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충돌 부른 2002 세계미인대회의 참혹한 풍경… 나이지리아 사회 도처의 모순이 폭발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시티에서 개최된 미스월드대회에서 아프리카인으로서 최초로 미스월드에 뽑힌 나이지리아의 악바니 다레고는 “신께서 내 인생에 사랑의 면류관을 씌워주셨다”고 감격해했고 그는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개최 자체가 도박이었다
다레고가 미스월드에 선발된 덕분에 2002년 미스월드대회 개최지는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로 결정됐다. 물론 나이지리아 정부는 미스월드대회와 같은 영향력 있는 국제행사를 유치해 나이지리아의 대내외적 이미지를 높이고 투자 및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호기로 삼으려 했다. 정부의 의도와 맞물려 미스월드대회 준비는 순풍을 받으며 나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1억3천만 전체인구 중 3분의 2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호화로운 미인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발상과 6500만 이슬람 신자들이 국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금식기간인 라마단 성월기간 중 미인대회를 개최하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았다. 또한 아미나 라왈이라는 여성이 지난 3월 간통혐의로 북부 카치나주 이슬람 종교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항의로 일부 미스월드 참가자들이 대회에 불참함으로써 이슬람 신도들과의 갈등이 증폭된 상태였다. 나이지리아 정부 당국은 샤리아(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아미나 라왈의 사형선고는 연방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사형은 결코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하며 인권운동가들과 여권론자들의 항의를 무마하는 한편 대회준비를 계속했다. 이토록 처음부터 갈등의 소지가 농후했는데, 결국 화약고에 불을 댕긴 사건이 발생했다. 라고스에 본사를 둔 일간지 <디스데이>의 이시오마 대니얼 기자가 지난 11월16일치 기사에서 “선지자 마호메트가 살아 있다면 미스월드대회 참가자 중 한명을 아내로 삼았을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미스월드대회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던 이슬람 신도들은 <디스데이>가 반이슬람 논조를 노골화함으로써 이슬람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했다. 나이지리아는 <디스데이>의 카두나 지국을 불태우는 것을 시발로 걷잡을 수 없는 유혈충돌 사태에 빠졌다. 대니얼 기자의 표현이 언론자유라는 명분하에 민감한 사회적 사안에 불을 댕긴 어리석은 행위인지 아니면 계산된 도발행위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지리아 정부 당국은 <디스데이>를 무책임한 언론으로 비난했고 <디스데이>도 연일 전면에 사과광고를 게재함으로써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이슬람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며칠 동안 계속된 기독교도와 이슬람 신도들의 유혈충돌로 215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1만1천명이 집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일어났다. 이번 참극이 빚어진 카두나는 2000년 2월에도 샤리아 도입을 둘러싸고 기독교들과 이슬람 신도들 간에 일주일 이상 유혈충돌 사태가 계속되어 2천명이 희생되는 등 종교 간 갈등이 첨예한 지역이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미스월드대회 참가자들이 머무는 호텔에 군인들이 경비를 서는 등 긴장된 상황을 연출하더니 대회준비위원회는 부랴부랴 대회를 런던으로 옮겨 속개하기로 결정했다. 종교 간 갈등 치유 못하는 대통령
미스월드대회를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홍보하려고 한 나이지리아 정부로서는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특히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은 심각한 지도력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만 해도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와 열망이 높았으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이면서도 만성적 기름부족에 허덕이는가 하면 불균등한 부의 분배, 종교 간 갈등, 무능과 부패가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돼왔다. 나이지리아 연방 36개주 중 북부의 12개주가 샤리아를 채택하여 실행하는 과정에서 종교 간 갈등이 폭력사태를 유발했고, 인권유린 사례들이 지적돼왔음에도 오바산조 대통령은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은 내년 3월 말에 대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억3천만 인구 중 기독교 인구가 5천만, 이슬람 인구가 6500만명으로 추정되는 현실에서 남부 출신의 기독교도인 오바산조 대통령이 북부 이슬람 신자들의 정서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도박인 셈이다.
사실 북부지역에서 이슬람이 맹위를 떨치는 배경에는 사법과 치안질서의 부재, 부의 불균등한 분배로 인한 빈곤, 무능과 부패로 점철된 공공기관의 기능 공백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이슬람과 기독교 신자들 간의 증폭되는 갈등은 종교적 원인 때문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사회 도처에 만연한 모순들이 종교라는 외피를 걸치고 표출된 현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이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이슬람 형법을 근간으로 2년 전 잠파라주에 최초로 도입된 이래 샤리아는 북부 12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절도범은 오른손을 자르고 재범한 절도범은 왼발을 자르며 미혼자가 섹스를 하면 100대의 태형에 처하고 간통죄에 대해서는 돌팔매질로 죽이는(lapidation) 등 엄격한 형벌체계다. 일상생활에서도 도박, 매춘, 주류판매 금지는 물론 남녀공학을 금지하고 대중교통수단이나 공공시설에서 남녀분리 착석을 의무화했다. 물론 샤리아의 적용이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벌을 금하는 연방정부 헌법과 상충되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또 샤리아가 정치 엘리트들이 일반대중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으며 국가 재정을 개인의 호주머니처럼 인식하는 부패 정치인들에게는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좀도둑들만 엄벌하기 위한 형벌체계라는 비난여론도 높다. 정치적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종교적 외피를 빌려 힘을 과시하는 북부 정치 엘리트들과 남부 출신 기독교도인 오바산조 대통령과의 불안정한 권력균형 문제가 어쩌면 이번 미스월드대회를 계기로 첨예화될 가능성도 예견된다.
