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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중국에도 ‘자전거일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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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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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판촉행사가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 최근 베이징의 큰 음식점에서는 100위안 이상의 음식을 먹는 고객에게는 30~50위안의 식권을 되돌려주거나 맥주 등 음료수를 공짜로 제공하는 판촉활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은 충칭훠꾸어(샤브샤브 요리)전문식당 내부. (황훈영)
선진 자본주의 뺨치는 판촉경쟁이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구경거리로 치부하기엔 인간의 ‘견물생심’이 너무 노골적이다. 이색 판촉 뒤엔 반드시 보답이 온다는 경제 원칙이 중국인들의 상술 속에 이미 녹아들고 있다.

지난 9월30일 오후 7시 샤먼 세계무역백화점에서 ‘유리방안의 7일낮 7일밤’이라는 제목의 이색적인 행사가 벌어졌다. 29㎡의 유리방 목욕통 속에서 12명의 젊은 남녀가 7일 동안 생활을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벌인 판촉행사였다. 워낙 희한한 일이라 구경나온 샤먼 시민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정수된 오줌 마시면 상금 준다


충칭·샤먼·광저우·다롄 등지에선 기상천외한 판촉활동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 초 선전 한 백화점에선 키스대회가 열렸다. 선 자세로 10시간 동안 키스를 한 사람에게 1만위안(약 160만원)의 상금을 주는 행사였다. 이 키스대회 등록자 중 남자 70살, 여자 63살인 노부부도 있었다.

지난 7월 광저우의 한 음식점에선 개업기념으로 3일 동안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다. 그 결과 이 음식점 앞에는 매일 아침 7시부터 기나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려도 음식 구경을 못하자, 주위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아수라장이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몇몇 노인들과 아이들은 부상까지 당했다.

지난 8월 쓰촨성의 한 시에서는 행인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홍바오(紅包·돈봉투)를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약국이 고객을 끌려고 벌인 판촉활동이었다. 행인들은 서로 많은 봉투를 주우려고 앞다투어 봉투를 쓸어모았다. 한 주먹 가득 쥔 봉투 안에는 약품 광고지나 화장품 광고지가 대부분이었고, 소액의 현금이 들어 있는 봉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난 9월 무한의 한 정수기 회사는 특이한 공개 제안을 했다. 이 회사 제품인 정수기로 소변을 거른 물을 첫 번째로 마시는 사람에게 500위안(약 8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상금액수가 적었다. 행사장엔 수백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사회자는 관중석에서 4명의 남자를 무대로 불러 발을 씻게 한 뒤 그 물과 콜라병에 담아 온 소변을 섞어 정수기로 걸렸다. 몇분 뒤 정수기에선 누런 혼합액이 맑고 투명한 물로 바뀌어 흘러나왔다. 정수된 첫 번째 물을 마시려고 무대 아래에서 몇몇 지원자가 올라왔다. 한 남자가 한컵의 물을 마신 뒤 “보통 물과 똑같다. 오히려 단맛이 난다”고 하자 무대 위는 서로 그 물을 마시고 상금을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신문업계 경쟁도 치열

이 같은 판촉경쟁은 평상시에도 연일 벌어진다. 특히 가전제품 분야에선 뜨거운 가격경쟁 때문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까지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문업계도 마케팅 전쟁에 돌입했다. 현재 베이징의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5자오(약 80원)짜리 신문을 3자오면 살 수 있다. 또 일부 신문은 1년 구독을 할 경우 각종 경품을 제공하는 등 독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 2~3년 사이 수십개의 신문이 창간됨에 따라 광고 확보를 위해 신문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에는 200여종의 전국지와 40여종의 지방지들이 있다.

5월1일 노동절과 10월1일 중국 국경절을 낀 황금주간에는 전국 모든 백화점과 대형 상점들이 일제히 바겐세일에 들어간다. 전 제품을 30~50%까지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이 기간을 중국인들은 ‘황금소비주간’이라고 부른다. 주말에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에 나가보면 반드시 볼거리가 있다. 인체회화 모델들이 쇼를 하고, 가수들이 나와 즉석 무대를 꾸미며, 콘서트가 열린다.

이런 판촉경쟁을 두고 과다 경쟁이니 불공정 거래니 하는 비난은 아직 찾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소비촉진을 위해 99년부터 노동절과 국경절의 휴가기간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우려의 소지는 있지만, 중국의 대도시에서 어느 나라보다 최첨단을 달리는 판촉활동이 시장경제를 선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베이징=황훈영 전문위원 kkccjj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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