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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월드컵 4강, 짜릿한 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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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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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ㅣ싱가포르

투동 착용 금지에 무슬림 학부모들 반발… 국내 최악의 인물은 인도네시아 가정부 살해한 응 후아 체

사진/ 싱가포르의 루쉰이라 부를 만한 쿠오 파오 쿤(가운데). 사회 정의를 다룬 예술들이 공산주의로 낙인찍혀 고난의 길을 걷다 올해 사망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공격을 선언했고,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학살했고…. 올해 벌어진 이런 일들이 연말로 접어들며 종착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기승을 부린 ‘극우화’ 현상도 우연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까지 덩달아 날뛰며 주전론과 군사주의를 확대한 일들이 모두 하나의 궤를 따라 흘러온 한해였다.

두 한국의 도발적인 과시


결국 브라질·에콰도르·볼리비아·페루·베네수엘라에 좌파정권을 확대하며 세계적인 극우화 현상에 일대 반격을 가한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2003년 ‘피멍든’ 국제뉴스의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벌써부터 일고도 있다.

올 국제 뉴스판에서 두 한국의 도발적인 과시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제였다. 싱가포르 언론과 시민들 입에서는 올해만큼 한국이 자주 등장한 적이 결코 없었다. 한국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개최라는 배경을 업고 이른바 ‘K-pop’ 문화현상을 아시아 전역에 뿌렸다면, 북한은 핵무기 건으로 막판을 충격적으로 장식했다. 한국 경제회복이 불황에 빠진 싱가포르에 질투와 선망으로 다가온 한해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내 뉴스로는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무슬림 테러리즘이라는 쌍둥이 편견이 판친 한해다. 중국계가 주도하는 싱가포르 사회에서 무슬림 헤드 스카프 착용을 금지한 학교에 대한 무슬림 학부모들의 반발과 무슬림 테러리스트 체포 뉴스는 언론의 단골주제였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정부와 수돗물 공급 문제를 놓고 승강이를 벌여 경제불황과 테러 긴장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시민들은 전에 없이 맥빠진 한해를 보냈다.

싱가포르 시민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뉴스 하나 없는 한심한 한해였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4강에 들어 며칠 동안 ‘아시아’라는 연대감 아래 대리만족을 느낀 일 빼고는!

2002 싱가포르 최고의 인물- 쿠오 파오 쿤(Kuo Pao Kun)

싱가포르의 루쉰이라 부를 만한 쿠오 파오 쿤은 당대 최고 극작가로 또 사색가로 이름을 떨치다 올해 사망했다. 사회 정의를 다룬 예술들이 공산주의로 낙인찍혀 1976년부터 80년까지 감옥살이를 했지만 그의 정신은 식지 않았고, 그는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예술감독들을 가르치고 영감을 주었다.

2002 싱가포르 최악의 인물- 응 후아 체(Ng Hua Chye)

여행가이드인 응 후아 체는 인도네시아 가정부를 살해한 죄로 18년형과 곤장 12대형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가정부는 200군데 넘는 상처를 입었고, 16개월 동안 먹을거리를 제대로 주지 않아 평소 50kg이던 몸무게가 살해되기 직전에는 36kg으로 줄어들었다. 광적 인종차별에 따른 이 사건은 시민을 충격에 빠트렸고 국제사회에서 싱가포르의 악명을 더 높였다.

[2002 싱카포르 최고, 최악의 인물]
최고의 인물 : 쿠오 파오 쿤(Kuo Pao Kun) 최악의 인물 : 응 후아 체(Ng Hua Chye)
싱가포르의 루쉰이라 부를 만한 쿠오 파오 쿤은 당대 최고 극작가로 또 사색가로 이름을 떨치다 올해 사망했다. 사회 정의를 다룬 예술들이 공산주의로 낙인찍혀 1976년부터 80년까지 감옥살이를 했지만 그의 정신은 식지 않았고, 그는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예술감독들을 가르치고 영감을 주었다.

여행가이드인 응 후아 체는 인도네시아 가정부를 살해한 죄로 18년형과 곤장 12대형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가정부는 200군데 넘는 상처를 입었고, 16개월 동안 먹을거리를 제대로 주지 않아 평소 50kg이던 몸무게가 살해되기 직전에는 36kg으로 줄어들었다. 광적 인종차별에 따른 이 사건은 시민을 충격에 빠트렸고 국제사회에서 싱가포르의 악명을 더 높였다.
세계 최고의 인물 :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세계 최악의 인물 : 얼굴 없는 미 중앙정보국(CIA)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설에 대해 끊임없이 양심적인 소리를 내며 국제 시민사회의 의지를 대변했다. ‘9월11일의 공격’을 허용했고, 발리·예멘·케냐와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모든 테러사건에 대해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세계 전역을 전장화해가는 주범. 특히 베네수엘라 좌파 대통령 차베스를 발가벗긴 것을 비롯해 부시 대통령까지 조종하는 자들.
<2002 싱가포르 10대 뉴스>
1. ‘무슬림 테러그룹의 미군기지와 비즈니스센터 공격 계획’ 정부 발표
2. 국가안보법 적용 말레이 무슬림 34명 테러리스트로 체포
3. 실업률 4.8% 기록
4. 국립학교 투동 착용 금지에 대한 무슬림 학부모 반발
5. 뉴워트(Newater) 출발- 말레이시아로부터 용수 의존도 줄이기 위해 제조업 폐수 재활용
6. 물 거래 악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용수 계약 악화
7. 버스 요금 인상에 시민들 분노
8. 정부, 상품서비스세(GST) 유보
9. 6억달러(싱달러)짜리 예술관 출범
10. 사회풍자 코미디 [I not stupid], 교육제도 부실로 자살하는 어린이 문제 부각

유니스 라오(Eunice Lau)/ 전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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