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겨냥 7대 불량현상 청소 나선 베이징… 임시처방인 단속만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200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베이징시가 기울이는 노력은 필사적이다. 수십 군데에 올림픽 공원이 들어서고, 대로변에는 잔디와 화단이 곱게 단장되어 있고, 이미 베이징을 원형으로 둘러싸는 도로가 5환까지 완성된 단계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 당국의 노력에 먹칠을 하는 ‘불량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당국자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가로수 밑에서 잠자는 일용 노동자들, 거리의 잡상인들, 새로 단장한 담벽과 버스 표지판에 붙어 있는 각종 광고딱지들, 지하철역 주변의 호객행위, 교통질서 문란, 길거리 세차, 지저분한 환경 등이 정부가 일컫는 불량현상이다.
하루 만에 갑자기 깨끗해진 거리
급기야 공안당국은 지난 8월 말, 공공생활에서의 비문명활동, 불법영업활동 등 베이징에서 몰아내야 할 ‘7대 불량현상’을 지정해 8개 구와 만리장성 등 유명 관광지를 대상으로 9, 10월 두달 동안 집중 단속한다고 선포했다. 언론에선 이 같은 조처를 ‘인민전쟁’이라고 부른다. 오는 11월 제16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을 국제 문명도시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시는 9월 한달을 1단계 청소기간으로 잡고, 각급 학교·기업·관공서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 불량 퇴치작업에 나설 것을 지시했고, 9월25일부터 베이징 공안국에서 직접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정말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9월26일 아침 출근길은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거리의 모습이었다. 베이징 동쪽 난후중위엔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늘 버스가 정차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대낮에도 인력거꾼의 호객소리와 먼지가 뒤범벅이 되어 번잡스럽다. 그런데 이날 아침 이곳에서 한대의 인력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차·인력거·택시·자동차·버스가 동시에 달리던 평상시 도로와는 달리 인력거가 빠진 21세기형 도로의 모습이었다. 19세기식 이동수단이 불량으로 낙인찍혀 추방된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추방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택시를 타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고, 버스 노선이 없으면 시민들은 인력거를 자주 이용한다. 한번 타는 데 인민폐 2∼5위안(약 300∼600원) 정도다. 인력거꾼들은 대개 농촌에서 올라온 외지 출신들이다. 해마다 한두 차례 공안국의 단속이 있을 때마다 인력거는 거리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다. 이번에도 인력거꾼들이 잠시 공안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몸을 피한 것이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평소 베이징의 벽이란 벽은 온통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무슨 암호를 연상시키는 숫자들도 빽빽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숫자들은 중고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사고 파는 중개인 연락처거나 직업소개소, 진료소, 인쇄소 등의 연락처다. 모두가 불법광고다. 또 버스정류장 안내판이나 신문판매대, 전봇대도 광고판이다. 성병치료, 치질치료, 이삿짐센터, 다이어트 약 광고, 온수기 수리, 외국어학원, 월 수입 1만위안 보장 등 각종 광고들이 무성하다. 지난 9월24일 베이징시위원회와 공안국이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이 같은 불법광고물 473만장을 압수해 284개의 불법광고물 제조업체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집중단속의 위력은 눈에 띄게 나타났다. 거리의 무성한 광고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환경미화원들이 열심히 광고물을 뜯어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담벼락에는 흰색 페인트칠이 숫자들을 가리고 있었다. 지하철 환승역인 시즈먼역 주변은 베이징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시즈먼역 주변에선 “가짜 증 필요하세요?”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기차표·신분증·학생증·영업허가증·졸업장·성적표까지 주문만 하면 금세 정본과 부본을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다. 빠르면 1시간부터 늦어도 3∼4일이면 원하는 증명서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민대학 주변에는 아예 벽에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준다는 광고가 버젓이 붙어 있다. 88올림픽 전 서울의 풍경과 비슷
중국인들 사이에선 “부인과 자식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가짜다”는 말이 농담처럼 오간다. 실제 모든 상품들이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은 건 사실이다. 위조지폐가 너무 많아 은행이나 상점 어디서든 위조지폐 판독기를 설치할 정도니 말이다. 저자가 저작권 계약을 맺기도 전에 출판물이 시장에 나오고,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복제판이 거래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가짜가 풍류하는 분위기에 맞춰 가짜 산업이 함께 성장한다. 불법복제 CD에 적합한 비디오CD(VCD)가 제작되고, 불법서적을 파는 서점들이 생겨나고,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주는 가내공장이 성황을 누린다.
중국 정부는 ‘가짜 천국’이란 오명을 벗으려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공안국은 9월24일까지 불법서적 230만권, 불법음반 55만장을 압수하고, 불법약품 제조처 24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가짜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개봉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보단 불법CD를 사서 보고, 불법음반을 사서 듣는 게 일상화한 현실에서 가짜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수요가 있는 한 가짜가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베이징에선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한다. 베이징에 호적이 없는 지방 출신들은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도시에 온 농민들은 늘 공안원들의 감시를 피해다녀야만 한다. 적발되는 날이면 곧장 고향으로 추방되기 때문이다. 이들 외지인들은 대부분 거리에서 농산물이나 잡동사니를 파는 잡상인 생활을 한다. 이번 인민전쟁에서 잡상인 역시 집중 청소대상이다.
한국의 빈대떡과 비슷한 빙, 채소와 고기를 섞어서 볶는 차오차이는 공사장 인부나 일용직 노동자, 샐러리맨들의 아침과 점심 식사였다. 이젠 이런 음식을 파는 사람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삼륜차에 책이나 잡지, 불법음반을 싣고 다니며 거리에서 노점을 벌인 사람은 물론 리어카에 과일을 담아 끌고 다니며 파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잡상인들의 상품에 ‘비위생’과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도시 미화에 거슬리니 청소를 해야겠다는 것이 더 정직한 이유다.
이번 단속은 한국의 80년대 서울 거리와 비슷한 모양새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거리의 부랑자나 거지들이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올림픽을 앞둔 서울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런 단속은 베이징의 연례행사라는 점이다. 해마다 국경절 즈음 잡상인과 외지인들은 공안국의 단속대상이 된다. 명목은 불법을 퇴치하겠다는 것이지만 ‘벌금 몇푼’이면 고향행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언제 단속을 했느냐는 듯이 국경절이 지나고 나면 거리는 다시 잡상인들의 생존 공간이 된다. 이번에도 역시 단속 규모는 크지만 공안원들의 ‘용돈 벌기 작전’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이 팽배하다.
공안원들의 용돈 벌기 작전?
왕복 4차선 도로 중간에 쳐놓은 난간을 훌쩍 뛰어넘거나 횡단보도가 옆에 있는데도 도로를 가로질러가는 사람들. 베이징에선 자동차·자전거·삼륜차·사람들이 마구 뒤섞여 도로가 뒤죽박죽되는 광경을 날마다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버젓이 빨간 불이 켜졌는데도 멈출 생각 없이 질주한다. 그래서 베이징에는 “신호를 지키려다 오히려 생명을 잃는다”는 말이 통한다. 베이징시가 이번 ‘7대 불량현상’ 단속에 가장 애먹는 것이 바로 무질서한 교통의식 문제다. 입체교차교나 다리, 건물 옥상 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교통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또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거리에 나와 질서를 잡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무단횡단을 하는 행인들까지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질서에 대한 무감각이 생활화된 이들에게 어떻게 질서의식을 깨우칠지가 숙제다.
베이징시가 선정한 7대 불량현상을 시민들은 고질병이라고 부른다. 고질병은 이미 만성화되어 고치기 힘든 병이다. 그렇다면 먼저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임시처방인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베이징=글·사진 황훈영 전문위원 kkccjjhh@hanmail.net

