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터뜨린 할리우드 영화 <슈미트에 대해서> 제작자가 도산 안창호의 손녀사위로 밝혀져 화제
퇴직자의 고뇌와 자아 발견을 그린 영화 <슈미트에 대해서>(About Schmidt)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15일 할리우드에서 개봉되면서부터 상복과 찬사가 잇따랐다. 특히 오스카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클럽이 주는 골든글로브상에는 최우수작품상, 최우수남우주연상,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여우조연상, 최우수각색상 등 모두 5개 부문에서 후보작에 올라 오스카 수상에 서광을 비추고 있다.
감독도 한국계와 결혼
3천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불과 개봉 4주 만에 1200만달러 극장 수입을 올려 1월 첫주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 5위에 마크됐다. 이는 전 주 순위 22위에서 무려 17단계를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상영 스크린 수가 1천~3천개에 이르고 있는 순위 1~4위 영화와 비교할 때 이 영화는 불과 34개 스크린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다. 앞으로 스크린 수가 크게 증가할 예정이라 2주 안에 제작비를 뽑고 나서 대박행진이 될 것으로 극장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영화는 오스카 3회 수상 경력을 지닌 잭 니콜슨이 색다른 연기력을 과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재미있게도 니콜슨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면 그해 아카데미상도 거머쥐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도산 안창호의 외손녀 부부가 만든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 화제를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영화의 감독이 새해 첫날 한국계 여배우와 결혼했으며, 영화 제작사 회장의 사위도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해리 기티스와 마이클 비스먼이 공동제작했다. 해리 기티스는 도산의 외손녀인 크리스틴 커디의 남편이다. 그리고 크리스틴 커디는 도산의 장녀 안수산 여사의 딸이다. 하버드 법대 박사학위를 소지한 크리스틴은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어 남편의 영화제작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1월9일 로스앤젤레스 소재 소니 영화사 안에 자리잡은 해리 기티스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요즈음 그는 하루하루가 정신 없을 지경이다. 그는 <슈미트에 대해서>가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의 순위를 날마다 오르락내리락할 적마다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찍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무척 긴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생 처음 겪는 경험”이라며, 3월23일 오스카 시상식이 있기 전까지 거의 매일 영화홍보 시사회를 갖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이 “마치 선거 캠페인을 벌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슈미트에 대해서>의 해외개봉은 오는 2월 런던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유는 영화 속 인물인 워렌 슈미트가 영국인 남성 기질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일본인들이 보낸 호응을 보고 영화의 캐릭터가 동양인 남성의 특성과도 맞는다고 생각을 넓혔다.
<슈미트에 대해서>는 외동딸을 둔 미국 가정의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동서를 막론하고 은퇴 적령기에 결혼을 앞둔 딸이 있는 아버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기티스는 영화시사회에서 관객들로부터 “이 같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폭소를 터뜨리면서도 그 뒤엔 잔잔한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생의 주인공이 전달하는 삶의 특별한 메시지인 것이다.
남편의 머리맡에 할아버지 포스터 걸다
해리 기티스는 처음 뉴욕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단시간에 반짝 아이디어를 내어 광고문구를 쓰는 데 더 적합한 것 같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키워온 제작자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슈미트에 대해서>가 있기까지 그의 영화제작사업은 그다지 빛을 보진 못했다. 1978년 잭 니콜슨을 주연으로 내세운 <잭 니콜슨의 바람둥이 길들이기>(Goin’ South)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슈미트에 대해서>는 40년지기인 내 친구 잭 니콜슨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미 중서부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보험회사 중견사원인 워렌 슈미트(잭 니콜슨)가 회사 근무 마지막 날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텅 빈 공간에서 퇴근시간을 가리키는 벽시계를 보다가 끝내 일어나는 은퇴자의 심정을 잭 니콜슨은 가슴 아리게 연기하고 있다. 그 뒤 40여년간 동거동락하던 아내가 전기감전 사고로 갑자기 숨지자 그는 심한 허탈감에 빠져 멀리 사는 외동딸 지니(호프 데이비스)에게 부성애를 보이며 기대를 걸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은 우편물을 뒤적이다가 아프리카 고아돕기 단체에서 온 편지를 보고 탄자니아 태생의 고아 엔두고를 위해 한달에 22달러를 보내기로 서명한다.
