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의 중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몇가지 쟁점들을 살펴본다
‘위스쥐진’(與時俱進)(시대와 더불어 전진한다)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중국 영도들의 답변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사상도 체제도 인물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자성어는 후진타오 체제가 들어선 뒤 급속히 유행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기·11월8~14일)와 16기1중전회(11월15일)를 통해 ‘혁명적인 결단’를 내렸다. 인민의 적인 ‘자본가 계급’의 입당을 허용한 ‘3개대표’ 사상을 당장(헌)에 채택한 것이다.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인 공산당에 자본가인 사(민)영기업주를 큰 손님으로 모신 것이다. 그럼 중국 땅에서 자본가와의 계급투쟁은 사라진 것인가. 노동자는 역사의 주인 자리를 자본가에게 내주고 퇴각하는 것인가.
◇사회주의의 포기 아니다
좡푸링(73) 인민대 교수는 “사회주의의 포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현재 마르크스주의 철학사학회 회장으로 30년 이상 공산당 이론을 강의해온 그는 ‘3개대표’(당이 선진 생산력(사영 기업인), 선진 문화(지식인)와 광대한 인민의 이익(노동자·농민)을 대표) 사상을 “20여년간 개혁·개방 경험과 81년간 중국 공산당사를 총괄하는 결정체”라고 규정했다. 그는 “마오쩌둥이 ‘당은 ‘선진 분자’와 함께 발전한다’고 강조했다”며 “사영기업가들은 현 단계에서 선진 분자들이므로 입당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영기업가들이 선진 분자인 것은 사회발전의 동력인 앞선 생산력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사기업이 중국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3천만명을 고용했다. 인민의 적인 자본가들이 ‘효자둥이’로 변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현대산업의 총아인 정보기술(IT), 전자 등 첨단산업을 이끌며 선진 생산력과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도 3개대표는 마르크스-레닌-마오쩌둥-덩샤오핑의 맥을 잇는 ‘마르크시즘’으로 공산주의의 포기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장쩌민 주석은 8일 16기 개막연설에서 “3개대표는 마-레-마-덩의 이론을 승계·발전시킨 이론”이라며 “중국 사회주의 발전을 위한 강대한 이론적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파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노동자·농민 등 무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산당이 인민의 적인 자본가들의 입당을 허용하는 것은 변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지하 총서기’로 불린 덩리췬 등 강경좌파는 “공산당이 ‘자본가 당’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이론적인 논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왜 ‘3개대표’인가 3개대표론은 2여년전 처음 선보였다. 장 주석은 2000년 2월 광둥성 가오저우를 시찰하면서 연설을 통해 “당의 생존을 위해 3개대표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가의 입당 근거로 제시했다. 장 주석은 3개대표론을 지난해 7월1일 공산당 80주년 기념식에서 공식 제기했으며 이론화 작업에 들어가 마침내 당헌에까지 기록됐다. 당헌 변경은 78년 이후 처음이다. 관측통들은 “장 주석과 덩샤오핑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고 말한다. 덩샤오핑은 92년 1월 선전 일대를 돌며 남순강화(남쪽 지방을 시찰하며 발표한 담화)를 통해 개혁·개방을 촉발시켰다. 그로부터 10년 뒤 장쩌민은 역시 남쪽 시찰에서 3개대표이론을 주창했다. 남순강화는 78년의 ‘흑묘백묘론’(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는 실용주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덩의 ‘남순강화’와 장의 3개대표는 공산당이 시대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안물”이라고 밝혔다. 장 주석은 “3개대표이론은 당이 새 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 광대한 인민의 근본이익’은 어느 국가나 추구하는 정책이다. 중국이 새삼스레 ‘3가지’를 이 시점에 들고 나온 것은 공산당 일당체제라는 원초적 한계에서 출발한다. 공산당은 노동자·농민의 혁명을 토대로 자본가들을 타도하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현재 사영기업가 등 ‘신흥세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3개대표라는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자본가에 대한 굴복인가 사영기업주는 20년간 개방·개혁의 산물이다. 중국 공산당의 속고민이 여기에 있다. 장 주석도 “3개대표는 당의 생존전략”임을 거듭 털어놨다. 사영기업주들은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에 따라 ‘신흥세력’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실력에 비해 정부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상업은행들은 사영업자들에 대한 융자를 거부했다. 반면 국영기업은 융자 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눈감아주는 특혜를 누려왔다. 신흥세력들의 불만이 높아갈 것은 당연했다. 동시에 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6대 대표로 참석한 장쑤성의 선원룽(56) 샤강그룹 총재는 “정부가 민간기업들에 외자기업이나 합자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하고 세율도 통일해야 한다”면서 “사유재산권 입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16대는 선 총재를 비롯해 장시페이 윈둥그룹 총재, 쑨선린 위안둥그룹 총재, 짠성위안 종이그룹 동사장 등 7명의 민간기업인을 대표로 참석시켰다. 