사진/ 올해 국경절을 앞두고 도로를 화단으로 장식한 대로변. 베이징 거리가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
정말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9월26일 아침 출근길은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거리의 모습이었다. 베이징 동쪽 난후중위엔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늘 버스가 정차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대낮에도 인력거꾼의 호객소리와 먼지가 뒤범벅이 되어 번잡스럽다. 그런데 이날 아침 이곳에서 한대의 인력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차·인력거·택시·자동차·버스가 동시에 달리던 평상시 도로와는 달리 인력거가 빠진 21세기형 도로의 모습이었다. 19세기식 이동수단이 불량으로 낙인찍혀 추방된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추방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택시를 타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고, 버스 노선이 없으면 시민들은 인력거를 자주 이용한다. 한번 타는 데 인민폐 2∼5위안(약 300∼600원) 정도다. 인력거꾼들은 대개 농촌에서 올라온 외지 출신들이다. 해마다 한두 차례 공안국의 단속이 있을 때마다 인력거는 거리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다. 이번에도 인력거꾼들이 잠시 공안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몸을 피한 것이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평소 베이징의 벽이란 벽은 온통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무슨 암호를 연상시키는 숫자들도 빽빽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숫자들은 중고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사고 파는 중개인 연락처거나 직업소개소, 진료소, 인쇄소 등의 연락처다. 모두가 불법광고다. 또 버스정류장 안내판이나 신문판매대, 전봇대도 광고판이다. 성병치료, 치질치료, 이삿짐센터, 다이어트 약 광고, 온수기 수리, 외국어학원, 월 수입 1만위안 보장 등 각종 광고들이 무성하다. 지난 9월24일 베이징시위원회와 공안국이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이 같은 불법광고물 473만장을 압수해 284개의 불법광고물 제조업체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집중단속의 위력은 눈에 띄게 나타났다. 거리의 무성한 광고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환경미화원들이 열심히 광고물을 뜯어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담벼락에는 흰색 페인트칠이 숫자들을 가리고 있었다. 지하철 환승역인 시즈먼역 주변은 베이징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시즈먼역 주변에선 “가짜 증 필요하세요?”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기차표·신분증·학생증·영업허가증·졸업장·성적표까지 주문만 하면 금세 정본과 부본을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다. 빠르면 1시간부터 늦어도 3∼4일이면 원하는 증명서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민대학 주변에는 아예 벽에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준다는 광고가 버젓이 붙어 있다. 88올림픽 전 서울의 풍경과 비슷

사진/ 개끗한 환경 만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베이징시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청소부들이 많이 눈에 띈다.

사진/ 이삿짐센터, 성병 치료, 약 판매 등 각종 불법광고가 벽면을 뒤덮고 있다. 베이징 청소작업 이후 이런 광고는 흔적만 볼 수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