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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다음 폭탄은 어디에서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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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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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 l 필리핀

‘피부색깔이 달라, 종교가 틀려먹어, 국적이 웃겨’ 수백만 세계 시민이 두들겨맞은 한해

사진/ 테러박멸을 명분으로 다시 돌아온 미군은 필리핀 시민들의 자존심을 짓뭉개버렸다. (GAMMA)
‘9월11일의 공격’이 연장되고, 국제안보와 시민안전이 더욱 악화된 한해였다. 특히 경제와 국제이주 분야가 심각한 타격을 당했다. 불확실성 아래 수백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국제 노동시장 분야는 최악으로 얼어붙었다. 부시가 선언한 대이라크 전쟁은 국제사회에 긴장을 불렀고,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등쌀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비행기를 타든, 백화점에 가든, 디스코텍에 가든, 길거리 커피숍에 앉든 시민들은 ‘혹시’라는 불길한 기분부터 느꼈던 해다. 세계적 규모로, 세계 시민들이 저마다 다음 폭탄이 어디에서 터질는지를 고민한 적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계무역센터, 그 자본주의의 꽃이라던 상징물이 폭탄을 뒤집어쓴 일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만했다. 발리·케냐로 이어지는 폭탄은 타격점이 없는 그야말로 ‘멍텅구리’였다. 그들에 대한 마지막 남은 동정심마저 잃게 한 악수였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올해 뉴스는 미국과 부시라는 작자의 놀음판이었고, 부시의 미국이 주도한 국제 패권주의는 모든 인류를 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등쌀에 모든 인류는 움츠러들었다. 올해 모든 문제의 출발과 끝은 이렇게도 간단했다. 색깔이 달라(백인이 아니라는) 종교가 틀려먹어(이슬람이라고) 국적이 웃겨(부시가 지정한 테러리스트 천국) 수많은 세계 시민들이 세상으로부터 두들겨맞고 ‘하류인간’이 되고만 한해였다. 이 조건들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는 노동자들은 모조리 일터에서 쫓겨났고, 일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마저 철저하게 제지당했다. 현대판 노비문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특히 500만명에 이르는 해외 노동인력이 있는 세계 최대 노동자 송출국인 필리핀은 급격히 위축당했고, 그 여파는 필리핀 내 사회·경제 문제로 즉각 되돌아왔다. 백인 기독교 미국인(유럽인)은 영원한 천사였고, 영원한 국제 지도자였고, 영원한 지배자였다.


[2002 필리핀 최고, 최악의 인물]
최고의 인물 : 소규모 자영업자들 최악의 인물 : 글로리아 아로요(Gloria Macapagal Arroyo)
해외 투자가들이 불안정한 치안과 질서에다 부패까지 겹친 필리핀을 ‘부랑아’로 여기는 상태에서 국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국가경제를 지탱했다. 소규모 업자들이 지치지 않은 덕에 그나마 시민들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국가경제가 굴러갈 수 있었다.
쫓겨난 전 대통령 에스트라다보다 아로요가 더 나은 인물이라는 데 의문을 다는 이들은 없지만,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무자비하게 달려가는 모습에 많은 시민들은 경악했다. 특히 아로요는 양키를 다시 불러들인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인물 : 넬슨 만델라(Nelson) 세계 최악의 인물 : 조지 부시(George Bush)
남아공 전 대통령. ‘고통’을 정의할 만한 자격이 있는 인물이다. 올 한해 동안 끊임없이 이라크 시민의 고통을 대변하며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중단을 주장했다. 미국 매파들이 만델라에게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지원하는 ‘얼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지만,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두말하면 잔소리다. 극단주의자, 무력 숭배자, 전쟁 광신자에서 ‘인류 파탄자’라는 새로운 명함을 새긴 부시. 그야말로 부시의 한해였다.
<2002 필리핀 10대 뉴스>
1. 양키 컴백, 미군 정부군과 대테러 합동훈련
2. 말레이시아 사바주, 필리핀 불법거주자 대량 추방
3. 미국과 유럽연합, 필리핀 공산당(CPP)을 테러리스트로 지목
4. ‘필리핀-미국 군사훈련 정책 차이 이유’ 테오피스토 외무장관 사임
5. 개혁파 두 장관 사임- 교육장관 라울 로코, 국세청장 레네 바네즈
6. 법무장관 20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
7. 테러 위협으로 마닐라 주재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유럽연합 대사관 폐쇄
8. 아로요 대통령, 공항 계약 무효화
9. 대법원, 민간전기회사 메라코 불법 징수액 반환 결정
10. 정체불명 폭발 연속으로 50여명 사망, 수백명 중상

마리테스 시손(Marites Sison)/ 전 <마닐라타임스> 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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