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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싸게 날자 돈벼락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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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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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유럽에서 저가 항공사들 비약… 경영위기 맞는 거대 항공사의 영역 넘봐

더블린-런던 9유로, 프랑크푸르트-런던 16유로, 브뤼셀-로마 10유로, 밀라노-파리 37유로. 전화요금이나 기차요금이 아니라 편도 항공요금이다. 라이언에어(www.ryanair.com)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몇달 전에 예약하면 가능한 요금인데 기본요금 이외에 별도의 공항세와 수수료가 추가된다. 물론 상시로 이러한 요금체계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예약시기와 출발시간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영국항공(BA),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네덜란드항공(KLM) 등 기존 대형 항공사들의 요금체계와 비교하면 현격하게 저렴한 요금이다. 통상 전체 판매 좌석의 10% 정도가 최저요금에 발권되는 것으로 보인다.

박리다매형 전략


사진/ 외형에 치중하지 않는 실속형 항공편 라이언에어의 광고판을 가리키는 사장 레어리. 라이언에어는 흔히 ‘항공업계의 월마트’에 비유된다.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할 때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인 라이언에어의 평균 항공요금은 49유로, 경쟁사인 이지제트(www.easyjet.com)는 78유로로 저가 항공사들 간에도 상당한 요금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모델로 삼아 주로 90년대 초반에서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럽의 저가 항공사들은 흔히 항공업계의 월마트나 테스코에 비유된다. 박리다매형(low-margin, high-volume model) 전략으로 항공권의 예약과 구매가 90% 이상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여행사에 제공되는 커미션이 없으므로 중간마진으로 인한 요금인상 요인이 자연히 소멸된다. 이와 함께 좌석점유율(load factor)을 최대화하고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함으로써 비용발생요소를 줄여 요금체계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외형에 치중하지 않는 실속형 항공편(no-frills flights)인 셈이다. 운항 여객기의 정비와 유지를 용이하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 주로 동종의 기종을 구매하는 것도 특징이다.

저가 항공사들이 눈부신 비약을 거듭하고 있다. 9·11 테러,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 중동지역에서의 전운 고조 등 잇단 악재의 속출로 항공업계의 사업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항공사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럽에서도 스위스에어, 벨기에의 사베나가 이미 파산했고, 대형 항공사들도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폭 감소로 실적전망을 꾸준히 하향조정하거나 인원감축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자구책을 모색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항공업계에서는 2002년이야말로 2차대전 이후 가장 혹독했던 해로 기억할 정도이고, 올해 들어서도 호재가 등장하기는커녕 악재만 계속되고 있어 힘겨운 한해를 예고하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존의 대형 항공사들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저가 항공사들은 눈부신 매출실적과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어 항공시장의 판도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격인 라이언에어는 1985년 영업을 시작한 이후 운송여객 수, 매출액, 영업이익에서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더블린·런던·나스닥에 상장된 라이언에어의 주가는 매출실적과 영업이익의 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대형 항공사들이 여객 감소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하는 추세 속에서도 라이언에어는 오히려 요금을 인하해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함으로써 창출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

기내 서비스·안전에 문제 제기

사진/ 유럽의 한 공항(왼쪽). 2002년은 유럽의 항공업계에 가장 혹독한 해였다. 그럼에도 눈부신 매출실적을 기록한 라이언에어(오른쪽). (GAMMA)
2002년 4/4분기 회계연도의 순이익은 4320만유로로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연간 총탑승객 수도 2002년에는 1300만명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1770만, 내년에는 2400만, 2010년에 가서는 연간 4천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회사쪽은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급증하는 승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라이언에어는 2010년까지 100대의 항공기를 추가 구입할 계획이다. 저가 항공사들이 항공시장을 계속 잠식해감에 따라 위기를 느낀 대형 항공사들의 견제와 영업전략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항공은 유럽 내 단거리 노선의 항공료를 인하한 바 있고, 대형 여객기를 투입하는 대신 소형 여객기를 투입해 운항편수를 늘림으로써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저가 항공사들에 빼앗긴 실지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KLM은 저가 항공사인 ‘버즈’(www.buzzaway.com)라는 자회사를 2000년 1월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의 하나인 버진익스프레스(www.virginexpress.com)항공으로 벨기에의 브뤼셀과 스페인의 말라가 왕복편을 이용해보았다. 요금은 왕복 195유로. 스페인의 국적기인 이베리아항공편보다는 약간 저렴했다. 예약 상세사항이 명시된 프린트아웃을 공항 탑승수속 카운터에 제시했더니 보딩패스를 주었다. 기내는 1등석과 일반석의 좌석구분이 없었으며 전반적으로 불결한 느낌을 받았으나 단거리 노선인지라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기내식은 햄 한 조각을 넣은 샌드위치. 물과 커피를 제외한 기타의 모든 음료는 유료였다. 흔히 저가 항공사들의 비행기 탑승시 제기되는 불만사항으로 형편없는 기내 서비스, 다소 불결한 기내와 화장실 등을 대표적으로 거론하나 저렴한 항공료를 감안할 때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점들도 지적된다. 저가 항공사들은 비행기가 착륙해서 재이륙할 때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항공기가 운항하는 시간을 최대화하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안전운항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변하지만 조종사들이 착륙시점과 재이륙시점을 최단시간화하라는 끊임없는 압력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제사들과의 마찰은 물론 안전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결항시 기존의 대형 항공사들처럼 만족할 만한 후속조치를 이용객들에게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결항이나 장시간 지연시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또 일부 노선은 주요 국제공항이 아닌 별도의 공항을 이용하고 있어 승객들이 일정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라이언에어는 브뤼셀의 경우 브뤼셀에서 50km 떨어진 샤를르와공항을 이용하고 있고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프랑크푸르트에서 110km나 떨어진 한(Hahn)공항을 이용하고 있어 연결편 항공을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에게는 커다란 불편이다.

유럽연합 확대는 또 하나의 호기

해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라이언에어는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이지제트나 버진익스프레스와 같은 동종업계의 저가 항공사들이 아니라 BA,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KLM 등 대형 항공사임을 분명히 했다. 운송수단과 여객의 자유로운 이동과 간단한 출입국 절차는 저가 항공사들이 영업을 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미국의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공항을 연결하는 데 집중되어 있고 유럽의 저가 항공사들이 주로 서유럽의 역내노선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동유럽국가들로 확대되고 역내 국가 간 이동이 더 원활해질 예정임에 따라 저가 항공사들은 또 다른 도약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유럽의 항공시장의 판도변화는 유럽국가 간의 역내노선을 저가 항공사들이 꾸준히 잠식해가면서 경쟁력 없는 항공사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대형 항공사들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자구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헨트=양철준 전문위원 YANG.chuljoon@wanad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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