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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탁신으로 시작, 탁신으로 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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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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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 l 타이

국내 최고·최악의 인물로 함께 선정… 세계 최고는 코피 아난, 최악은 조지 부시

사진/ 시민들에게 사인공세를 받는 탁신 시나와트라 총리. 중산층과 극빈층에서 동시에 환상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무한정한 독점권력의 성을 쌓고 있다. (정문태)
나라 밖에서는 로마제국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정체와 그 진수를 경험한 한해였다면, 나라 안에서는 왕국 탄생 이후 가장 강력하고도 전방위로 힘을 떨친 탁신이라는 인물의 정체와 그 진수를 경험한 한해였다. 말하자면 안팎에서 누르는 ‘힘’ 때문에 시민들은 기죽어 지낸 한해였다는 뜻이다.

부시가 앞장선 미국식 ‘전쟁광증’은 세계를 한 손아귀에 넣은 뒤, ‘빅 브러더’ 체제를 구축해 나머지는 모조리 ‘조직원’쯤으로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찍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줄줄이 뒤따라갔다. 그 길이 황천길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타이는 한술 더 떠 미국에 버금가는 또 다른 존재에 휘둘리며 이중적 고통을 겪었다. 타이에서 가장 돈 많은 인물인 탁신 총리가 한해 내내 가히 제왕적 권력을 구축하는 통에 시민사회라든가 민주주의 같은 전향적인 대안들은 쑥밭이 되고 말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헌법도 뜯어고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 정치판은 그야말로 독주상태였는데다, 올해 개편한 내각과 군부에 왼손 오른손들을 마구잡이로 심어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대들 만한 조직이나 기구는 눈 닦고 찾아봐도 없는 실정이다. 경제는 이미 탁신이 주물러왔으니 새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나 남은 분야인 언론도 쑥밭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론인 계좌를 불법으로 뒤지는가 하면 외신지국 폐쇄라는 초강수를 띄워대는 통에 국내언론들은 제풀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탁신에게는 더 이상 비판도 없다.

미국과 탁신. 두 화두는 올해 타이 사회를 지배한 키워드였다. 올 한해 동안 내가 느낀 바는, 타이 사회가 미국과 탁신을 부정하면서도 똑같은 규모로 미국과 탁신을 흠모하는 매우 이중적인 경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 두개의 신화, 두개의 우상은 서로 주고받으며, 국제적으도 국내적으로도 능숙하지 못한 타이 시민사회를 마음껏 재단하며 이익을 챙겨갔다. 미국이 내세운 안티 테러리즘의 인도차이나반도 대변인 노릇을 한 탁신은 다시 이 주제를 ‘타이 버전’으로 만들어 국내를 평정해나갔다. 2002년 뉴스는 미국과 탁신뿐이었다.


[2002 타이 최고, 최악의 인물]
최고의 인물 : 탁신 시나와트라(Thaksin Shinawatra) 최악의 인물 : 탁신 시나와트라(Thaksin Shinawatra)
타이 총리. 개혁 잠재력과 현실적인 가능성을 모두 지닌 정치 권력가로 ‘대중영합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중산층과 극빈층에서 동시에 환상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타이 총리. 총리제 아래서 대통령제 권한을 꿈꾸며 무한정 권력을 확장시킨 결과, 정치·경제·군사 모든 면에서 독점권력을 형성한 혐의.
세계 최고의 인물 : 코피 아난(Kofi Anan) 세계 최악의 인물 : 조지 부시(George Bush)
유엔 사무총장. 미국-이라크 공방 사이에서 ‘문화적’ 태도로 국제사회의 반전 의지를 관철시킨 공로.
말릴 수 없는 극단주의자, 광신적 군사주의자로 세계평화를 위협한 혐의

<2002 타이 10대 뉴스>
1. 탁신 총리, 무제한 권력욕 과시
2. 정부 토지개혁 계획 무용지물화
3. 아비싯 자지와, 민주당 잠재적 지도자로 등장
4. 비료 부정
5. 대학 입학시험 새로운 표준 설정
6. 각급 학교 외국어 교육 계획 논쟁 가열
7. 공공장소 금연 실시
8. 소규모 잡화점 보호법 의제화
9. 박문댐 반대투쟁 지속
10. 마약과의 전쟁 가속

프라윗 로자나프룩(Pravit Rojanapruk)/ <더 네이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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