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포르투알레그레 사회포럼이 남긴 것… 반전·평화 운동과 WTO 반대에 역량 모아야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활동가들의 제3차 세계사회포럼이 지난 1월23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열렸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장소는 브라질의 남쪽 항구도시 포르투알레그레. 날짜는 관례대로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과 같은 기간이다. 이번 3차 포럼의 연 참가 인원수는 약 10만명으로 2회 때의 5만명에 비해 두배가량 늘어났다. 참가열기도 마찬가지로 높아져 5일간 개최된 각종 발표와 토론회가 약 1300회로 지난해에 비해 두배였다. 하루 평균 200개 이상의 토론회가 개최된 셈이다.
이라크와 미국 참가단의 염원
게다가 올해에는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지난해 사회포럼 개막식날 맨 앞줄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현수막을 들고 두 시간을 함께 행진하던 그가 올해에는 대통령으로 사회포럼을 찾아온 것이다. 그의 ‘금의환향’은 사회포럼의 구호인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가 결코 추상적 구호가 아님을 참석자 모두에게 일깨워주었다. 올해의 포럼도 지난해와 유사한 틀로 진행됐지만 군사주의와 평화가 별도의 큰 주제로 부각됐다. 임박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위기감의 반영이었다. 사실 이라크 전쟁 관련 소식은 포럼 기간 내내 주최쪽과 참가자 모두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이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개막식 행사에서는 전체 참가자의 환호와 지지 속에 이라크 참가단이 자국의 국기를 미국 참가단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전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참가자가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번 회의에 미국에서만 약 1천여명이 참석해 주최국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참가자 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2000년 대선에서 부시의 집권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책임감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량국가’ 미국 부시 정권의 부도덕성과 음모를 폭로하고 비판했다.
반전과 평화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에서 크게 부각됐다. 11월9일 열린 반전시위에는 100만명 이상이 참석해 탈냉전 이후 최대의 반전시위의 기록을 남겼다. 유럽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1월 초 인도 하이드라바드에서 열린 아시아사회포럼에서도 반전문제는 반세계화와 함께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러한 일련의 반전평화 집회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사회포럼이 개최됐으며 이러한 열기는 2월15일 전 세계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대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 공동행동의 날로 이어질 예정이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포럼 기간 내내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할 경우 평화운동은 물론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도 크게 쇠퇴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올해 포럼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논의의 초점은 올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로 모아졌다. 기업중심의 세계화와 세계무역기구에 반대하는 주요 사회운동단체들은 이미 ‘우리의 세계는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연대망’(The Our World is Not for Sale Network)을 구성해 이번 사회포럼에 참석했다. 이 네트워크는 98년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투쟁과 99년 미국 시애틀 세계무역기구 반대 시위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번 칸쿤 회의와 관련해서는 99년 시애틀에서처럼 협상의 결렬을 의미하는 “칸쿤을 탈선시켜라”(Derail Cancun!) 구호를 공개적으로 내세웠다.
‘무지개연합’은 유효한가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포럼의 성격과 미래의 방향에 대한 논쟁이 더욱 공개적으로 전개되었다. 사회포럼이 내세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라는 정치적 목적은 진보적이고 이념적이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은 포스트모던적이고 신사회운동 방식을 따른다. 사회포럼의 목적과 운영방식을 규정한 원칙헌장(charter of principles)은 “신자유주의와 자본에 의한 세계의 지배 그리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사회 단체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생각과 제안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토론하는 만남과 대화의 장”으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이에 따라 어느 누구도 포럼을 정치적으로 대표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며 국제회의의 관례인 최종성명서를 채택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정치인과 정당은 공식적으로 참가를 할 수 없다(이 규정에 따라 룰라 대통령은 정식 참가자가 아닌 주최국의 대통령 자격으로 연설을 해야 했다). 프랑스의 제3세계 연대운동단체로 세계사회포럼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CCFD의 사무총장인 장마리 화도는 “인권·정치·환경·여성·노동·농민·빈민·정치운동 등 사회운동의 거의 대부분이 참여하는 세계적 차원의 이른바 ‘무지개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전제가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주최쪽이 ‘무지개연합’의 장점을 강조했음에도 약점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노동조합과 농민운동 조직, 그리고 정당과 연계된 정치조직들의 불만과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들은 비조직적이고 무정부적인 다중(multitude)으로 과연 미국의 대이라크전 반대와 칸쿤의 세계무역기구 협상 저지라는 공동의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투기자본과세시민연합(ATTAC) 프랑스 지부의 부회장이자 세계사회포럼의 대모로 불리는 수잔 조지는 “1차 포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양상에 대한 진단에, 그리고 2차 포럼은 문제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 3차 포럼에서는 그동안의 성과에 기반해서 구체적 전략을 만들 단계다”라고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매일 200개가 넘는 회의장에 흩어져 자기의 이슈에 몰두하는 현 사회포럼의 구조로 인해 공동의 전략을 상향식 토론을 통해 수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 때문에 일부 참가자는 편법이지만 사회포럼이 아닌 ‘세계사회운동’ 명의로 성명서를 만들어 마지막날 참가자에게 배포하였다.