또한 14일에는 전자업계의 ‘거물’ 사영기업가 장루이민 하이얼 그룹 총경리 등 기업대표들이 198명의 중앙위원 속에 포함됐다. 16기는 사영기업가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당국은 후속조치로 은행의 금리인상을 검토 중이다. 실제 공산당은 사영기업가들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자칫 이들이 ‘도전 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이들을 체제 내로 흡수해 관리·통제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공산당은 자본가 계급의 입당시 자격심사를 엄격히 할 예정이다. 즉 △당 영도층을 옹호하고 △당헌을 적극 지지하며 △재산공개를 충실히 하고 △범죄기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홍색 자본가’(마오쩌둥 시대에 혁명에 동조한 소수의 자본가)가 양성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서방쪽의 시각 서방국가들은 “자본가가 포함된 공산당이 진정한 사회주의냐”라는 회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어떤 이는 3개대표를 다른 네 글자로 말하면 ‘자·본·주·의’라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국의 시도에 대해 “‘국가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은 일당독재를 지속해 정치권력을 장악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자본주의 대기업 육성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또 신문은 “초기 국가 자본주의에 해당하는 재벌육성을 위해 당의 혜택과 정치적 유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자본주의자와 공산당의 이런 결합형태는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권력 장악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시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시절의 경제성장 정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주도와 대기업에 금융특혜를 주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도록 한 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이다. ◇‘장밋빛 청사진’은 가능한가 16기 기간 동안 중국의 ‘화려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장 주석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현재의 4배가 된다”고 밝히고 “전국적으로 ‘샤오캉’(小康·여유 있는 생활)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년 뒤 1인당 국민소득은 3천달러가 된다. 이는 현재 베이징·상하이 시민들이 누리는 소득수준이다. 또 50년 뒤에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다. 사영기업가들의 사유재산은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또 농지사용권의 매도 허용 등으로 농민들의 족쇄가 풀린다. 중국은 서부대개발로 전 국토가 고른 발전을 하게 된다. ‘남수북조’(南水北調), ‘서기동수’(西氣東輸), ‘서전동송’(西電東送), ‘칭짱철도’(칭하이와 시짱 연결) 등 대토목공사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08년에는 올림픽이 열리고 2009년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샨샤(삼협)댐이 완공된다. 이러한 약속은 그간 개방정책의 성공 때문에 가능했다. 쩡페이옌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은 10일 “90~2001년까지 GDP가 연평균 9.3% 성장했다”면서 “GDP의 규모는 10년 전보다 두배로 늘고 세계 6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장 주석의 13년 통치기간에 외환보유고는 올해 2465달러로 세계 2위, 10년간 외자유치액 5108억달러로 세계 1위, 무역액 세계 6위로 각각 뛰어올랐다. 또 지난해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성공했다. ◇중국의 무거운 고뇌
개혁·개방은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실업인구가 쏟아져나왔다. 49년 건국 이래 굴뚝산업 육성책에 따라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국영업체들은 주룽지 총리의 구조조정 앞에 쓰러져나갔다. 89년 10만2300개이던 국유기업은 올 7월 4만2900개로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 2400만~2500만명이 국유기업에서 해고됐으며 1700만명만이 재취업했다. 정부 발표 실업률은 3.9%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한해에 평균 샤강(下崗·일시해고) 노동자들을 포함할 경우 7%로 치솟는다고 털어놨다. 도시와 농촌 간의 빈부격차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도시화의 급진전에 따라 농촌을 등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도시인구를 50% 이상 높일 예정이다. 이는 8억~9억명의 농촌인구 중 2억~3억명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른 호구제도의 완화도 불가피해졌다.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노동자들의 시위도 빈발하고 있다. 홍콩의 중국인권민주정보센터는 최근 “1천명의 철강·섬유 산업 노동자들이 랴오양시 청사 앞에서 연금·복지 혜택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랴오닝성 랴오양은 지난 3월에도 3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적이 있다. 중국 최대 유전지대인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는 5만명의 노동자가 지난 3월 초부터 3주간 강제해고 중지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무장한 인민해방군에 의해 해산되기도 했다.