그는 딸 지니가 건달 같은 판매사원 렌덜과 결혼식을 올린다는 통지를 받고 모터홈(원래 부인과 은퇴 뒤 여행할 계획으로 빌려놓은 것)을 몰고 홀로 떠난다. 그는 여행 중에 여러 해프닝을 겪으면서 고아 엔두고에게 누구에게도 해보지 않은 자아성찰을 겸한 글을 써보낸다. 딸이 사는 고장 콜로라도 덴버에 왔으나 시어머니가 되는 로버트(캐시 베이츠)의 엽기적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가 딸과도 마음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면서 부녀관계가 멀어진다.
잭 니콜슨이 원망과 분노, 허탈감을 삭혀가는 연기는 일품이다. 한국에서 지난 외환위기 때 많이 본 명퇴자들의 아픔을 이 영화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제작진이 영화의 배경인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영화촬영을 위해 4개월간 임시 거주할 때 일이다. 부인인 크리스틴 커디는 남편 기티스의 침대 머리맡에 자신의 외할아버지 도산 안창호의 포스터를 크게 붙여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자리에 들어갈 때 도산의 초상화는 기티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내는 내게 일을 잘하라는 뜻으로 한국의 정신적 지주인 도산 안창호 사진을 걸어놓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멋진 도산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았다”며 웃었다. 한국 팬들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멋쩍게 웃으며 “한국 여성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마 한국의 얼이 담긴 부인을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한국에 가보고 싶다” 들떠 있어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극 중에서 급사한 부인의 장례를 마친 뒤 슈미트가 평소 소원하게 지낸 딸과 식탁에 마주 앉아 있을 때”라고 대답했다. 왜 (엄마의) 관을 가장 싸구려로 샀느냐고 따져 묻는 딸과 이 말을 듣고 겸연쩍어하는 표정의 잭 니콜슨 연기는 오늘날 부녀관계를 함축적인 언어로 묘사한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이 영화를 감독한 알렉산더 페인은 40대 젊은 연출가로 60대의 황혼 인생에 풍자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심오한 경지를 발견해내는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이번 골든글로브상 감독상과 각색상 후보로 선정돼 크게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인 감독을 두고 “인생과 할리우드를 거머쥐다”로 표현했다. 이처럼 전도가 양양한 페인 감독은 지난 2년간 사귀어온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32)와 올해 첫날 화촉을 밝혀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샌드라 오는 한국 안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할리우드와 캐나다 연예계에서는 주연급 대우를 받는 중견 연기자다.
<슈미트에 대해서>의 미국 내 배급을 담당하는 뉴라인시네마는 “아직 한국시장 배급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 기티스는 “한국에 가보고 싶다”며 무척 들떠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 미국 영화에 대한 반감이 높은데, 정치색이 없는 인간드라마 <슈미트에 대해서>가 어떤 대접을 받을지 궁금하다.
LA=글·사진 김지현 전문위원 lia21c@hotmail.com

사진/ 도산 안창호의 외손녀 가족이 <슈미트에 대해서> 홍보용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로 활약 중인 크리스틴(왼쪽에서 두 번째)은 남편의 영화제작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3천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불과 개봉 4주 만에 1200만달러 극장 수입을 올려 1월 첫주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 5위에 마크됐다. 이는 전 주 순위 22위에서 무려 17단계를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상영 스크린 수가 1천~3천개에 이르고 있는 순위 1~4위 영화와 비교할 때 이 영화는 불과 34개 스크린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다. 앞으로 스크린 수가 크게 증가할 예정이라 2주 안에 제작비를 뽑고 나서 대박행진이 될 것으로 극장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영화는 오스카 3회 수상 경력을 지닌 잭 니콜슨이 색다른 연기력을 과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재미있게도 니콜슨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면 그해 아카데미상도 거머쥐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지고 있다.

사진/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그의 부인 샌드라 오. 샌드라 오는 할리우드와 캐나다에서 주연급 대우를 받는 중견 연기자다.

사진/ <슈미트에 대해서>의 포스터. 쓸쓸한 퇴직자 연기를 선보인 잭 니콜슨은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