세계사회포럼은 처음부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항과 대안을 지향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대항 헤게모니를 수립하는 차원에서는 크게 성공했지만 구체적 대안이라는 문제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브라질처럼 진보정당을 통한 국가권력 장악이라는 정치세력화 전략과 국가권력과 전략적으로 거리를 두며 조직화된 시민의 영향력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시민사회 전략이 현재 병존해 있다. 룰라의 집권은 브라질에서 이 두 가지 전략이 모순이 아니라 생산적인 역할 분담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브라질의 미래를 낙관하기에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반세계화와 평화를 위한 항해
내년 제4차 세계사회포럼은 인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체적 장소와 일시는 인도의 조직위원회가 곧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05년에는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도 돌아온다. ‘또 다른 세상’의 꿈을 싣고 ‘행복한 항구’를 떠난 배가 대서양과 인도양을 거쳐 2년 뒤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올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일단 그 첫 관문은 2월15일 전 세계적으로 전개될 이라크전 반대 시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멕시코의 칸쿤에서 9월15∼17일 열리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 각료급 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을 것이다.
포르투알레그레=글·사진 이성훈 전문위원 almolee@yahoo.com
<링크>
세계사회포럼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세계사회포럼 공식 웹사이트(www.worldsocialforum.org),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개설한 세계사회포럼 2003 웹사이트(www.portoalegre2003.net), Inter-Press Service가 세계사회포럼 기간 중 발행한 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이번 포럼에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금의환양했다. 그의 성공은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가 결코 추상적 구호가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게다가 올해에는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지난해 사회포럼 개막식날 맨 앞줄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현수막을 들고 두 시간을 함께 행진하던 그가 올해에는 대통령으로 사회포럼을 찾아온 것이다. 그의 ‘금의환향’은 사회포럼의 구호인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가 결코 추상적 구호가 아님을 참석자 모두에게 일깨워주었다. 올해의 포럼도 지난해와 유사한 틀로 진행됐지만 군사주의와 평화가 별도의 큰 주제로 부각됐다. 임박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위기감의 반영이었다. 사실 이라크 전쟁 관련 소식은 포럼 기간 내내 주최쪽과 참가자 모두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이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개막식 행사에서는 전체 참가자의 환호와 지지 속에 이라크 참가단이 자국의 국기를 미국 참가단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전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참가자가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번 회의에 미국에서만 약 1천여명이 참석해 주최국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참가자 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2000년 대선에서 부시의 집권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책임감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량국가’ 미국 부시 정권의 부도덕성과 음모를 폭로하고 비판했다.

사진/ 부시·블레어·후세인·빈 라덴이 사이좋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림이 티셔츠에 새겨져 있다.

사진/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 이라크전 문제는 이번 포럼의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
세계사회포럼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세계사회포럼 공식 웹사이트(www.worldsocialforum.org),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개설한 세계사회포럼 2003 웹사이트(www.portoalegre2003.net), Inter-Press Service가 세계사회포럼 기간 중 발행한 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