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찬성으로 속도 붙은 유럽연합 회원국 확장…‘유럽대통령’ 제안도 눈길 끈다
지난 10월19일 아일랜드는 니스조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제2차 국민투표에서 62.89%의 찬성율을 보임으로써 마지막 주자로 유럽확장에 동참했다. 지난해 54%의 반대율을 보여 조약의 진전을 가로막았던 아일랜드인지라 유럽 정치인들은 투표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전전긍긍했다.
지난해와 올해의 투표결과를 비교해볼 때, 반대표를 던진 인원수는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찬성률이 62%를 웃돈 것은 올해 투표참가율(올해 48%, 지난해 32%)이 훨씬 늘어난 데 기인한다. 아일랜드가 1년 동안 투표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쓴 금액이 자그마치 170만유로라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나가서 투표하라!”는 언론 캠페인과 함께 정계는 물론이고 학계·사업계·종교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찬성표를 호소했다. 그들의 슬로건을 단적으로 요약하면 “국내 정치와 유럽화를 혼동해선 안 된다. 변화하는 유럽에 합류하는 것이 아일랜드의 살길이다”라고 볼 수 있다.
재정지원 문제가 가장 큰 이슈
니스조약이란 2000년 12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럽연합정상회담에 기반한 조약으로 유럽연합 회원국을 확장하는 것과 이에 따른 제도적 개혁을 담고 있다. 암스테르담조약(1997)에서 이미 거론된 바 있는 유럽확장안에서 유럽이사회·유럽위원회의 규모와 구성, 유럽확장에 따른 경제지원 문제가 니스회담의 주요 안건이었다. 회담 당시에는 회원국 후보로 12~13개국이 거론되었으나, 지난 10월9일 유럽이사회는 그 중에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그리고 늘 후보명단에서 말썽이 많은 터키를 제외한 10개국을 2004년 가입후보국(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베니아·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키프로스·몰타)으로 제시한 바 있다. 50년을 헤아리는 유럽화 역사는 경제유럽이라는 기치로 국가들이 서로 연합하고 그 연합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실시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며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다. 모양새에서 미합중국과 비교되기도 하는 유럽연합이지만, 체제와 문화, 언어가 다른, 그것도 현존하는 독립국가들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미합중국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그래서 이 세상에 전례가 없는 새로운 정치·경제·문화체제를 구상하고 실현해나가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과 ‘국가’와 ‘국민’ 간의 일종의 함수라고 할 수 있는 유럽화는 매우 까다롭고 애매모호한 문제다. 그래서 이를 구체화하려는 노력만큼이나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높다. 유럽확장에 따른 기존 회원국과 후보국 간의 엇갈리는 기대치, 유럽 정치와 국가 정치의 불협화음, 유럽확장 이후 유럽시민 개인에게 피부로 와닿을 변화에 대한 우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메아리를 만드는 문제가 유럽확장 이후 새 회원국들에 배당될 재정지원이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을 받는 국가가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나면 지원자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이며, 지원금을 어떻게 배당할 것이냐는 문제다. 그 중에서도 브뤼셀 재정지원금의 40%를 차지하는 농업분야의 보조금 배당문제는 좀체 동의안을 찾지 못해 유럽확장의 또 다른 큰 장애요소로 대두했다. 농업보조금 문제 두고 영-프간 갈등
현재 유럽연합이 채택하고 있는 공동농업정책(CAT)은 농산품 시장 가격조절이 아닌 농가직접지원이다. 여기에 지난 여름 유럽이사회가 제시한 유럽확장에 따른 농업보조금개혁안은 기존의 농가직접지원금을 품목에 따라 특별수당금으로 차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금액을 매년 3%씩 6, 7년간 줄여나가 최종적으로 20%까지 줄여서 남는 돈을 지역 농업 발전을 위해 배당할 계획이다. 새 회원국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늘여감과 동시에 농산품의 안전과 자연환경 보호에 힘쓰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공동 농업정책에 대해 유럽연합 농업보조금의 25%에 해당하는 92억유로의 지원금을 매년 받는 프랑스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유럽확장과 함께 새로운 농업보조정책을 실시하려는 독일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유럽확장에 따른 재정문제는 지난 10월24~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정상회담의 주요 안건이기도 했다. 회담 내용은 직접농업보조금, 새 회원국들의 유럽재정할당금, 유럽재정 구조조정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유럽확장의 큰 장애물로 대두되고 있던 농가보조금 문제는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슈뢰더 독일 총리 간에 “현 정책을 2006년까지 동결하고 다음 회기인 2007~2013년 동안 농업보조금 총액을 서서히 증가시켜 농업보조정책의 안전을 기한다”는 데 일단 합의를 보았다. 이외에 가입과 동시에 새 회원국들에게 발전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안에도 동의했다. 회원국들 간에 유럽재정 구조조정이나 배당금 액수에 대한 이견을 보이긴 했어도, 대체로 큰 흐름에서는 동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회담에서 논의된 안건에 대한 최종 결의는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럽정상회담에서 있을 예정이다. 그래서 모든 문제가 순탄하게 풀릴 경우 2004년부터 유럽연합은 25개국이 되며, 현재의 3억8천만명에서 4억5500만명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2007년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확장 대열에 낄 예정이다.
10월2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유로바로메터)에 의하면 유럽연합 국민은 유럽화에 찬성하며 유럽 단일화폐의 성과에도 수긍하지만, 유럽화의 추진과정에는 문외한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유럽 정치인들의 유럽화 의지 및 정책의 진척상황이 유럽 시민들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화는 재정문제뿐 아니라, 경제 국경 확장에 따른 자국의 이민문제, 노동시장, 안전문제, 국가나 문화·언어의 위상 등 제기된 수많은 의문들에 유럽화가 이렇다 할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계속 논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연합유럽? 유럽합중국?
유럽연합 15개국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이런 의문과 그 저변에 깔린 두려움이 이제 총 25개 회원국, 4억5500만명의 구성원을 가지는 유럽에서는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이는 생활수준이 훨씬 낮은 새로운 국가들을 맞이하는 기존 국가들뿐 아니라, 기존의 체제에 새롭게 병합하여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회원국들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재정적 문제 이외에도 현재 한창 논의되는 안건이 있다. 현재의 순번제 대통령 대신, 국제 무대에서 유럽안전과 방위를 더 강력하게 대표할 수 있는 임기제 유럽 대통령을 두는 것과 커져가는 유럽연합 시민들의 위상과 기능을 규정하는 유럽의 체제문제다. 국가별 의원이나 유럽의회 의원들 간에도 논란이 많이 되는 안건인데, 그 중에서도 지난 10월28일 유럽헌법회 의장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이 발표한 유럽체제안이 주목된다. 아직 문서화되지는 않은 계획안이지만, 주요 골자는 “유럽연합국 각국은 각기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일종의 연맹체로 서로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데 기반한다.
새로운 안에는 유럽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미래 유럽의 새 명칭, 나라 간의 긴밀한 의견을 교환하는 ‘유럽국민회희’ 설립 등이 제안됐다. 제시된 명칭은 연합유럽·유럽협회·유럽공동체·유럽합중국 등인데, 이 중에서도 연합유럽(united europe)이 ‘연맹적 연합체’의 성격을 확고히 하는 데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유럽확장·유럽통일·유럽주식회사 등 현재 진행 중인 유럽화의 양상이 어떻게 불리며 진행되든 간에 유럽 시민 없는 유럽화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유럽화의 진전은 “유럽 시민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급선무”라는 유럽화 반대쪽의 의견도 수긍이 간다. 2002년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책을 한권 읽어보는 것도 서유럽이 동유럽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seoulparis@tiscali.fr

