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선을 준비하는 필리핀의 진보정당들… 정당명부제 도입으로 7명의 의원 진출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마음이 바빠졌다. 지난해 1월20일 부패 혐의로 쫓겨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후임으로 당시 부통령인 아로요가 권력을 승계했을 때만 해도 그의 인기는 절정에 있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빈곤문제에 이렇다 할 해결책을 세우지 못하자 집권 1년 반 만에 그의 인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2004년 5월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1년 반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그의 운명이 달려 있다.
아키노 정부 이후 다양한 분화
아로요 주변에는 이미 대선 경쟁에 들어선 예비후보들이 즐비하다. 그의 추락하는 인기와 반비례하여 급부상하는 대통령 후보들 중에는 두명의 페르난도가 있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과 절친한 영화배우로 대중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페르난도, 그리고 환경미화를 이유로 노점상 철거와 빈민지역 강제철거를 도맡은 메트로 마닐라 개발청의 불도저 페르난도다.
불도저 페르난도는 최근 메트로 마닐라개발청장이 된 뒤 수도권 일대의 모든 개발을 막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페르난도는 대중의 인기는 가장 높으나 정작 본인은 출마 여부에 대해 애매모호한 말로 답을 회피하고 있다. 또 다른 에스트라다의 오른팔이면서 다양한 범죄 혐의를 안고 있는 락손 역시 대통령 예비후보 진영에서 나름대로 자신을 갈고 닦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독립파라 불릴 수 있는 라울 로코(Raul Roco)가 있다. 그는 교육·문화·체육부 장관 출신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개혁적 성향이 있다고 하여 시민단체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진보정당은 크게 둘로 나뉘어 각개약진하고 있다. 1998년부터 실시된 정당 명부제를 통해 원내에 진출한 군소정당이 아직은 대통령 선거에 독자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과거 재야에 깊숙이 관여했던 현 필리핀공립대학교 총장이 대중의 상징적인 존재로 있다. 최근에 아로요는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화제의 현장에 출현하고 있다. 주요 마약범죄자, 납치범인을 검거한 현장에서 범인들을 배경으로 언론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월간지 특집에 검은 옷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주요 참모진들과 할리우드 영화 <맨인블랙>의 포즈를 취해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기자협회 관훈토론회에서는 아직도 성생활을 하느냐는 짓궂은 여기자의 질문에 “충분히” 한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그러나 남편 마이크 아로요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함께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거대정당, 인기 후보들에 비해 진보정당의 길은 멀고 험하다. 1930년대 비합법적인 형태로 필리핀 땅에 뿌리를 내린 필리핀 공산당(CPP)은 마르코스 독재정권 시절에는 지식인들과 양심적 재야와 연대하기 위해 전국민주전선(NDF)과 바얀(BAYAYN·민족)을 조직하고 한편으로는 무장투쟁을 이끄는 신인민군(NPA)을 통해 크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아키노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동유럽의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90년대 초반 거듭된 논쟁 끝에 몇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좌파적 입장을 견지하는 민중운동 연합체인 바얀과 그 정당조직으로 바얀므나고, 또 하나는 무장투쟁의 깃발을 내리고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는 대중단체인 산라카스와 정당조직 시민행동당(AKBAYAN)이다. 또한 아키노 정부 이후 급격히 성장한 시민사회운동이 1991년에 시민사회발전연대(CODE-NGO)를 만들어 필리핀 시민사회 운동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아키노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매번 대통령 선거 전후로 재야 세력이 다양한 정당으로 흡수되어왔다.
아시아 진보정당 네트워크를 꿈꾼다
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필리핀, 그 중 7600만 필리핀인들이 사는 1천여개 섬에서 행해지는 총선거에서의 금권정치와 선거부정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전국에서 다수득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상원의원 선거는 하원의원, 지방의회 의원들과 다양한 형태로 합종연횡을 해서 당선된다. 수십년간 진보정당이 설 수 없는 정치구조를 유지하다 유럽식의 소수정당만을 위한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서 실시한 것이 1998년이다. 소수정당한테만 일정한 비율과 득표 수(30만표 이상)에 따라 하원의 최대 3석을 줄 수 있다.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좌파정당 바얀므나는 100만표 이상을 얻어 3석을 차지했고, 개혁정당을 표방하는 시민행동당은 1석을 차지했다. 5개 군소 정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모두 7석이다.
현재 215석의 하원의원 중 극히 미미한 수라고는 하지만 개혁적인 정당이 그나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 정당명부제다. 이제 막 뿌리 내리는 시작하는 진보정당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겉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했다. 전국 규모 개혁정당인 시민행동당의 본부 사무실에는 12명의 상근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지역 사무실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선거 때마다 대신 뛰어주고, 해외로부터는 절대 지원을 받지 않는 원칙 때문에 한달 회비 1천원과 회원단체들의 지원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갖은 이슈에 대해 언론매체를 통해 순발력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달하여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5월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이들의 또 다른 계획은 “아시아 진보정당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진보정당의 꿈을 함께 꾸자”는 것이다.
마닐라=글·사진 나효우 전문위원 nahyowoo@hotmail.com

사진/ 필리핀 자치단체장 선거 개표 장면. 진보정당들은 정당명부제도입 이후 7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불도저 페르난도는 최근 메트로 마닐라개발청장이 된 뒤 수도권 일대의 모든 개발을 막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페르난도는 대중의 인기는 가장 높으나 정작 본인은 출마 여부에 대해 애매모호한 말로 답을 회피하고 있다. 또 다른 에스트라다의 오른팔이면서 다양한 범죄 혐의를 안고 있는 락손 역시 대통령 예비후보 진영에서 나름대로 자신을 갈고 닦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독립파라 불릴 수 있는 라울 로코(Raul Roco)가 있다. 그는 교육·문화·체육부 장관 출신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개혁적 성향이 있다고 하여 시민단체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진보정당은 크게 둘로 나뉘어 각개약진하고 있다. 1998년부터 실시된 정당 명부제를 통해 원내에 진출한 군소정당이 아직은 대통령 선거에 독자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과거 재야에 깊숙이 관여했던 현 필리핀공립대학교 총장이 대중의 상징적인 존재로 있다. 최근에 아로요는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화제의 현장에 출현하고 있다. 주요 마약범죄자, 납치범인을 검거한 현장에서 범인들을 배경으로 언론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월간지 특집에 검은 옷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주요 참모진들과 할리우드 영화 <맨인블랙>의 포즈를 취해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기자협회 관훈토론회에서는 아직도 성생활을 하느냐는 짓궂은 여기자의 질문에 “충분히” 한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그러나 남편 마이크 아로요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함께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진/ 국회의사당에 들어가는 아로요 대통령(가운데). 그의 지지도는 최근 급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