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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미친 트럭 운전사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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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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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평화를 논의하는 세계교회협의회 심포지엄… 교회의 실천적 역할 강조

사진/ 지난 9월23일부터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주최 심포지엄 '세계화된 세상에서 테러리즘'. 아시아 국가 교회 지도자들의 화두는 평화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아시아에서는 평화문제가 화두이다. 9·11 참사 1주년을 전후해 열린 각종 아시아 국제모임에서는 전쟁 때문에 줄초상을 치러야 하는 자신들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굵직한 평화 관련 회의가 두 차례 열렸다. 지난 8월28일부터 9월1일까지 아시아태평양평화회의(APA)의 창립총회가 열렸고, 지난 9월23일부터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주최로 ‘세계화된 세상에서 테러리즘’이라는 평화 심포지엄이 있었다. 세계 교회 지도자 130여명이 참가한 세계교회협의회 심포지엄은 전쟁 공포에 휩싸인 아시아에서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에 교회가 힘을 실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회의가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교회 지도자들과 미국, 캐나다의 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평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과 연대를 결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악의 축 국가 종교인들 한자리에

미국 교회를 대표해 참석한 빅터 슈 박사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기독교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를 자극하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말한다. 또한 미국은 항상 선이며 이에 도전하는 악의 세력에 대한 응징은 정당하고, 세계에 미국의 성조기가 나부껴야 평화가 이룩된다는 광신적 신앙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한다. 이 자리에는 개신교 교회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가톨릭과 무슬림 지도자들과 일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여해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피해 사례와 미군 주둔기지에서 일고 있는 인권 유린 사례도 소개되었다.


한 필리핀 사회단체 참석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고백하건대 마르코스 독재정권 때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거나 자신의 친구들이 살해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저항의 무기로 총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교회의 목사는 교회 신도들을 버스를 태워 배웅했는데 거리에서 정부군의 폭탄 테러로 숨진 일, 정부군이 친구들 몇몇을 나무에 묶어놓은 채 자신들을 곧 불고기 파티 재료로 하겠다고 위협한 일 등을 예로 들며 오늘의 극악한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원수를 사랑할 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하지만 그럴 만한 힘을 앗아가는 폭력 앞에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니카라과에서 오랫동안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한 남성 참석자는 오늘날 세계 분쟁 대부분은 인종차별과 종교근본주의, 그리고 남성중심의 힘의 정치가 부익부 빈익빈을 낳는 세계화와 합쳐진 결과라고 지적하며 여성성의 정치와 평화적 이념이 세계평화를 향한 유일한 해결방안이라고 역설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번 모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쟁이 곧 석유전쟁이라 할 정도로 경제적인 이해가 맞물려 있음을 교회가 자각하고, 세계화 문제에 대한 교회 안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자는 이야기로 모아졌다.

한국 교회는 뭐라 답할 것인가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포화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한반도 분쟁문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석자들 중 일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며 97년 대통령 선거 이후 통일외교정책의 변화에 관심을 표했다.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로 히틀러 독재에 저항하다가 죽은 본회퍼가 말한 신앙고백은 다시 오늘의 현실에서 교회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친 트럭 운전사가 인도로 차를 몰고 가면서 수많은 생명을 죽일 때 교회는 그들의 장례식을 치르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트럭 운전사를 당장 끌어내어 더 이상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에서 구할 것인가.” 본회퍼의 질문에 한국 교회는 뭐라 답할 것인가.

마닐라=글·사진 나효우 전문위원 nahyow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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