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증거 없이 이슬람 그룹들을 맹타하며 희희낙락… 인도네시아 군부도 부활 호기 맞아
10월12일 발생한 발리 폭탄사고가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상태다. 하나 분명한 게 있다면 인도네시아 시민들 사이에 폭탄테러 사건을 미국이 지목한 아부바카르 바시르가 저질렀다고 믿는 이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시민들은 배후를 외국 정보기관, 특히 미국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비극적인 사건은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
USA에 사는 Made가 범인?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한 폭발물 파편을 감식한 결과 테러범이 C4라는 미국제 폭탄(Made in USA)을 사용했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곧장 미국이 폭탄테러 범인이라는 농담을 만들어냈다. 그럴 만한 게, 마데(Made)라는 이름은 발리에서 한국사람 ‘김씨’쯤에 해당하는 매우 흔한 이름이다 보니, ‘Made in USA’는 ‘미국에 사는 마데’가 될 수 있고.
시민들이 미국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이걸 단순히 반미감정쯤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미국은 폭탄테러가 있기 전부터 아부바카르를 오마르 알 파루크처럼 자신들 손에 넘겨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지난 9월 중앙정보국(CIA) 소식통을 인용한 <타임>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알 파루크는 아부 주바이다와 알 샤킬 알 리비라는 두 알카에다 고참 공작원으로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대만 그리고 캄보디아에 있는 미국 재산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식이다. 그리고 미국이 아부바카르를 공개 수배한 뒤, 발리 테러가 발생하기 3일 전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나이트클럽·식당·호텔·쇼핑센터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 대사관은 공관직원 철수령도 내렸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부터 시민들 사이에는 발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 미국은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날 일들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믿음이 퍼져나갔다. 판을 보고 있기라도 했듯이, 발리에서 폭탄이 터지자마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수사도 벌이지 않은 시점에서 즉각 아부바카르와 그가 이끄는 제마 이슬라미야(JI)를 배후로 명시했다. 그동안 일부 무슬림근본주의 단체들이 발리에서 뭔가 벌어지기를 꿈꾸어온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무슬림근본주의자들 눈에 발리는 이교도(힌두)나 다신교 신자들이 사는 곳으로 낙원이 아니라 각종 우상이 넘치는 불쾌한 섬으로 보였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몇년 전 발리에서 무슬림근본주의 단체가 버스에 폭발물을 장치한 사건도 있었다. “제마 이슬라미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부바카르는 자신이 제마 이슬라미야 지도자도 아닐뿐더러, 그런 단체는 미국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발리 테러와 무관함을 주장했다. 아무튼 시민들 눈에는 이번 발리 폭탄테러 사건이 지난해 9월11일의 테러사건과 흡사하게 굴러가는 ‘쌍둥이’처럼 비치고 있다. 그 배경도, 과정도, 결과도, 어디 하나 말끔하게 드러난 것 없이 미국이 외치는 주장과 의혹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보니.
“이번 발리 폭탄테러 사건이 대체 누구에게 이익을 안겨다줄 것인가” 이게 지금 시민들 사이에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당연히 누가 범인인가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물론 미국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원했던 ‘사냥감’인 아부바카르를 인도해가거나 적어도 자유롭게 심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점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도 한몫 챙길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부바카르를 공식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결국 지금 인도네시아 당국은 각종 외국 정보기관들한테 활짝 문을 열었다.
이 틈에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CIA를 비롯해 영국 스코틀랜드야드,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일본 정보국들이 마치 제집처럼 몰려들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인도네시아 이슬람 그룹들을 연일 맹타하면서 이들 정보기관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한편 현지 무슬림 그룹을 상정해볼 때, 발리 폭탄테러로 이들이 가질 이익은 전무하다는 것이 자카르타 분석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미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인도네시아를 테러 온상으로 꼽아 일부 현지 무슬림근본주의 단체들을 직접 겨냥해온 터에, 이들이 눈에 뻔히 보이는 계획된 행동으로 말려들 만큼 어리석지도 않을뿐더러 시민들에게 정당성을 얻을 수도 없다는 건 상식에 속하는 사실이었으니.