대니얼 기자, 제2의 살만 루시디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대회라는 끊임없는 비난과 반대여론에도 아랑곳없이, 그리고 나이지리아 카두나에서 발생한 유혈충돌의 광풍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올해 대회를 취소하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12월7일 런던의 알렉산드라궁에서 강행되는 미스월드대회는 전 세계 130개국 20억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그런데 정작 대회가 열리는 영국에서 영국 방송사들은 미스월드대회를 방영하지 않는다. < BBC >가 1959부터 79년까지 방영했고 그 뒤 8년 동안 <테임즈TV>가 방영을 했으나 여권운동가들의 반발에 밀려 현재는 방영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라는 아주 오래된 금언에도 불구하고 에릭 몰리가 1951년 처음으로 행사를 선보인 이래 해마다 계속된 미스월드대회를 통해 거듭 확인한 것은 미적 기준의 단순화와 여성의 상품화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감한 기사를 작성하여 유혈충돌을 초래한 대니얼 기자를 처형하도록 허용하는 종교칙령(파트와)을 나이지리아 잠파라주 정부가 승인한 이후 대니엘 기자는 종적을 감췄다. <악마의 시>를 써서 1989년 이란의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부터 파트와를 선고받은 인도 태생의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처럼. 명분 없는 유혈충돌에 희생된 나이지리아인들, 잠적한 대니얼 기자, 수영복 차림으로 시선을 유혹하는 미인들의 모습이 어색한 모자이크를 이루며 우리 앞에 어른거린다.
헨트=양철준 전문위원 YANG.chuljoon@wanadoo.fr

사진/ '떠나는 미스월드', 유혈충돌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올해 대회를 취소하라는 압력에도 미스월드대회는 12월7일 런던에서 열린다. (AP연합)
그러나 1억3천만 전체인구 중 3분의 2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호화로운 미인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발상과 6500만 이슬람 신자들이 국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금식기간인 라마단 성월기간 중 미인대회를 개최하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았다. 또한 아미나 라왈이라는 여성이 지난 3월 간통혐의로 북부 카치나주 이슬람 종교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항의로 일부 미스월드 참가자들이 대회에 불참함으로써 이슬람 신도들과의 갈등이 증폭된 상태였다. 나이지리아 정부 당국은 샤리아(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아미나 라왈의 사형선고는 연방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사형은 결코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하며 인권운동가들과 여권론자들의 항의를 무마하는 한편 대회준비를 계속했다. 이토록 처음부터 갈등의 소지가 농후했는데, 결국 화약고에 불을 댕긴 사건이 발생했다. 라고스에 본사를 둔 일간지 <디스데이>의 이시오마 대니얼 기자가 지난 11월16일치 기사에서 “선지자 마호메트가 살아 있다면 미스월드대회 참가자 중 한명을 아내로 삼았을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미스월드대회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던 이슬람 신도들은 <디스데이>가 반이슬람 논조를 노골화함으로써 이슬람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했다. 나이지리아는 <디스데이>의 카두나 지국을 불태우는 것을 시발로 걷잡을 수 없는 유혈충돌 사태에 빠졌다. 대니얼 기자의 표현이 언론자유라는 명분하에 민감한 사회적 사안에 불을 댕긴 어리석은 행위인지 아니면 계산된 도발행위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지리아 정부 당국은 <디스데이>를 무책임한 언론으로 비난했고 <디스데이>도 연일 전면에 사과광고를 게재함으로써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이슬람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며칠 동안 계속된 기독교도와 이슬람 신도들의 유혈충돌로 215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1만1천명이 집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일어났다. 이번 참극이 빚어진 카두나는 2000년 2월에도 샤리아 도입을 둘러싸고 기독교들과 이슬람 신도들 간에 일주일 이상 유혈충돌 사태가 계속되어 2천명이 희생되는 등 종교 간 갈등이 첨예한 지역이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미스월드대회 참가자들이 머무는 호텔에 군인들이 경비를 서는 등 긴장된 상황을 연출하더니 대회준비위원회는 부랴부랴 대회를 런던으로 옮겨 속개하기로 결정했다. 종교 간 갈등 치유 못하는 대통령

사진/ 카두나에서 벌어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충돌로 215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1천명이 집을 잃었다. (AP연합/ AFP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