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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100년 동안 진화한 안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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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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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파리교통공단의 노력… 1995년 테러에 성공적으로 대응

2월20일 오전 11시 파리 레알역. 출근시간이 아닌데도 파리 중심에 위치한 레알역은 여느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수많은 지하철 노선들이 교차하는 곳이며, 주위환경 때문에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은 역이다. 그 중 한 여대생에게 하루에 몇번씩 지하철을 타는지 물었다. “적어도 네번은 타요. 제 일상적인 교통수단이죠.” “만일 지하철에서 당신이 사고를 당한다면 어떤 종류의 사고일 것 같아요”라고 묻자 여학생은 웃어보이며 “소매치기”라고 대답했다. “지하철 안에 화재가 나서 다치는 일 같은 건요 누군가의 부주의로 좌석에 불이 붙었다거나” “좌석은 모두 방화재로 돼 있잖아요!”

좌석 독점 공급 폐지

사진/ 파리지앵에게 지하철은 가장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14개 노선이 거미줄처럼 파리 지하에 깔려 있다. (AP연합)
2000년은 파리 지하철이 100돌을 맞이한 해였다. 1900년 7월에 제1호선이 개통된 이후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교외열차를 제외하고 파리를 운행하는 지하철만도 14개 노선이 생겼으며, 노선들에 있는 정거장은 모두 297개다.


파리 버스와 함께 파리교통공단(RATP)이 운영하는 파리 지하철이 실용성과 속도에서 으뜸가는 교통수단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파리지앵(파리사람)들은 물론이고 파리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까지도. 그래서 파리지앵들의 일상을 ‘메트로(지하철), 불로(일), 도도(잠)’라 표현하기도 한다.

100년의 세월 동안 파리지앵들의 일상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동참자 역할을 담당해온 파리 지하철에 대해 공단쪽은 “그 100년의 세월은 더 인간적이고 더 환경보호적인 도시환경에 기여하고자 노력해온 세월”이라 밝혔다. 파리 지하철이 실시한 다양한 안전책도 이런 기본 지침에 기반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파리 지하철의 특징 중 하나가 노선에 따라 지하철의 차체나 실내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의도 외에도 각 지하철을 개·보수할 때마다 공단쪽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안전대책을 세워 공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좌석개선책’(일명 MP73)을 훑어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그동안 지하철의 새 좌석은 한 프랑스 계열 회사가 독점적으로 보급해왔다. 좌석은 불투명한 방화재질로 만들고, 화재시 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해왔다. 그러다 1996년 공단쪽은 좌석 구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자금을 절감하기 위해 경쟁사들을 모집하여 단계별로 타협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정책이다.

1997년 초 불에 타지 않고 잘 훼손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소가 용이한 좌석을 보급할 수 있는 회사 중 신뢰도가 높은 세개의 후보사가 선정되었다. 공단쪽은 스페인계·프랑스계·독일계의 세 회사가 각기 내놓은 좌석들을 지하철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앙케트를 실시했다. 좌석이 얼마나 안락한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기술적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화재와 다양한 폭력행위에 얼마나 안전한가를 검토했다. 이 경우 외부 자극에 대한 모든 저항력을 고려하여 좌석의 수명은 20년을 목표로 한다. 이런 조건들과 경제적 요인까지 검토한 뒤 결국 계약은 독일계 회사로 넘어갔다. 현재 6호선의 25개 열차 좌석은 이 과정을 거쳐 새롭게 단장됐다.

2만여명의 안전요원 상주

사진/ 파리교통공단은 100년 동안 상황에 맞게 안전책을 강화해왔다. 또한 ‘지하철의 인간적 분위기 살리기’등의 캠페인도 펼친다. (강재훈 기자)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나날이 증가하는 수도권 인구와 다양한 유형의 폭력은 시민들의 대중교통수단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한 지하철’은 오늘날 대도시들이 당면한 주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파리 지하철 당국은 늘어나는 폭력사고를 예방·억제하고 시민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법조계·지역단체들과 긴밀한 공조에 들어갔다. 큰 정거장에 경찰 초소들이 들어섰으며, 경찰들의 순찰을 늘려 사고가 발생했거나 예상될 때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중재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즉 공단쪽이 모색한 승객안전책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안전을 위한 외부와의 협조작업’이다. 이와 병행하여 정거장마다 각도를 달리한 비디오 감시 카메라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1998년 통과되어, 국가의 지원금과 공단쪽의 자금으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하철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고려하여 공단쪽이 힘쓴 또 다른 정책은 ‘지하철의 인간적 분위기 살리기’다. 이 정책은 지하철 서비스 인원을 대폭 늘려 승객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001년 6월 현재 2만4850명의 직원들이 지하철 정거장 도처에 배치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경찰들과는 구별되지만 특별히 승객의 안전만을 돕기 위해 4명씩으로 구성된 80조의 공단 소속 안전요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폭력 반대를 호소하고, 승객들과의 대화를 모색한다는 취지의 다양한 교육적 캠페인이 실시된다. ‘존중하자’는 표어를 내건 캠페인이나, 모나리자의 그림과 함께 “웃음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간디의 사진과 함께 “카우보이 놀이 대신 인도사람이 되어보자”는 내용을 담은 패널 및 포스터 캠페인, 그리고 정거장에서 고객들과 일대일 대화로 실시된 캠페인 설명회들은 그 대표적 예다.

이렇듯 100년의 세월 동안 매번 새로워지기 위해 개선하고 보완하는 정책들이 나온 파리 지하철이지만, 역경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 중에서 1995년 7월에 일어난 테러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사건이다.

1995년 7월25일 오후 5시30분, 파리 중심에 위치한 생미셸역에 정차한 교외열차(RER B번) 내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뒤에 ‘무장이슬람그룹’(GIA)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 사고에서 범인들은 총 6칸의 객차로 구성된 열차의 마지막 칸 좌석 밑에 폭발물을 장치했다. 폭발물이 터지면서 모두 8명의 사망자와 6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가능한 모든 위험을 고려하라

사고가 일어난 생미셸역은 센강을 옆에 끼고 있어서 지하철역 중 가장 깊은 역에 속하며, 사고 당시가 퇴근시간이라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수는 자그마치 1500명에서 2천여명을 헤아렸다. 그럼에도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를 나름대로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열차가 역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는 순간에 폭발물이 터졌다는 ‘불행 중의 다행’과 사고 직후 실시된 신속한 구조작업에 기인한다.

사고 직후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신속히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그 상태에서 최대의 비상사태에 발효되는 일명 ‘적색경보’가 발령되고 비상구조작업이 이어졌다. 두대의 헬리콥터, 200여명의 구조대원, 9대의 앰뷸런스로 구성된 구조작업은 비상의료작업과 함께 신속히 이루어졌다. 당시 구조작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기치 않은 위험을 완전히 예방하기란 불가능한지 모른다. 하지만 해당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위험을 고려하고 안전책을 세울 때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프랑스 ‘국내안전고등연구소’(IHESI) 소속 연구가 에마뉘엘 루의 다음 구절은 이런 안전책의 기본자세를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떤 안전비법이 다른 데서 잘 적용된다고 어디서나 잘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다. 대신 문제들을 신중하게 진단해보는 것만이 적용 가능한 방법들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문제와 위험들은 도시마다, 해당 노선마다 또한 해당 정거장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seoulparis@tiscali.fr

*세계 주요 지하철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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