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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파괴된 발리, 쿡쿡 찔리는 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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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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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 l 인도네시아

‘발리의 줄리아니 시장’ 하지 밤방을 국내 최고 인물로… 오스트레일리아 존 하워드 총리는 세계 최악

사진/ “뉴욕과 발리의 테러는 무엇이 다른가.” 폭탄테러에 상처입은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자괴감을 씹고 있다. (GAMMA)
빌어먹을! ‘9월11일의 공격’ 뒤부터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아예 공항에서부터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노려보는 판이니! 외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또 테러리스트를 수색한다는 이들이 집까지 뒤지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올해 어디쯤 서 있었을까 지난해 세계무역센터처럼 올해 인도네시아 발리도 폭탄으로 무너졌다. 규모가 크고 작은 차이였을 뿐, 내용과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쪽은 전 지구적 애도 속에서 영웅신화를 창조해낸 반면, 한쪽은 온갖 욕설과 비난 속에서 무참히 짓밟혔다. 부시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는데, 메가와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사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민들은 이렇게 자탄했다. “뉴욕과 발리라는 차이였을 뿐인데, 왜”

근거도 없이 미국을 따라 아부바카르(제마 이슬라미아 지도자)를 체포하면서부터 인도네시아 국내 무슬림 운동가들은 쫓기기 시작했고, 대신 수하르토 30년을 그리워하던 군인들이 다시 정치판에 군홧발을 올려놓았다.

발리 폭탄만이 아니었다. 발리 폭탄테러 이전에도 메가와티 정부는 개혁과 민주주의라는 시민들의 뜻을 저버린 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뜻- 아체가 테러리스트 소굴이라는- 을 받들어 아체를 흉폭하게 몰아붙였다. 이런 전쟁판에 메가와티는 약속과 달리 부정부패마저 관리하지 못해 사회는 더욱 흉흉해졌다. 각종 장관이란 자들이 부패에 연루되었고, 국회의장격인 악바르 탄중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시민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2002년은 길 잃은 시민들로 북적거린 한해였다.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랬다.

[2002 인도네시아 최고, 최악의 인물]
최고의 인물 : 하지 밤방 아구스 프리얀토(Haji Bambang Agus Priyanto) 최악의 인물 : 이맘 사무데라 알리아스 압둘 아지스 알리아스 쿠다마(Imam Samudera alias Abdul Azis alias Kudama)
폭탄테러가 발생한 발리의 쿠타지역 교통주차부 책임자인 하지 밤방을 <타임>은 ‘9월11일의 공격’에 빗대 ‘발리의 루디 줄리아니 시장’이라고 했다. 10월12일 밤, 신중하면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구조에 나선 자원자들을 이끈 하지 밤방은 올해 인도네시아 시민 모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었다.
경찰은 이 긴 이름을 지닌 사나이를 발리 폭탄테러 용의자로 체포했다. 지난 8월 자카르타 프라자 아트리움 폭탄사건 범인들 입에서도 이맘 사무데라가 이미 유명해졌고, 또 300kg짜리 수제폭탄을 설치한 파당 케린치 교회에서도 그의 자취가 드러난 적이 있었던 탓이다.
세계 최고의 인물 : 헨리 두난트 센터(Henry Dunant Center) 세계 최악의 인물 : 존 하워드(John Howard)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헨리 두난트 센터(아체 평화위원회)는 몇해 전부터 인도네시아군(TNI)과 자유아체운동(GAM) 사이의 화해를 위해 노력해온 단체다. 헨리 두난트 센터를 올 최고 인물로 꼽은 까닭은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분화구인 아체 문제 해결을 위해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다.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그는 2000년 “미국의 대리 경찰로 아시아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해괴한 발언을 했고, 올해 다시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든 테러리스트가 있는 곳은 직접 공격하겠다”는 망측한 소리를 질렀다. 하워드는 올해 발리 폭탄테러가 발생한 뒤에는 자국의 아시아계 무슬림들을 직접 청소하겠다는 차별주의 발상을 드러냈다.
<2002 인도네시아 10대 뉴스>
1. 발리 폭탄테러.
2. 악바르 탄중 의장(DPR) 부패혐의로 3년형 선고
3. 라흐만 법무장관 은닉재산 파문
4. 블랙 타이쿤(기업 부정혐의로 구속됐던 대기업 관계자들) 석방과 부채 감면
5. 반테러법 제정, 인권·시민단체 강력 반발
6. 인도네시아군, 자유아체운동 포위 압박
7.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당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난민화
8. 신방송법, 언론자유 침해
9. 아부바카르 바시르를 포함한 이슬람 운동가들 구금
10. 아체·술라웨시 일부 지역, 샤리아(이슬람법) 실행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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