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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먼저 공포부터 맛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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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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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 보름달빛 속에 쏟아질지 모르는 미군의 포탄은 이라크를 굴복시킬 것인가

3월17일 새벽 2시(한국시각 오전 8시), 출근길에 나선 한국인들은 다시금 충격과 공포에 휩싸일지 모른다. 휘영청 달 밝은 이라크 밤하늘에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개전 뉴스를 듣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름밤의 달빛이 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는데 돌연 굉음과 함께 하늘이 검게 타오른다. 1천여대 가까운 F-15 전폭기, F-16 전투기로 구성된 5개 편대, 한번에 수십개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B-2 스텔스 폭격기, A-10 지상공격기, B52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등으로 밝기만 하던 보름밤 하늘이 빛을 잃었다. 하늘에서 별똥이 떨어지듯 300~400기 크루즈 미사일을 비롯한 폭탄들이 쏟아진다. 3천여번 가까운 폭격으로 하늘에서는 유황불이 쏟아진다. 작전명은 ‘충격과 공포’.

E-폭탄, 전자장비도 무력화

사진/ 기도하는 후세인. 최근 그는 미국과의 한판승부를 피하고 싶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미군 당국이 당초 계획한 25만여명의 병력배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9·11 직후부터 타깃이 돼온 이라크. 여전한 일상과 평상심을 보이는 바그다드 안팎에서도 개전 임박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말 전쟁이 시작되는 것인가요” 이라크로 들어가는 한국에서 온 반전평화팀의 반문이었다. 그들은 올 것이 왔는가 싶어 당혹스러워했다.

개전시기를 두고 최근까지도 1991년 걸프전이나 98년 사막의 여우 작전 때처럼 미국이 그믐밤을 이용해 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3월3일 설이 유력했다. 그러다가 2월15일 벌어진 세계적인 반전시위 등 돌출사태가 발생하자 4월1일 그믐밤 개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3월7일 안보리에서 사찰단의 사찰결과 보고가 있을 예정이다. “사찰은 3월7일이 마지막”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으로서는 사찰단 보고를 끝으로 3월10일께 지난 2월24일 제출된 새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실시되면 결과에 상관없이 곧바로 이라크를 공격할 것을 암시해왔다. 이라크가 알 사우드 미사일 폐기에 동의했다는 점이나 사찰단의 사찰기간 연장요구 등에도 아랑곳없이 미국은 개전시기를 더 미룰 수 없는 궁지에 몰린 느낌이다.


전쟁 초반의 기선제압이 절실한 미국쪽으로서는 미군의 작전에 장애가 될지 모를 뜨겁고 검은 모래바람이 이는 4월의 계절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개전 작전명이 ‘충격과 공포’로 알려진 점을 보면 3월17일 보름밤의 대전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아랍인들은 음력 15일보다 14일이 더 만월이라고 한다. 15일이면 이미 달이 기울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빛이 가장 밝은 날이 3월16일 밤이다. 그 밤이 깊어가는 3월17일 새벽 2시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는 시점이 될 것 같다. 바그다드에서 현지취재 중인 한 언론인은 “바그다드에서 취재 중인 외신기자들 상당수는 3월17일을 전후해 바그다드를 빠져나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대학 연구팀이 고안한 이 작전명에는 이라크뿐 아니라 모든 잠재적 적들에 위협을 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충격과 공포’로 이라크의 저항세력을 뿌리부터 뽑는다는 전략. 공습 목표물은 이미 정해졌다. 사담 후세인을 잡아라.