특히 개혁·개방을 틈탄 부정·부패는 좀체 근절되지 않는다. 지난 13년간 부패와의 전쟁에서 78만명의 당원을 적발했으며 300억위안(약 4조5천억원)을 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16대를 앞두고 루샤오화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에 대해 부패혐의로 1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장관급인 가오옌 전 국가전력공사사장도 수배하는 등 부패한 공산당원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당대회를 앞두고 부정·부패를 엄단한다는 의지를 인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부패한 탐관오리와 과중한 세금에 반발하는 농민 시위도 빈발한다. 중국은 94년부터 직접선거를 통한 촌민자치제의 실시를 통해 해결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또한 끊이지 않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시위도 체제위협의 대상이 되고있다. WTO 가입에 따른 개혁·개방의 가속화로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빈발하고 요구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어떻게 되나
후진타오(60) 총서기를 정점으로 한 제4세대의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장 주석은 “공산당의 목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이라며 “서방 정치체제를 무분별하게 모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도부에 대폭 물갈이가 됐으나 정책상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장 주석과 후 총서기가 모두 덩샤오핑이 낙점한 인물로 ‘개방의 설계도’에 따른 개혁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당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장 주석의 측근 5명이 포함돼 장 주석의 영향력은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장 주석이 당중앙군사위 주석에 위임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후 총서기도 15일 연설에서 “3개대표이론의 전면 실현”을 역설했다. 또한 1인통치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로 정책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서방이 주장하는 ‘중국분열론’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공산당은 개방을 통해 자신감과 성공을 거뒀다. 공산당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중화민족’과 ‘애국주의’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13억 인구에 56개 민족으로 구성됐고 남한의 96배나 되는 영토가 있는 큰 나라다. 수천년의 역사 동안 민족별 여러 왕조의 흥망이 있었고, 미·일 등 제국주의의 외침을 많이 받아 안보의식이 강하다. 인민들도 공산당의 통치에 익숙해 있다. 무엇보다 공산당 이외에 선택할 대안세력이 없다. 공산당은 안으로는 경제발전과 치안, 밖으로는 철통 안보의 양 고삐를 틀어쥘 것으로 보인다. 홍콩·마카오를 회귀시킨 중국은 ‘일국양제’ 아래 대만과의 통일정책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는 반테러 협력을 통한 세력균형과 신장 자치구의 분리세력들을 척결해 중앙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해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내에서 다당제가 단기간 내 출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중국의 원로 경제학자인 마오위스(73) 톈쩌경제연구소 이사장은 “향후 10년간 안정세를 유지하면 중국 정치는 안정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며 “다당제는 10년 안에는 불가능하며 공산당이 두개의 파벌로 나뉘어 상호 견제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사진/ 상하이의 화려한 고층건물들과 중국 농촌의 풍경. 산업화에 따른 지역격차와 농촌의 붕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GAMMA)
사영기업가들이 선진 분자인 것은 사회발전의 동력인 앞선 생산력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사기업이 중국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3천만명을 고용했다. 인민의 적인 자본가들이 ‘효자둥이’로 변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현대산업의 총아인 정보기술(IT), 전자 등 첨단산업을 이끌며 선진 생산력과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도 3개대표는 마르크스-레닌-마오쩌둥-덩샤오핑의 맥을 잇는 ‘마르크시즘’으로 공산주의의 포기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장쩌민 주석은 8일 16기 개막연설에서 “3개대표는 마-레-마-덩의 이론을 승계·발전시킨 이론”이라며 “중국 사회주의 발전을 위한 강대한 이론적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파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노동자·농민 등 무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산당이 인민의 적인 자본가들의 입당을 허용하는 것은 변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지하 총서기’로 불린 덩리췬 등 강경좌파는 “공산당이 ‘자본가 당’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이론적인 논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왜 ‘3개대표’인가 3개대표론은 2여년전 처음 선보였다. 장 주석은 2000년 2월 광둥성 가오저우를 시찰하면서 연설을 통해 “당의 생존을 위해 3개대표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가의 입당 근거로 제시했다. 장 주석은 3개대표론을 지난해 7월1일 공산당 80주년 기념식에서 공식 제기했으며 이론화 작업에 들어가 마침내 당헌에까지 기록됐다. 당헌 변경은 78년 이후 처음이다. 관측통들은 “장 주석과 덩샤오핑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고 말한다. 덩샤오핑은 92년 1월 선전 일대를 돌며 남순강화(남쪽 지방을 시찰하며 발표한 담화)를 통해 개혁·개방을 촉발시켰다. 그로부터 10년 뒤 장쩌민은 역시 남쪽 시찰에서 3개대표이론을 주창했다. 