 까닭은 무엇이라 보는가.

둘 다 도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타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먹힐 수 있었던 요인 같다. 공부·직업·이성문제 같은 표준적인 고민을 하면서 자란 아시아 도시 젊은이들 사이에 비슷하게 생긴 K-pop이나 J-pop 스타들이 자신들을 대신해 강한 정체성을 드러내주었다는 대리만족 같은….

- K-pop을 스치고 지나갈 문화로 보는가 아니면 상당한 생명력이 있을 것 같은가.

이런 현상들은 그냥 왔다가 간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본디 Pop이란 건 진행속도가 매우 빠른 특징을 지녔다. 특별히 기획한 문화산업과 결탁하지 않는 다음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 일본 Pop 문화가 한국 Pop 문화에 잡히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경쟁자 없이 승승장구하던 J-pop이 K-pop 도전에 직면했다는 사실인데, 최근 경향을 보면 다시 K-pop 자리를 M-pop(대만)이 잠식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놓고 J-pop과 K-pop의 경쟁만으로 볼 수도 없다. 요즘은 그전처럼 문화적 유행이 한동안 고정되거나 한 가지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지 않다. 엄청난 속도전에 다양성까지 곁들였으니….

- 한국에서는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K-pop 돌풍을 타고 대중문화뿐 아니라 경제나 정치적으로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 있다. 특히 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정체된 틈을 타서. 어떻게 생각하나.

K-pop 환상에 빠지면 곤란하다. 수용자나 제공자나 양쪽 모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타이의 경우, 이제 기껏 한국 드라마 몇편이 소개된 상태고 일부 젊은이들이 흥분하는 정도다. 또 K-pop의 지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유행처럼 왔다가는 대중문화 현상들을 놓고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민감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K-pop 현상을 놓고 정치나 경제까지 들먹거릴 까닭이 없는데, 문제는 대상이 J-pop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경쟁심리가 크게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문화현상이란 건 누가 누구를 따라잡고 말고 하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왔다가 가는 것들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까닭도 없지만, 반대로 경험 많은 일본이 한국에게 추격당할 까닭도 없다. 대중문화란 그런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 것도 아니고, 누가 이기고 지는 것도 아니다.

유니스 라오(Eunice Lau)/ 전 <스트레이츠타임스>기자 letschatasi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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