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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웃사촌? 이웃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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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1-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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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와 스페인, 그 오랜 영토분쟁의 역사… 최근 모로코의 스페인 어선 조업 허가로 화해 가능성

사진/ 지난해 7월19일 페레힐섬에 스페인군을 내려놓는 헬리콥터. 모로코 북쪽 해안의 섬들을 놓고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의 갈등이 계속돼왔다. (GAMMA)
불과 22km밖에 되지 않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둔 모로코와 스페인은 서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문화적 차이가 크고 역사적으로 적대관계에 놓인 적이 많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모로코의 두 번째 수출시장이자 2위 투자국임에도, 현재 양국 수도에는 상대국 대사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2001년 마드리드 주재 모로코 대사가 본국에 소환되자, 스페인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7월 페레힐섬을 둘러싼 영토분쟁이 일어났을 때 본국 대사를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철수시켰다.

모로코가 페레힐섬에 군대 보낸 이유


이후로 두 나라 사이에는 끊임없는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가 프레스티지 유조선 침몰사고로 생계를 위협받는 스페인 어민들을 위해 1월15일부터 3달간 한시적 조업허가를 내준 뒤 두 나라 간에 실낱같은 관계정상화 조짐이 보인다.

그렇다면 두 나라 사이의 문제는 무엇일까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서로가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세우타·멜리야 두 도시와 모로코 북쪽해안의 조그만 섬들인 페레힐·샤파리나 군도, 페뇽 드 벨레스 드 라 고메라·페뇽 드 알후세마 등이다.

모로코는 역사적으로 역대 국왕들의 최대 관심사가 유럽 열강에 점령된 식민지의 해방이었다. 즉위한 지 얼마 안 된 모하메드 6세도 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7월 결혼축제를 앞두고 페레힐섬에 모로코군을 상륙시켜 실지회복 의지를 보였다. 반면, 스페인은 15세기 이래 줄곧 스페인령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세우타·멜리야에 관해서는 어떠한 협상의 여지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측면에서도 지중해의 관문인 세우타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 그는 스페인과 협상을 통해 화해무드를 조성할 수 있을까. (GAMMA)
두 번째 쟁점은 실제론 이미 모로코에 편입된 서부 사하라를 둘러싼 갈등이다. 모로코는 서부 사하라 독립운동 단체인 ‘폴리살리오 전선’을 스페인이 지원한다고 믿고 있다. 스페인이 서부 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다. 스페인은 1976년까지 식민지였던 서부 사하라를 모로코가 무력으로 점령했다고 주장한다.

모하메드 6세가 페레힐섬에 갑작스레 군대를 상륙시킨 이면에는 서부 사하라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함과 동시에 세우타·멜리야 문제를 국제여론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 전초단계로 페레힐섬을 건드려본 것이다. 세우타·멜리야 문제, 서부 사하라 문제에 이어 모로코와 스페인 간의 영토분쟁은 아프리카 서해안 카나리아 군도와 모로코 사이의 영해 설정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미래에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해에 원유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6세의 선택은?

또한 스페인은 지브롤타 해협을 통해 이루어지는 아프리카인들의 불법이민이나 마약밀수에 대해 모로코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모로코 정부는 2000년 모로코 영해상에서 스페인 어선이 조업할 수 있는 허가증을 갱신해주지 않아 스페인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현재 스페인은 세우타·멜리야에 대한 어떠한 양보나 협상도 있을 수 없다고 고집하고, 모로코는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강성으로만 나갈 수는 없는 입장이다.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외교관계지만 모하메드 6세가 스페인 어민을 위해 화해 제스처를 보여주자 다시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선왕인 하산 2세의 서거 이후 새로이 등장한 모하메드 6세의 외교정책은 선대와는 다른 훨씬 다이내믹한 스타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과의 문제만큼은 협상과 절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나라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불러들인 대사를 현 위치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하고 화해무드를 조성하면서, 일거에 모든 것을 얻기보다는 차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튀니스(튀니지)=김병국 전문위원 ibnki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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