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총기살인으로 불안한 나날 보내는 워싱턴 일대 시민들… 손님 끊겨 경제적 피해도 심각
미국 워싱턴 수도권 일대 시민들은 스나이퍼(저격범)의 연쇄 총기 살인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워싱턴이 세계 정치의 중심인 까닭에, 연쇄 총기 살인에 대한 공포는 최근 일어나는 정치·경제·사회적인 사건들과 맞물려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 사용하는 정치용어로 표현하자면 현재 워싱턴 사회는 4가지 ‘풍’에 휩싸이고 있다. 하나는 최근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와 연쇄살인의 연관성을 의심케 하는 ‘테풍’이다.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과 그에 따른 백악관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주는 공포, 즉 ‘핵풍’이다. 세 번째는 위의 공포들이 오히려 부시 정부의 이라크 공격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전쟁의 공포가 커지고 있는 ‘전풍’이다. 끝으로 사회의 불안한 심리가 경제침체에 얼마만큼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공포를 가리키는 ‘경풍’이다.
정신과 상담건수도 늘어
얼마 전 메릴랜드 애나폴리스의 아모코 주유소에서 한 50대 백인 남성이 “저격범도 내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쏘지 못한다”며 자신의 차 뒤쪽 창가에 대형 장난감 장총을 부착해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고장은 우리가 지킨다”며 주민들이 방범대를 구성해 순찰하고 있다. 메릴랜드에서 ‘디스카운트 렌트카’를 운영하는 데비 불로는 “저격범이 흰색 소형 밴을 타고 다닌다는 목격자의 진술 때문에 경찰이 흰색 차량을 중점적으로 검문한다. 이 때문에 요즘 손님들이 흰색 렌터카를 빌리려 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워싱턴 지역 대부분의 학교에는 경찰들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워싱턴 지역 경찰국에서 저격회피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집 밖에서는 조준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움직여라’, ‘서 있을 때는 조준을 하지 못하도록 가장 어두운 곳에 서 있어라’, ‘기름을 넣을 때는 차 뒤에서 허리를 굽히며 낮은 자세를 취하라’ 등이다. 그리고 교회나 단체들 그리고 가족들의 집 밖 저녁모임을 삼가도록 경고하고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주유소 중 2곳이 한인들의 소유로 알려지자 워싱턴 지역 한인 상인들과 가족들은 불안과 초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저녁시간에 일하는 한인 상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경제적인 타격에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19일 버지니아주에서 열리기로 한 모 대학 워싱턴 지역 한인 동창회가 갑자기 취소됐다. 동창회장 조아무개씨는 “여성회원들이 저녁시간의 외출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지난 18일에 모인 워싱턴 지역 전문 세탁인 모임은 연쇄살인 공포로 절반 수준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종화 회장은 “평소 40여명이 모이는데 많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거듭되는 총기살인으로 인한 불안심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애넌데일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는 “아이들을 위해 인근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것도 불안하다. 울며 졸라대는 아이를 달래기가 안쓰럽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9·11 테러는 규모와 피해 면에서 최근 연쇄 총기 살인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심리적인 불안과 공포에서는 연쇄사건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버지니아 메리필드에 위치한 카이저 퍼머넌테 그룹의 정신과 의사인 서희열 박사는 “9·11 테러 때보다 최근 살인사건의 충격으로 인한 상담 건수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고, 시간적으로 혹은 지역적으로 살인이 확산되어가는 추세여서 미래에 대한 예측불허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다. 서 박사는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이 사건을 자주 언급하게 되며 침착성을 잃고 화를 쉽게 내기도 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부모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들에게도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한다. 빈민가 흑인 주민들은 태평
지난 14일 11번째 총기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 휄스처치 지역에 사는 김아무개 여인은 “주유소에 가는 것이 두렵다. 요즘은 팁을 주고 주유를 부탁하고 나는 아예 차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한인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심리전인 것 같다”고 말한다.