게다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가운데 가장 주목해볼 대목으로 ‘C4’란 폭탄을 꼽을 만한데, 이건 미국이 생산한 폭탄이고 특히 미군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를 공격할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따라서 매우 전문적인 폭탄인 ‘C4’를 놓고 보면 적어도 이번 발리 폭발테러는 현지인보다는 미국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들 소행이라는 게 인도네시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발리 폭탄테러 사건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인도네시아 군부라는 사실이다. 군부가 발리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가정은 이미 현실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 폭발테러 사건이 나자 곧장 “군과 경비대가 테러 용의자는 누구든 증거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페르푸(안티테러 비상법령)를 발표했다. 이제 인도네시아 군부는 인권유린 같은 비난에 신경쓸 필요도 없이 마음먹은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 시민들 사이에는 최근 상황이 1960년대 수하르토가 반대파를 처단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파괴적인 법을 이용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무슬림 단체 이어 시민단체까지도 타격
이미 일부 무슬림 단체 조직원들이 체포당했고 또 일부 근본주의 무슬림 단체는 해산당하면서 현재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매우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샤리아(무슬림법)에 충실해온 무슬림 단체들마저 의혹을 받으며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왜곡된 상황은 무슬림 단체뿐만 아니라, 민주정부 수립과 언론자유를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들을 향해서도 타격점을 맞춰가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실들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보자면, 외부적으로 미국과 결탁한 인도네시아군 내부 인물 가운데 근본주의 무슬림 단체와 손잡고 있는 이를 범인으로 꼽아볼 만하다. 그 인물이 누가 됐든 분명한 건 인도네시아와 무슬림을 배반하면서 미국과 인도네시아 군부에 이익을 안겨다줄 것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절대로 이번 범인이 드러나지도 잡히지도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발리 폭탄테러 사건은 결국 ‘11일의 공격’처럼 영구 미제사건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 믿고 있다.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사진/ (GAMMA)
시민들이 미국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이걸 단순히 반미감정쯤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미국은 폭탄테러가 있기 전부터 아부바카르를 오마르 알 파루크처럼 자신들 손에 넘겨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지난 9월 중앙정보국(CIA) 소식통을 인용한 <타임>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알 파루크는 아부 주바이다와 알 샤킬 알 리비라는 두 알카에다 고참 공작원으로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대만 그리고 캄보디아에 있는 미국 재산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식이다. 그리고 미국이 아부바카르를 공개 수배한 뒤, 발리 테러가 발생하기 3일 전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나이트클럽·식당·호텔·쇼핑센터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 대사관은 공관직원 철수령도 내렸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부터 시민들 사이에는 발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 미국은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날 일들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믿음이 퍼져나갔다. 판을 보고 있기라도 했듯이, 발리에서 폭탄이 터지자마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수사도 벌이지 않은 시점에서 즉각 아부바카르와 그가 이끄는 제마 이슬라미야(JI)를 배후로 명시했다. 그동안 일부 무슬림근본주의 단체들이 발리에서 뭔가 벌어지기를 꿈꾸어온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무슬림근본주의자들 눈에 발리는 이교도(힌두)나 다신교 신자들이 사는 곳으로 낙원이 아니라 각종 우상이 넘치는 불쾌한 섬으로 보였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몇년 전 발리에서 무슬림근본주의 단체가 버스에 폭발물을 장치한 사건도 있었다. “제마 이슬라미야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발리 폭탄테러로 무슬림 단체들이 얻을 이익은 전혀 없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미국 정보기관을 지목하고 있다. (GAMMA)

사진/ 미국이 '제마 이슬라미야의 훈련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미국이 만들어낸 가공의 단체일 수도 있다. (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