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of Asia l 싱가포르
사회적 스트레스에 참담하게 무너진 성생활… 여성들은 서구 남성들 찾아나서
법대를 나온 스물여덟 먹은 다니엘 로는 이 경제불황 속에서도 운좋게 법률회사에 취직해 하루 16시간 1주일에 7일간 일하는 정력적인 사내지만, 가장 최근 여자친구와 섹스를 했던 게 6개월 전이라고 한다.
성의학자 빅터 고는 육체적으로 말짱한 이런 젊은이가 섹스를 하지 못하는 걸 ‘라이프 스타일 임포턴시’라 했다. 이건 성적 욕망이 있음에도 지나친 스트레스 탓으로 섹스에 냉담하거나 또는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40대 이하, 한달 평균 6번
싱가포르에는 이런 ‘다니엘’이 넘쳐난다. 40대 이하 연령층이 한달에 평균 6번밖에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조사 연구를 놓고 빅터 고는 ‘참담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나 영국 조사대상자들이 1주일에 3번꼴로 섹스를 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적어도 우울한 상태임은 분명해 보인다. 41~55살 층으로 올라가면 횟수는 다시 1개월당 4회로 줄어든다.
1999년 콘돔회사 듀렉스가 16~21살 청년층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섹스 실태조사를 한 결과도 싱가포르를 꼴찌그룹에 올렸다. 영국 젊은이들이 1년에 133회 섹스를 즐긴 데 비해 싱가포르 젊은이들은 고작 63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이 싱가포르를 이렇게 ‘성불능자’로 만들었는가 여성의학 전문가 앗푸타라자는 싱가포르의 주류 중국계가 뿌린 유교식 훈육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문화 탓이라 분석했다. 예컨대 섹스를 점잖치 못한 행위로 치부하는. 그러나 빅터 고는 이런 의견에 부정적이다. “싱가포르에서 인종·문화적 차별성은 이미 희석되었다. 굳이 문화현상으로 분석하겠다면, 다분히 물질적인 성취를 최고로 따지는 ‘고-겟-잇’(go-get-it) 현상이 섹스를 뒤로 밀쳐버린 탓이다.”
심지어 2000년 ‘결혼을 앞둔 독신자의 삶 양식과 태도’를 조사한 싱가포르 정부 공식 중매소 격인 사회개발국(SDU)에 따르면, 대다수 독신자들이 결혼을 돈·성공·집 다음에 꼽는 것으로 드러나 성과 관련된 심각한 사회심리를 엿보게 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섹스를 즐길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섹스 횟수가 이렇게 적다는 건 머잖아 성 불능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성의학회의에 참여한 성의학자들이 내놓은 심각한 진단이다. “경제불황으로 돈 걱정을 하는 이들이 성생활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 건강한 섹스가 건강한 노동으로 이어져 건강한 경제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성치료학자 에밀 응 같은 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했다.
빅터 고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46% 남성과 24% 여성이 섹스 횟수에 불만이 있고 이들이 더 자주 섹스를 하고 싶다고 밝힌 걸 염두에 둔다면, 싱가포르 사람들이 성적 본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사회적 스트레스가 섹스할 의욕을 꺾어버린 탓이다.”
“안 하면 어때! 그냥 자지 뭐…”
그럼에도 최근 타블로이드 신문 <스트리츠>는 사내들이 섹스에 냉담한 싱가포르에서 ‘홍등가’ 사업이 번창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임원 감축을 내건 회사에서 오늘 내일 목이 잘릴 것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내가 풍기는 냉담한 반응에 질려 결국 탈출구로 홍등가를 찾아간다.”
지난 1년 동안 아내와 잠자리를 할 수 없었다는 45살 한 중역의 고백대로라면, 안팎에서 질린 남성들이 해방구로 홍등가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싱가포르 남성들이 홍등가를 드나드는 게 도덕적이네 아니네 따질 여유는 없다. 다만 싱가포르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캐롤라인 리 같은 이들은 간단히 대답했다. “안 하면 어때. 그냥 자지, 뭐.” 캐롤라인처럼 섹스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섹스를 찾아나선다는 여성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브레이터 같은 성 도구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 여성 섹스실태>라는 책을 펴낸 앗프타라자 박사의 조사보고가 한 유형이라면, 엘라 오같이 적극적으로 서양 남성을 찾아나서는 경향이 또 다른 유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섹시한 남자가 좋다. 싱가포르 남자들 가운데는 여성이 지닌 섬세한 성을 존중하거나 사랑해주는 이가 드물다.”
26살에 미국계 정보회사 부장이 된 엘라는 현재 43살 이탈리아 남자친구와 한달에 20~30번 정도 섹스를 한다며 만족해했다. 특히 교육받은 싱가포르 여성들 가운데는 남자들이 제공하는 제한된 섹스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기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타임>이 조사한 바로도 싱가포르 여성들이 아시아 비교 대상국인 한국이나 타이 여성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성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약 싱가포르 남성들이 지적으로나 성적으로 외국 남성들보다 떨어진다면 더 이상 싱가포르 여성들은 그냥 앉아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좀더 명확히 한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싱가포르 여성들이 서양 남자와 결혼한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정부 조사통계도 이런 사실을 잘 뒷받침한다.
냉담한 섹스가 출산율 저하로 직결
아무튼 이처럼 활기 없는 섹스는 싱가포르에서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1년, 여성 1명당 1.41명 자녀라는 사상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자 정부는 화들짝 놀라 출산장려책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음이 이내 드러났다. 싱가포르 시민들이 자녀를 원치 않아서 발생한 사태가 아니라, 시민들이 원천적으로 섹스에 흥미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냉담한 섹스가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는 사태를 놓고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여성에게 배란이 가능한 시간은 한달에 48~72시간뿐이다. 한달에 기껏 6번 하는 섹스로 어디 맞추기라도 하겠는가” 빅터 고의 발언은 정부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어놓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어온, 무엇이든 해준다고 믿어온 싱가포르 정부가 싱가포르 시민들을 잠자리로 몰아넣고 섹스를 하게 만들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다니엘 로의 여자친구가 해답을 찾았다. 정부 통계를 본 그녀는 지난 토요일 밤 요염한 자태로 다니엘을 꼬셔 잠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섹스를 마친 다니엘은 황급히 옷을 챙겨입고 사과하며 사라졌다. “미안해. 내일 아침 일거리가 밀려서 사무실로 가봐야 해.”

사진/ 유니스 라오(Eunice Lau)ㅣ전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

사진/ 싱가포르 여성은 적극적으로 성을 개척해간다. 서양 남자와의 결혼도 크게 늘었다. (유니스 라오)

사진/ 공원에서 애정을 표현하는 젊은 남녀. 경제불황이 젊은이들의 사랑까지 방해하고 있다. (유니스 라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