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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즐거운 섹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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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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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of Asia

종교적이면서도 폭압적이고 음침한 아시아의 성모럴을 넘어…

대학 입학시험을 앞둔 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고 아들과 섹스를 한 극진한 어머니들 이야기가 일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또 50명 가까운 아내를 둔 한 할아버지가 털어놓는 섹스 지론에 타이 언론들이 침 흘리며 매달린 적도 있다. 파키스탄쪽에서는 부정한 짓을 했다며 한 소녀를 온 동네 사내들이 윤간한 뒤 불 태워 죽이는 사건들도 심심찮게 벌어져왔다. 만연한 근친상간을 뿌리뽑자는 말레이시아 시민단체들 움직임이나, 섹스 비디오가 노출되자 오히려 섹스해방 기수로 등장해 아시아 투어를 하고 있는 대만 정치가 추 메이 펑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왜곡된 섹스, 바로 나!


올 한해도 아시아에서 ‘섹스’는 변함없이 시민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최고 인기 단어였다. 돈되는 이 섹스를 가만 놔둘 리 없는 방송·신문·잡지·인터넷 같은 각종 상업 매체들은 섹스를 놓고 피를 튀겼다. 때로는 군자로 때로는 포주로 얼굴을 바꿔가며. 특히 필자는 직업상 이메일 주소가 공개된 탓에 하루 80~100여통에 이르는 포르노 메일로 융단폭격을 받다 보니, 가히 섹스로 날이 새고 섹스로 날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현상들을 놓고 ‘아시아 네트워크’ 필자들과 섹스를 이번주 화제로 잡아보자고 상의한 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여년간 섹스를 해왔음에도 우선 할말이 없었고, 섹스라는 단어가 잠시도 도덕률과 떨어지지 않아 짜증스럽게만 느껴졌다. 결국 주변 친구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또 아시아 여러 나라 필자들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섹스가 바로 내 모습 그대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선·음성·이기·가학처럼 상종하기 싫은 단어들이 섹스를 둘러싼 내 의식을 지배해왔고, 엄숙함·태연함·과묵함 같은 강박감에 짓눌린 태도로 내가 섹스를 해왔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그리고 아시아의 섹스가 바로 나와 같은 선상에서 극심하게 왜곡당해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곧장 필자들에게 다시 편지를 띄워 주제를 섹스로 잡아보자는 뜻을 전했다. 애초 생각한 섹스의 정치경제학이니 섹스의 사회학 또는 섹스와 군사문화 같은 거창한 주제를 접고, 아시아 시민들 섹스 상태가 어떤 것인가를 소개하면서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즐기자, 말하자, 나누자, 밝히자…

기사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내 놀라움은 점점 커져갔다. 나의 섹스에 대한 의식이나 태도가 남성중심으로 왜곡되고 억압당한 아시아판 섹스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성의학자 빅터 고가 말한 대로 ‘성욕은 있으면서도 섹스에 냉담한 상태’를 일컫는 ‘라이프 스타일 임포텐츠’ 증상이 나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었다.

정치·경제적 불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 사회 40대 시민 가운데 한명인 내 자신이 이렇게 정신적인 면에서나 육체적인 면에서나 원치 않았던 왜곡된 ‘표준형’ 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 앞에 불안감이 커졌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 다짐하기 시작했다. “섹스, 즐기자! 섹스, 말하자! 섹스, 나누자! 섹스, 밝히자!” 이게 종교적이기도 하면서 폭압적이고 음침한 아시아식 섹스를 극복하고 해방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주 ‘아시아 네트워크’는 꼴사납게 돌아가는 정치판에 지친 독자들에게 즐거운 섹스를 기원하며 ‘아시아의 섹스’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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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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