사진/ 전례가 없는 새로운 체제를 구상하고 실험해 나가야 하는 유럽 연합. 각국 정상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GAMMA)
니스조약이란 2000년 12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럽연합정상회담에 기반한 조약으로 유럽연합 회원국을 확장하는 것과 이에 따른 제도적 개혁을 담고 있다. 암스테르담조약(1997)에서 이미 거론된 바 있는 유럽확장안에서 유럽이사회·유럽위원회의 규모와 구성, 유럽확장에 따른 경제지원 문제가 니스회담의 주요 안건이었다. 회담 당시에는 회원국 후보로 12~13개국이 거론되었으나, 지난 10월9일 유럽이사회는 그 중에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그리고 늘 후보명단에서 말썽이 많은 터키를 제외한 10개국을 2004년 가입후보국(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베니아·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키프로스·몰타)으로 제시한 바 있다. 50년을 헤아리는 유럽화 역사는 경제유럽이라는 기치로 국가들이 서로 연합하고 그 연합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실시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며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다. 모양새에서 미합중국과 비교되기도 하는 유럽연합이지만, 체제와 문화, 언어가 다른, 그것도 현존하는 독립국가들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미합중국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그래서 이 세상에 전례가 없는 새로운 정치·경제·문화체제를 구상하고 실현해나가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과 ‘국가’와 ‘국민’ 간의 일종의 함수라고 할 수 있는 유럽화는 매우 까다롭고 애매모호한 문제다. 그래서 이를 구체화하려는 노력만큼이나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높다. 유럽확장에 따른 기존 회원국과 후보국 간의 엇갈리는 기대치, 유럽 정치와 국가 정치의 불협화음, 유럽확장 이후 유럽시민 개인에게 피부로 와닿을 변화에 대한 우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메아리를 만드는 문제가 유럽확장 이후 새 회원국들에 배당될 재정지원이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을 받는 국가가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나면 지원자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이며, 지원금을 어떻게 배당할 것이냐는 문제다. 그 중에서도 브뤼셀 재정지원금의 40%를 차지하는 농업분야의 보조금 배당문제는 좀체 동의안을 찾지 못해 유럽확장의 또 다른 큰 장애요소로 대두했다. 농업보조금 문제 두고 영-프간 갈등

사진/ 브뤼셀 유럽정상회담에서 만난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슈뢰더 독일 총리. 이 회담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농업보조금 문제에 대해 일단 합의했다. (GAMMA)

사진/ 아일랜드의 참여로 유럽연합 확대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문구가 국민투표장에 걸려 있다. (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