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of Asia l 인도네시아
밀실에서만 떠돌다가 광장에서 깨지는 성 담론… 온 나라가 ‘순결한 척’ 위선을 떤다
“빼어난 몸매의 아리따운 처녀가 있었다. 몸이 단 사내들 사이에 그녀는 늘 화젯거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열이 난다고 느낀 처녀는 의사를 찾아갔다. 열이 난다고 보채는 처녀에게 의사는 체온계를 입에도 물려보고 겨드랑이에도 꽂아보았으나 정상이었다. 그래도 처녀는 계속 열이 난다고 우겼고, 의사는 하는 수 없이 항문에 체온계를 꽂아보기로 했다. 의사가 정중하게 옷을 벗기자 처녀는 질겁했다. ‘거긴 항문이 아니고 제 질이에요.’ 의사가 천천히 대답했다. ‘이건 체온계가 아니라 내 성기예요.’”
성 실태 연구 발표했다가 공개 사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한때 유행한 질퍽한 농담 가운데 하나다. 성을 주제로 삼은 농담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시대가 따로 없다고들 한다. 문제는 끼리끼리 둘러앉아 농담을 주고받던 이들이 성을 사회적 관점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건 ‘천벌’받을 일이라 여기는 이중적인 태도다. 사회 속에 통용되는 성적 농담과 그 사회 구성원들이 지닌 성적 태도는 분리될 수 없는 성질을 지녔음에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농담은 인정하면서도 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출판하는 일을 금기로 여겨왔다. 시민들과 특정 단체들이 지독하게 짜증을 부린 탓이다.
마침 좋은 예가 하나 있다. 최근 족자카르타 인문애정연구재단 연구책임자 이입 위자얀토가 혼쭐난 경우다. 그가 3년 동안 족자카르타 지역 대학생 1660명을 대상으로 삼은 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인도네시아는 발칵 뒤집혔고 ‘엄숙한’ 시민과 단체들은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입이 이틀 동안 구치소에 처박혀 심문을 받고 풀려났지만 사회적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이입은 결국 언론을 통해 용서를 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입이 조사 연구해서 발표한 내용들이 대체 어떤 것이었기에 그렇게들 흥분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그 결과물을 소개한다. 하나는 인도네시아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폭로하겠다는 의지고, 다른 하나는 이런 연구 결과를 놓고 경찰이 동원되고 연구자에게 사과를 하도록 한 일이 옳았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뜻에서다.
이입의 조사 결과는 이렇다. 조사대상 가운데 97.05%에 해당하는 족자카르타 여학생들이 결혼 전에 성관계를 맺고, 99.82%는 구강성교와 항문성교를 비롯해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60명 조사대상자 가운데 오직 3명만이 섹스나 자위행위 경험이 없었고, 25%에 이르는 여학생들이 한명 이상 상대와 섹스한 경험이 있고, 또 25%는 임신중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63% 여학생들은 남학생들 방에서, 14%는 자신들 방에서, 21%는 싸구려 호텔에서 그리고 2%는 관광지 같은 공공장소에서 섹스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You OK, I am OK.” 이입은 이런 말들로, 조사대상 학생들이 쉽게 성을 나눌 수 있었던 배경을 환경적 요소에서 찾았다. “공부가 끝난 학생들이 데이트말고 달리 여가를 보낼 만한 환경이 없는 상태에서 지천에 깔린 포르노 테이프 같은 것들이 학생들에게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이입은 이 연구가 단순히 학생들 성 실태를 조사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정부와 교육기관들이 학생 지원대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몹쓸 놈” 손가락질, 나도 당했다
자, 과연 이 조사 연구를 놓고 시민과 단체들이 발끈해야 할 만한 일이었겠는가 질퍽한 농담을 즐겨온 이들이 이런 연구를 부도덕한 일이라고 두들겨패야 옳았겠는가 대부분 여학생들이 혼전섹스를 하고 있는 게 현실로 드러난 판에도 인도네시아 사회는 성과 도덕률을 하나로 여기며 거짓 사회적 순결을 주장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은 이입이 처음 당한 것도 아니다. 서부 자바에서 중·고등학생 성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 나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몹쓸 놈’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는 말이다. 내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중학생 50%와 고등학생 75%가 섹스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약 60%는 키스나 성기 자극 또는 직접적인 성교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내가 조사한 지역 중학생들이 주고받던 농담 한 토막을 소개하는 걸로 인도네시아에서 지금 성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짐작해보기로 하자.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날 선생이 아이들에게 ‘빨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한 아이가 ‘램프’라 대답했다. ‘램프라고’ 놀란 선생이 되묻자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 엄마가 아빠에게 빨려고 하니 램프를 끄라고 하던데요.’”
이런 농담들이 중학생들 사이에도 유통되는 마당에, 인도네시아 기성사회는 여전히 성을 가둬놓고 있다. 바로 성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활용해온 집단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몸부림 탓이다.

사진/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ㅣ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사진/ 인도네시아의 여학생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실태 연구조사발표가 일부 엄숙한 시민과 단체들의 호된 공격을 받았다. (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