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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지메 당하는 대체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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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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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혁신적 알코올연료 가이악스 개발… 기존 가솔린, 자동차업계 견제로 난항

(사진/도쿄의 한 주유소에 '저공해연료 가이악스 입하 예정 27일'이라는 문구가 걸려있다.가이악스 공급은 원할하지 못하다)
맹물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 수는 없을까.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한번쯤 꿈꿔볼 만한 얘기다. 맹물 자동차는 아니지만, 기존 가솔린 자동차에 가솔린 대신 알코올계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 일본 벤처기업에 의해 개발되어 화제다. 이름은 ‘가이악스’. 지구를 지키는 그리스 여신 ‘가이아’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값싸고 환경친화적인 ‘꿈의 연료’

‘가이악스’가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1998년 10월1일. 도쿄 긴자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가이아 에너지’ 5명의 직원에 의해서였다. 이 연료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기존 연료인 가솔린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다는 점. 일반 가솔린 1ℓ가 95엔 안팎, 고급 가솔린(하이 오크)의 경우 105엔 안팎이지만, 가이악스는 1ℓ에 85엔(회원가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2천엔을 주머니에 넣고 주유소로 차를 몰고 갔을 경우, 가솔린은 약 19ℓ, 가이악스는 20.4ℓ를 채워넣을 수 있다). 약 20% 정도 싼 셈이다.


그러나 가이악스가 정작 새로운 꿈의 연료로 불리게 된 것은 싼 연료라는 측면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데 있다. 배기가스 속에 포함돼 있는 일산화탄소는 가솔린에 비해 95%, 탄화수소는 65% 정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주행시의 쾌적도를 표시해주는 옥탄가도 가솔린 못지않다. 일반 가솔린의 옥탄가 90보다 훨씬 높은, 고급 가솔린 수준의 98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비 또한 높다.

이처럼 값도 싸고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한 가이악스지만, 만약 이 연료를 넣기 위해 자동차 엔진을 바꿔야 한다면, 소비자들은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해결했다.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 엔진을 그대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가이악스만 사용하든 가솔린과 가이악스를 섞어서 쓰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도쿄 네리마구에서 마쓰시타석유 주유소 소장을 하고 있는 에구치 분페이는 “새 연료로 바꿨을 때 엔진오일만 한번 갈아주면 그뿐”이라고 말한다. 엔진오일을 갈아줘야 하는 이유는 “가이악스가 엔진 세정효과마저 뛰어나기 때문”이다. 가솔린을 사용하면서 남아 있던 찌꺼기가 한꺼번에 몰려나오기 때문에 처음엔 반드시 엔진오일을 갈아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솔린도 엔진오일을 40∼50km마다 바꿔줘야 하지만, 가이악스는 70∼80km마다 바꿔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만약 가이악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에서 보상해준다는 점을 이 연료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에겐 반드시 주지시킨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가이옥신의 인기는 그동안 늘어난 주유소 수에서도 증명된다. 시판 2년 만에 주유소는 28개현 121개소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가이아 에너지’사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기존의 가솔린업계와 자동차회사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이악스가 가솔린에 비해 가격이 쌌던 가장 큰 이유는 세금에 있었다. 탄화수소 성분이 전체 무게의 50%가 넘으면 1ℓ당 53.8엔이라고 하는 엄청난 가솔린세(국세)가 부과되는데, 가이악스의 탄화수소 성분은 대략 45% 정도이기 때문에, 개발비용을 모두 원가에 포함시키더라도 그동안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존 가솔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부 지방자치체가 도로 이용에 따른 ‘경유세’를 가이악스를 이용하는 차량에도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회사들도 가이악스로 인한 고장에 대해 자동차 메이커로선 아무런 보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고갈되지 않는 연료’ 질투하지 말라

이와 관련해 최근 <아사히텔레비전>은 <선데이 프로젝트>란 프로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프로그램 해설자로 나온 오오타니는 이를 벤처기업에 대한 정계와 관·재계의 입체적인 ‘이지메’라고 비판했다. 현재 가이악스 연료의 제조와 비축은 일본 국내에서 불가능한 것은 물론, 일본 국내로의 유입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로 가이악스가 제조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 여수의 석유화학단지이다. 벤처기업에 의한 ‘꿈의 신연료’는 일본 기득권층에 의해 짓이겨졌다고 방송은 전하고 있었다.

1978년의 2차 석유위기, 91년 걸프전 이래, 또다시 10년 만에 맞이한 고유가 시대에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같은 꿈의 연료일지 모른다. 근대의 또다른 이름인 성장이라는 신화가 우리에게 선사한 안락함을, 차량 5부제와 같은 절약 이데올로기로 치환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른다. 보통사람들의 욕망은 또다른 기술, 즉 ‘고갈되지 않는 연료’개발에 의해 채워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가이악스는 앞으로 45년 정도면 고갈될 석유가 아닌, 4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를 그 원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도쿄=신명직 통신원mjshin5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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