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나눠먹는 중국 전통 음식 웨빙… 과다 포장과 불량식품 때문에 외면받아
중추절에 중국인들은 웨빙(月餠)을 먹으며 온 가족이 모여 화목을 도모한다. 속에 갖가지 고물을 넣어 만든 손바닥 크기의 둥근 빵인 웨빙은 보름달을 상징한다. 그러나 추석에 웨빙 먹는 풍습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최근 몇년 전부터 선물용으로만 인식돼가고 있는 웨빙이 올해는 더욱 중국인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수천년의 풍속이 하루 아침에 외면당하게 된 데는 가짜에 대한 분노가 한몫했다. 지난해 난징에서 한 제조업자가 해묵은 속으로 웨빙을 만들어 팔아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은 중국인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륙을 흔들어놓았다. 이 웨빙을 먹은 사람이 탈이 난 것은 물론, 선물 준 사람의 정성에까지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웨빙은 중국인들이 중추절에 빠뜨리지 않는 선물 중 하나다.
불량 웨빙, 대륙을 흔들다
특히 음식에 장난을 쳤다는 것에 대해 중국인들은 더 분노한다. 2년 전 베이징 근교에서 백미를 더욱 하얗게 보여 상품가치를 높이려고 쌀에 표백제를 써서 판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각 언론사와 공안국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시민들이 분노했고, 미곡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에게 중추절은 특별한 명절로 인식되진 않지만, 그래도 명절 때 먹을거리만은 늘 풍족하게 마련한다. 인사말이 ‘츨러마’(喫了口+馬(합성해 주세요)·식사하셨습니까)로 시작될 정도로 먹는 것에 대한 특별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번 중추절에는 츨러마라는 인사말이 ‘먹을 것을 주의하세요’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손수 만든 웨빙이 시장에 나와 지인이나 친구에게 정을 전하는 선물로 팔려나갔다. 그러나 지금 웨빙은 식품에서 완전히 소외당하고 있다. 먹을거리의 주요 기능은 사라지고, 오직 선물로만 기능할 뿐이다. 그것도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공금으로 소비할 때만 팔려나간다. 게다가 올해는 기업들도 웨빙을 직접 주지 않고 웨빙을 살 수 있는 웨빙표나 상품권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추세다. 이런 웨빙표가 벌써 시장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사고파는 암표상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웨빙표를 선물로 받은 사람도 실제 웨빙을 사서 먹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중추절에 웨빙 소외현상을 예측한 기업들은 예년보다 20여일이나 앞선 8월 초부터 웨빙을 시장에 내놓고 판매전쟁을 벌이고 있다. 오색찬란한 포장과 다양한 선물 꾸러미를 엮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매년 웨빙 판매액이 거의 100억위안에 달하는데, 그 중 포장비가 웨빙 생산액의 최고 30%를 차지한다. 게다가 포장 안에 든 찻잎, 고급술, 도자기 등 선물 꾸러미가 웨빙 가격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마다 웨빙 제조업체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합격 판정과 상품 허가증을 받고 난 뒤 웨빙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제조업체 속임수는 기네스감
명절을 앞두고 웨빙 판매대를 둘러보는 이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화려한 포장으로 눈길을 끌어도 그 화려함 뒤에 속임수가 있다는 사실을 중국 소비자들은 무섭게 알아차린다. <인민일보>의 지방판 <화남신문>은 “그들의 속임수가 이미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고 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사람들을 속임수의 세계로 끌어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웨빙 제조업체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웨빙을 산 사람도 먹지 않고, 먹을 사람은 사지도 않는다.” 지금 웨빙 판매대 주변에서는 이런 말만 무성히 번지고 있을 뿐이다.
이미 식품으로서의 신용을 잃어버린 웨빙은 오직 공금으로 사서 선물하는 체면용으로 전락해버렸다. 올해 대학입시 문과에서 논술 주제로 제시될 정도로 신용은 지금 중국 사회의 화두다. 혹자는 웨빙 제조업체가 이번 기회를 신용을 세워가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베이징=황훈영 전문위원 kkccjjhh@hanmail.net

사진/ 추석날 온 가족이 화목을 도모하며 먹는 웨빙. 제조업체들의 광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외면을 받는다. (황훈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