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종이로!
등록 : 2003-02-20 00:00 수정 :
보기에 따라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뻔뻔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채팅문화를 어떻게 저널리즘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 ‘아시아 채팅’을 기획하는 동안 몇번을 접었다 폈다 하며 깊이 고민했다. 정통 저널리즘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20대 중반 기자로서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신문독자 수를 크게 웃도는 온라인 뉴스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자! 종이만을 저널리즘이라 고집하는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자!
그리고 용기를 내어 무작정 낯선 문을 두드렸다. “안녕, 나하고 채팅할까”
고르고 골라 뽑아낸 이들에게 아시아를 주제로 삼아 한판 놀아보자고 대뜸 제의했더니, 놀랍게도 모두 거부감 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거꾸로 ‘온라인에서 종이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무척 흥미로워했다.
이렇게 채팅 참여자들과 의기투합을 했지만 문제는 계속되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아시아 시민들이 한날 한시 한자리에 앉는다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보니 시간내기가 만만찮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특히, 아시아 사회가 지닌 서로 다른 기술과 환경을 뼈저리게 느꼈다. 인도네시아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누룰은 지방 출장이 잦은데다, 인터넷 환경 접근이 어려워 애간장을 끓게 했다. 그러다 보니 누룰은 어쩌다 연결이 되더라도 접속불량과 느린 속도 탓에 번번이 낙오자가 되고 말았다. 모든 것이 아시아의 현실이었다.
이번주 ‘아시아 채팅’은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카페, 타이완의 지방 검사실, 싱가포르와 인도의 최고 경영자 사무실에서 각각 이루어졌다. ‘아시아 채팅’의 첫 막을 올리며 한국의 20대 독자들과 아시아의 20대가 함께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유니스 라오(Eunice Lau) 전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
letschatasi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