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와 연합하며 승세 굳혀가는 룰라 후보… 거대언론의 공격이 최대 변수 될 듯
“노동자당의 환상적인 승리!” 상파울루 외곽에 자리잡은 브라질 최대의 산업지구 상베르나르두 도 캄포에서 만난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노동자 타르시시오 세콜리는 10월6일 열린 선거결과를 두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우뚝 서 있는 ABC지역(상파울루 외곽의 산업도시들인 상투 안드레, 상베르나르두, 상카이타노) 금속노동조합의 조직위원장인 그는 이곳이 룰라 후보가 지난 7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이끈 역사적인 장소라고 소개하면서 “지난 74년 독재정권에 맞선 국민들의 저항이 야당돌풍으로 드러났다면 8년간의 카르도수 신자유주의 정부에 맞선 변화의 열망이 이번 선거결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평가한다.
의회와 주지사 선거도 압승
룰라 후보 선거운동본부에서 만난 언론특보 지안카를로 수마도 “라틴아메리카 좌파가 이룬 최고의 역사적인 성취”라고 자평하며 기뻐한다. 지난 10월6일 룰라 후보의 1차 투표 당선을 기대했던 청년활동가 장도 1차 투표 결과에 대한 평가는 결코 인색하지 않다. “우파가 주도하는 브라질 정치판이 좌파로 바뀌었어요!” 그는 2차 결선투표 뒤에는 상파울루 중심가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릴 것이라면서 기자를 초청한다.
10월6일, 브라질에선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 그리고 주지사 선거도 개최되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룰라 후보는 브라질의 27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브라질 자본은 물론이고 국제자본이 총집결해 있으며 룰라 후보에 대한 온갖 흉흉한 소문의 진원지 상파울루주, 브라질 유권자의 20%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서조차 룰라 후보 46.06%로 28.55%를 얻은 주제 세하 후보를 압도했다. 연방의회 상·하원 선거에서도 노동자당의 도약은 눈부시다. 연방하원에서 91석(현재 58석)을 얻어 제4당이었던 노동자당은 22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연방하원 제1당이 되었다. 반면 독재정권 시절의 여당 출신 정치거물들이 버티고 있던 제1당 자유전선당(PFL)은 72석으로 추락(현재 98석)했으며, 현 대통령 카르도수와 그의 후계자인 주제 세하 후보의 정당인 중도우파정당 브라질사회민주당(PSDB)도 73석(현재 94석)을, 브라질사회민주당과 협력하고 있는 우파정당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도 72석(현재 8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또한 다른 소규모 좌파정당들도 일제히 의석 수를 늘렸다. 연방의회 상원의 경우 노동자당은 14명(현재 8명)으로 상원에서 유일하게 의석 수를 늘리면서 11석으로 추락한 브라질민주운동당(현재 14석)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했다. 당선된 상원의원 가운데 5명은 여성의원이어서, 여성 의회진출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노동자당을 비롯한 좌파후보의 돌풍은 계속되었다. 27개 주 가운데 14개 주의 주지사는 결선투표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인데 그 가운데 8명이 노동자당의 후보들이다. 현재 노동자당은 5개 주를 장악하고 있지만 2차 투표 결과에 따라 이미 당선이 확정된 두 주를 포함해 최대 11개 주의 주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붉게 물든 브라질 정치 지도”라는 브라질 언론과 세계 언론의 호들갑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룰라 후보도 1차 투표 이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투표결과는 지금의 경제모델에 대한 명백한 거부이며 새로운 발전모델에 대한 지지”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와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안토니 가로티뉴(17.8%) 후보와 시루 고메스(11.9%) 후보에게 표를 던진 (룰라를 합쳐) 76%의 브라질 국민들이 서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연합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신자유주의 반대 명백히 밝혀
선거운동본부의 강당을 가득 메운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룰라 후보는 시장의 동요와 관련해 “시장의 신경쇠약적인 발작을 끝내기 위해 1차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브라질 민중은 신경쇠약에 걸려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바로 결선투표를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카르도수 대통령을 향해서 “나라의 대통령으로 책임감 있게 처신하길 바란다.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그의 임무이며 평화롭게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내 바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그는 만약 당선된다면 새 정부의 경제팀에 누가 합류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대답을 거부했다. 다만 “새 정부의 경제팀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닐 것이다. 새 내각에선 국가정책을 기획하는 기획부와 사회문제를 전담하는 사회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새 내각은 경제부 중심으로 짜이진 않을 것이다”라며 새 정부가 사회복지정책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룰라 후보의 정치연합선언에 가장 먼저 화답한 후보는 시루 고메스였다. 사회민중당(PPS)의 시루 고메스 후보는 “아무런 제한 없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ALCA)과 카르도수 정부가 맺은 국제통화기금과의 약속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구하긴 했지만 중도 좌파 안토니 가로티뉴 후보 또한 룰라 후보와 포옹을 하며 지지를 선언했다. 이와 같은 중도좌파 연합 전략과 더불어 우파 분열 전략도 계속 추진됐다. 결선투표에서 이미 주제 세하 후보를 지지하기로 선언한 자유전선당 소속의 정통우파 안토니오 카를로스 마갈양스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전 브라질 대통령이자 선거 캠페인 내내 사회민주당과 협력해온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 주제 사르네이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선거승리의 장애물은 없는 것일까 “선거승리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언론이다.” 브라질 노총(CUT)의 국제협력위원장인 켈트 자콥슨은 말한다. 89년 2차 투표에서 룰라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글로보 그룹이 운영하는 뉴스 프로그램은 텔레비전 토론을 각색해 황금시간대에 집중 방영한 적이 있다. 이때의 악몽을 기억하는 룰라 후보는 지금 브라질 언론에 대해 지금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룰라 선거본부의 언론 특보인 지안카를로 슘마는 “지금 브라질 언론에 실리는 말들은 룰라 후보가 직접 하는 말이 아니다”라며 언론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함구전략에 들어갔음을 확인해주었다.
10월11일 브라질 언론은 이웃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100만명이 넘는 반차베스 시위대의 사진을 일면에 넣고 “브라질은 베네수엘라가 될지 모른다”는 주제 세하 후보의 말을 모두 일면 표제로 뽑으며 룰라 후보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룰라 진영의 함구전략은 미국 의회가 부시의 대이라크 결의안을 통과시킨 시점과 일치한다. 룰라 후보는 외교정책에 대한 질문에 “우고 차베스, 카스트로와 우리들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는 것과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룰라 후보가 제2의 우고 차베스가 될 것이라고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언론특보 지안커를로 슘마는 “룰라 후보의 선거운동은 거리에서 직접 민중들과 접촉하는 시위를 통해 승리를 결정짓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언론과의 접촉을 꺼릴 것임을 시사했다.
언론의 공격에 맞서 함구전략
10월27일 결선투표일은 룰라 후보가 원하는 것처럼 전반전의 승리를 이어갈 후반전이 될 것인가 아니면 주제 세하 후보의 욕심처럼 새로운 경기가 될 것인가 룰라 후보의 생일인 그날, 브라질 민중은 실업자로서, 노동자로서의 희비애환을 겪은 민주화 투사이며 신자유주의에 맞선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그에게 브라질을 변화시킬 기회를 선물로 안겨줄 것인가 그리하여 그날 밤 상파울루의 중심가엔 때이른 대규모 삼바축제가 열릴 것인가 남반구에 자리잡은 브라질의 뜨거운 봄날, 1억1500만 유권자들은 지금 그 대답을 준비하고 있다.
상파울루=글·사진 박정훈 전문위원 jhpark2001@hotmail.com