남순강화는 78년의 ‘흑묘백묘론’(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는 실용주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덩의 ‘남순강화’와 장의 3개대표는 공산당이 시대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안물”이라고 밝혔다. 장 주석은 “3개대표이론은 당이 새 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 광대한 인민의 근본이익’은 어느 국가나 추구하는 정책이다. 중국이 새삼스레 ‘3가지’를 이 시점에 들고 나온 것은 공산당 일당체제라는 원초적 한계에서 출발한다. 공산당은 노동자·농민의 혁명을 토대로 자본가들을 타도하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현재 사영기업가 등 ‘신흥세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3개대표라는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자본가에 대한 굴복인가 사영기업주는 20년간 개방·개혁의 산물이다. 중국 공산당의 속고민이 여기에 있다. 장 주석도 “3개대표는 당의 생존전략”임을 거듭 털어놨다. 사영기업주들은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에 따라 ‘신흥세력’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실력에 비해 정부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상업은행들은 사영업자들에 대한 융자를 거부했다. 반면 국영기업은 융자 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눈감아주는 특혜를 누려왔다. 신흥세력들의 불만이 높아갈 것은 당연했다. 동시에 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6대 대표로 참석한 장쑤성의 선원룽(56) 샤강그룹 총재는 “정부가 민간기업들에 외자기업이나 합자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하고 세율도 통일해야 한다”면서 “사유재산권 입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16대는 선 총재를 비롯해 장시페이 윈둥그룹 총재, 쑨선린 위안둥그룹 총재, 짠성위안 종이그룹 동사장 등 7명의 민간기업인을 대표로 참석시켰다. 또한 14일에는 전자업계의 ‘거물’ 사영기업가 장루이민 하이얼 그룹 총경리 등 기업대표들이 198명의 중앙위원 속에 포함됐다. 16기는 사영기업가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당국은 후속조치로 은행의 금리인상을 검토 중이다. 실제 공산당은 사영기업가들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자칫 이들이 ‘도전 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이들을 체제 내로 흡수해 관리·통제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공산당은 자본가 계급의 입당시 자격심사를 엄격히 할 예정이다. 즉 △당 영도층을 옹호하고 △당헌을 적극 지지하며 △재산공개를 충실히 하고 △범죄기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홍색 자본가’(마오쩌둥 시대에 혁명에 동조한 소수의 자본가)가 양성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서방쪽의 시각 서방국가들은 “자본가가 포함된 공산당이 진정한 사회주의냐”라는 회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어떤 이는 3개대표를 다른 네 글자로 말하면 ‘자·본·주·의’라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국의 시도에 대해 “‘국가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은 일당독재를 지속해 정치권력을 장악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자본주의 대기업 육성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또 신문은 “초기 국가 자본주의에 해당하는 재벌육성을 위해 당의 혜택과 정치적 유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자본주의자와 공산당의 이런 결합형태는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권력 장악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시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시절의 경제성장 정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주도와 대기업에 금융특혜를 주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도록 한 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이다. ◇‘장밋빛 청사진’은 가능한가 16기 기간 동안 중국의 ‘화려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장 주석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현재의 4배가 된다”고 밝히고 “전국적으로 ‘샤오캉’(小康·여유 있는 생활)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년 뒤 1인당 국민소득은 3천달러가 된다. 이는 현재 베이징·상하이 시민들이 누리는 소득수준이다. 또 50년 뒤에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다. 사영기업가들의 사유재산은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또 농지사용권의 매도 허용 등으로 농민들의 족쇄가 풀린다. 중국은 서부대개발로 전 국토가 고른 발전을 하게 된다. ‘남수북조’(南水北調), ‘서기동수’(西氣東輸), ‘서전동송’(西電東送), ‘칭짱철도’(칭하이와 시짱 연결) 등 대토목공사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08년에는 올림픽이 열리고 2009년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샨샤(삼협)댐이 완공된다. 이러한 약속은 그간 개방정책의 성공 때문에 가능했다. 쩡페이옌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은 10일 “90~2001년까지 GDP가 연평균 9.3% 성장했다”면서 “GDP의 규모는 10년 전보다 두배로 늘고 세계 6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장 주석의 13년 통치기간에 외환보유고는 올해 2465달러로 세계 2위, 10년간 외자유치액 5108억달러로 세계 1위, 무역액 세계 6위로 각각 뛰어올랐다. 또 지난해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성공했다. ◇중국의 무거운 고뇌

사진/ 중국의 역대 국가 주석들. 왼쪽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장쩌민의 3개대표론은 다른 두 지도자의 사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SYGMA)

사진/ 베이징의 빈민가 모습.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노동자들의 시위도 빈번하다. (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