지속되는 공포는 워싱턴 지역 경제에 커다란 ‘경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4일 살인사건이 일어난 휄스처치 근처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박아무개씨는 “저녁시간에 손님들의 절반이 줄었다. 국민의 경제적인 타격이 심한데 범인을 못 잡는 경찰들이 한심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박윤식 교수(국제금융학)는 “9·11 테러 때보다는 경제적인 충격이 작지만 연쇄적인 총격 살인사건으로 워싱턴 일원의 경제에는 커다란 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특히 저녁시간에 영업을 하는 가게들, 골프나 수영 등 레크레이션을 장려하는 사업들은 경제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반면 다행히도 낮에 영업하는 가게들, 건물 안에서 활동하는 레크레이션 사업들은 크게 영향받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더 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서버나팍 지역에 위치한 미국인 전문 레스토랑 피키디리의 한 백인 매니저는 “저녁에도 노인 손님들이 많은데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버지니아 훼어훽스에서 관광업을 하는 박아무개씨는 “국제 여행은 크게 영향이 없는데 국내 여행, 특히 워싱턴 관광은 거의 절반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은 도시 중심 지역보다는 앞으로 사건을 예측할 수 없는 워싱턴 변두리가 더하다. 특히 최근 신도시로 발전하는 변두리나 경찰력이 부족한 산간벽지에 있는 주민들은 초조한 날을 지내우며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14일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20여마일 떨어진 라우든시에서 한인목회를 하는 김도원 목사(라우든 한인장로교회)는 “공기 맑고 평화로운 이곳에도 언제 저격범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한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신도들이 교회의 저녁모임을 갖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DC 안에서 사는 가난한 흑인 주민들 사이에는 심리적 불안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평화롭다. 윌리엄 쿠퍼는 “이렇게 경찰이 많고 교통이 복잡한데 저격범이 총을 쏘고 어떻게 달아날 수 있는냐.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총기사건의 사회적 공포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4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새 건물 이전 축제를 가진 유나이티드 풀랜닝 단체의 홍보담당 책임자인 하비 존슨은 “예상보다는 적은 500여명이 참석했지만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안의 흑인 주민들은 크게 불안해하는 것 같지 않아 행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존근은 아울러 “계속되는 살인사건의 공포보다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키면 아예 행사를 할 수 없어 빨리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저격범을 탄생시켰나
사망자의 수가 점점 늘어가고 사건의 실마리는 없자 연방수사기구인 FBI가 나섰다. 급기야 국방부까지 합동 수사에 나섰으며 최첨단 레이더와 스파이 위성까지 가동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저격범 체포에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속한 시일 내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즘 워싱턴DC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사회불안의 여파보다 저격범이나 테러리스트들은 왜 생길까 하는 극히 어린이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민주주의 혹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저들이 탄생했다면 누가 나서서 저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 구조적 모순을 개혁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상진/ 목사·워싱턴 평화나눔공동체 대표

사진/ 11번째 희생자 린다 플랭클린이 저격당한 주차장. 워싱턴 지역 주민들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GAMMA)
얼마 전 메릴랜드 애나폴리스의 아모코 주유소에서 한 50대 백인 남성이 “저격범도 내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쏘지 못한다”며 자신의 차 뒤쪽 창가에 대형 장난감 장총을 부착해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고장은 우리가 지킨다”며 주민들이 방범대를 구성해 순찰하고 있다. 메릴랜드에서 ‘디스카운트 렌트카’를 운영하는 데비 불로는 “저격범이 흰색 소형 밴을 타고 다닌다는 목격자의 진술 때문에 경찰이 흰색 차량을 중점적으로 검문한다. 이 때문에 요즘 손님들이 흰색 렌터카를 빌리려 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워싱턴 지역 대부분의 학교에는 경찰들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워싱턴 지역 경찰국에서 저격회피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집 밖에서는 조준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움직여라’, ‘서 있을 때는 조준을 하지 못하도록 가장 어두운 곳에 서 있어라’, ‘기름을 넣을 때는 차 뒤에서 허리를 굽히며 낮은 자세를 취하라’ 등이다. 그리고 교회나 단체들 그리고 가족들의 집 밖 저녁모임을 삼가도록 경고하고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주유소 중 2곳이 한인들의 소유로 알려지자 워싱턴 지역 한인 상인들과 가족들은 불안과 초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저녁시간에 일하는 한인 상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경제적인 타격에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19일 버지니아주에서 열리기로 한 모 대학 워싱턴 지역 한인 동창회가 갑자기 취소됐다. 동창회장 조아무개씨는 “여성회원들이 저녁시간의 외출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지난 18일에 모인 워싱턴 지역 전문 세탁인 모임은 연쇄살인 공포로 절반 수준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종화 회장은 “평소 40여명이 모이는데 많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거듭되는 총기살인으로 인한 불안심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애넌데일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는 “아이들을 위해 인근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것도 불안하다. 울며 졸라대는 아이를 달래기가 안쓰럽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9·11 테러는 규모와 피해 면에서 최근 연쇄 총기 살인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심리적인 불안과 공포에서는 연쇄사건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버지니아 메리필드에 위치한 카이저 퍼머넌테 그룹의 정신과 의사인 서희열 박사는 “9·11 테러 때보다 최근 살인사건의 충격으로 인한 상담 건수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고, 시간적으로 혹은 지역적으로 살인이 확산되어가는 추세여서 미래에 대한 예측불허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다. 서 박사는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이 사건을 자주 언급하게 되며 침착성을 잃고 화를 쉽게 내기도 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부모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들에게도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한다. 빈민가 흑인 주민들은 태평

사진/ 10월15일 몽고메리 경찰은 용의자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동차의 모델을 공개했다. (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