“바그다드 주변 후세인 대통령의 지휘통제 벙커에 갑자기 전등이 나간다. 컴퓨터는 다운되고 전화조차 불통돼 후세인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침묵의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기다린다….” 미국이 떠올리고 있는 개전 첫날 분위기다. 공습개시 뒤 첫 48시간 동안 미군은 이라크 방공시설과 지휘통제소, 대량파괴무기 제조 관련시설, 후세인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 가장 가까운 추종자 등으로 이뤄진 ‘지도부 목표물’에 무려 3천발의 ‘E-폭탄’을 비롯한 정밀유도폭탄과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퍼부을 것이다. 크루즈 미사일로 운반될 ‘E-폭탄’은 폭발하면 번개와 같은 고에너지 전파를 발산해 일정범위의 모든 전자장비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몇분 내 원자폭탄 같은 효과”

사진/ 걸프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엘아마리예 방공호. 이 반전교육장을 찾은 이들은 충격과 공포에 전율한다.
공습 첫날 밤에 후세인 대통령의 지휘통제 벙커 위에 시험삼아 대량 투하할 것이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밑질 것 없다는 것이다. 이 폭탄이 제 성능만 발휘해주면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물 주변의 전기가 끊어지고, 컴퓨터가 작동을 안 하고, 전화가 불통되고, 목표물은 완전 고립된다. 현재 미국 공군이 걸프지역에 비축해놓은 정밀유도무기는 6천기가량 된다.

‘충격과 공포’의 목표는 당연히 후세인의 지휘시설에 대해 대대적 폭격을 가해 이를 궤멸하고 지상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위한 길을 트는 것이다. 개당 수백만달러나 하는 크루즈 미사일을 하룻밤에 300~400기, 4분당 1개꼴로 발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걸프전 당시 40여일 동안 미군이 투하한 수보다 많다.

융단폭격은 며칠간 계속 된다. 미군의 전략은 바그다드 전역이 충격과 공포에 잠기게 하는 것이다. 바그다드는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 즉각 투항하라는 강력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런 충격과 공포, 전율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이전에 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생각해본 일도 없을 정도다. 대규모 공습은 이라크군과 시민의 투항과 반후세인 투쟁을 촉발시키려는 심리전 성격을 띤다. 아울러 공습과 동시에 이라크 주민들에게 긴급 구호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한다. 이라크인들의 마음을 붙잡고 지상전에 대비해 이라크인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술이다. ‘충격과 공포’의 공동개발자로 알려진 할렌 울먼은 “우리는 그들이 포기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수일 또는 수주일이 아니라 수분 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과 같은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처음부터 이라크 군사시설과 병력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라크 대통령궁과 군 및 보안경찰 시설, 기지, 후세인의 고향 티그리트 등 후세인 대통령의 제도적 권력기반을 주요 목표물로 수정했다. 공격목표 설정은 초기에 이라크 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티그리트가 들어간 이유는 후세인의 기원을 파괴했다는 심리전을 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 당시와 달리 이번 주요 공습목표에는 교량과 다른 인프라 시설이 공격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9·11이 터지자 미국은 온통 충격과 전율에 휩싸였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정신적 공황을 겪었다. 미국은 후세인이라는 압제로부터 해방시켜주겠다고 공언하며 이라크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라는 선물을 안겨주려고 한다. 전율에 휩싸여 해방군으로 입성하는 미국을 맞이해달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이 공포 속에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할지, 이라크 병사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두 손 들고 투항할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할 일이다. 만일 충격과 공포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미국이 그러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라크 병사들이 두려워 않는다면?

사진/ 이라크에는 자발적인 후세인 지지자들이 많다. 그에 대한 재신임투표가 끝나자 몰려나와 환호하는 이라크인들.
이라크 전쟁 개전 이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두 가지다. 지난해 3월1일부터 3주간 펼쳐진 아프가니스탄의 ‘아나콘다’ 작전 때 탈레반이 그런 것처럼 이라크 병사들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싸울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안에는 자발적인 후세인 추종자나 지지자들이 30% 이상은 된다는 평가에 주목해야 한다. 아나콘다 작전 당시 미군은 월남전 이후 벌인 최대의 격전으로 8명이 죽고 50여명이 부상했다. 여기에 더해 인티파다로 유혈투쟁이 그치지 않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도 문제다. 이스라엘의 막강한 화력과 통제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계속된다는 사실은 아랍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가전을 염두에 두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의를 꺽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이 짜낸 대안. 그런 미국의 의도는 아랍인들의 정서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암만=글·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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