사진/ 룰라 후보가 선거 유세 중 아내의 손을 잡고 군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노동자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AP연합)

사진/ 상파울루 거리에 걸려 있는 선거 포스터. 1차 투표에서 룰라 후보는 27개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승리했다. (AP연합)
10월6일, 브라질에선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 그리고 주지사 선거도 개최되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룰라 후보는 브라질의 27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브라질 자본은 물론이고 국제자본이 총집결해 있으며 룰라 후보에 대한 온갖 흉흉한 소문의 진원지 상파울루주, 브라질 유권자의 20%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서조차 룰라 후보 46.06%로 28.55%를 얻은 주제 세하 후보를 압도했다. 연방의회 상·하원 선거에서도 노동자당의 도약은 눈부시다. 연방하원에서 91석(현재 58석)을 얻어 제4당이었던 노동자당은 22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연방하원 제1당이 되었다. 반면 독재정권 시절의 여당 출신 정치거물들이 버티고 있던 제1당 자유전선당(PFL)은 72석으로 추락(현재 98석)했으며, 현 대통령 카르도수와 그의 후계자인 주제 세하 후보의 정당인 중도우파정당 브라질사회민주당(PSDB)도 73석(현재 94석)을, 브라질사회민주당과 협력하고 있는 우파정당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도 72석(현재 8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또한 다른 소규모 좌파정당들도 일제히 의석 수를 늘렸다. 연방의회 상원의 경우 노동자당은 14명(현재 8명)으로 상원에서 유일하게 의석 수를 늘리면서 11석으로 추락한 브라질민주운동당(현재 14석)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했다. 당선된 상원의원 가운데 5명은 여성의원이어서, 여성 의회진출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노동자당을 비롯한 좌파후보의 돌풍은 계속되었다. 27개 주 가운데 14개 주의 주지사는 결선투표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인데 그 가운데 8명이 노동자당의 후보들이다. 현재 노동자당은 5개 주를 장악하고 있지만 2차 투표 결과에 따라 이미 당선이 확정된 두 주를 포함해 최대 11개 주의 주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붉게 물든 브라질 정치 지도”라는 브라질 언론과 세계 언론의 호들갑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룰라 후보도 1차 투표 이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투표결과는 지금의 경제모델에 대한 명백한 거부이며 새로운 발전모델에 대한 지지”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와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안토니 가로티뉴(17.8%) 후보와 시루 고메스(11.9%) 후보에게 표를 던진 (룰라를 합쳐) 76%의 브라질 국민들이 서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연합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신자유주의 반대 명백히 밝혀

사진/ "브라질 정치판이 좌파로 바뀌었어요!" 지난 10월12일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의원 당선자들과 모임을 갖고 있는 룰라 후보(맨 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