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대비하는 중동국가들의 표정… 겉으로는 전쟁 반대하면서 들끓는 반미 민심 억눌러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이요?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미국의 야만행위 아닙니까?” “정의는 무슨 얼어죽을…. 악의 화신 미국이 우리의 석유를 장악하려는 야욕이 분출한 것 뿐입니다.” 다가온 전쟁, 아랍 민심은 서서히 들끓고 있다.
쿠웨이트에서도 라덴 영웅시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 9월12일 부시는 유엔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선전포고와도 같은 경고메시지를 띄웠다. 부시 행정부의 대이라크 전쟁을 위한 수순밟기는 막바지에 이른 인상이다. 그러나 9·11 1주년을 맞은 부시의 선전포고(?)를 들었음에도 아랍 민심은 공포나 불안감보다는 매우 단순하고 평범한 분노뿐이다. TV와 언론 매체에서 9·11을 다뤘지만 “아, 그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먼 옛날의 이야기로 치부했다. 한국 언론의 논조보다 밋밋한 9·11 특집들이 쏟아져나올 뿐이다. 이라크 언론만이 9·11을 미국에 대한 알라의 응징이나 미국의 자작극으로 주장했다. 여타 아랍 언론들도 9·11 특집을 다뤘지만 외신 인용 등의 사실 보도 위주였다.
아랍 거리에서 만나는 민심은 반전과 반미 일변도다. 그 누구도 이라크 전쟁이 터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랍권 민심과 정치권은 대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면에서 일치하고 있다. 아랍 정부들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뿐 더 이상 민심이 조직화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일부 운동가들 주변에 맴돌던 반미 목소리가 중산층과 사회 지도층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아랍 정부들은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반미의식의 확산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의 전쟁 기지 역할을 부여받을 카타르나 쿠웨이트도 별다르지 않다. 미국은 쿠웨이트의 도하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군사기지를 쓰고 있고, 이 기지들이 대이라크 공격의 전진기지로 사용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재미있는 대목은 쿠웨이트 안에도 오사마 빈 라덴을 영웅으로 받드는 분위기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점이다. 10일치 쿠웨이트 신문 <알라이 알암>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그를 영웅으로 인정하고 있다. 친오사마 빈 라덴, 친알카에다 성향이 높은 사우디 정부가 이제 미국의 또 다른 적이 되어버린 지 오래. 이런 상황에 변화하는 쿠웨이트 민심은 아랍 민심의 향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구호나 성토조차 모아지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9·11에 즈음한 시점에 반이스라엘 시위는 있었지만, 반미 목소리는 거리를 메우지 않았다. 힘없는 팔레스타인인들만이 강력한 목소리로 미국을 성토하고,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지지하고 있었다. 9·11 맞아 이라크 빠져나가는 차량들 말은 반미지만 몸은 친미인가? 아랍 민심의 동향을 접하며 느낀 것은 공허한 말들만 무성하다는 것이다. 이미 아랍민족주의니 하는 이념들은 실리와 개인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에 쓸려내려간 듯하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현실이다.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미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만한 의지나 힘이 있는 아랍 국가들은 없어보인다. 인티파다 초기에도 그랬고, 대아프간 전쟁이 터졌을 때도 아랍 민심은 들끓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아프간은 혼자였고, 지금도 유혈충돌을 거듭하는 팔레스타인인들도 혼자일 뿐이다. 그런 와중에 다시금 아랍 민심은 웅성거리고 있다. 또 다른 전쟁 ‘이라크편’은 새로운 볼거리와 가십거리 정도가 될 것이 뻔한데도…. 한 가지 변화가 포착됐다. 9월11일 요르단과 이라크 국경지역에 평소와 비교가 안 되는 인파와 차량들이 줄을 지었다. 그 중에는 이라크를 빠져나가는 아랍인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이라크 국경지역의 변화는 미국의 공격이 9·11 1주년을 즈음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다. 암만=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사진/ 전쟁임박설이 퍼져가지만 바그다드로 돌아가는 이라크인들은 무심하게만 보인다. (김동문)
아랍 거리에서 만나는 민심은 반전과 반미 일변도다. 그 누구도 이라크 전쟁이 터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랍권 민심과 정치권은 대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면에서 일치하고 있다. 아랍 정부들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뿐 더 이상 민심이 조직화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일부 운동가들 주변에 맴돌던 반미 목소리가 중산층과 사회 지도층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아랍 정부들은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반미의식의 확산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의 전쟁 기지 역할을 부여받을 카타르나 쿠웨이트도 별다르지 않다. 미국은 쿠웨이트의 도하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군사기지를 쓰고 있고, 이 기지들이 대이라크 공격의 전진기지로 사용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재미있는 대목은 쿠웨이트 안에도 오사마 빈 라덴을 영웅으로 받드는 분위기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점이다. 10일치 쿠웨이트 신문 <알라이 알암>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그를 영웅으로 인정하고 있다. 친오사마 빈 라덴, 친알카에다 성향이 높은 사우디 정부가 이제 미국의 또 다른 적이 되어버린 지 오래. 이런 상황에 변화하는 쿠웨이트 민심은 아랍 민심의 향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구호나 성토조차 모아지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9·11에 즈음한 시점에 반이스라엘 시위는 있었지만, 반미 목소리는 거리를 메우지 않았다. 힘없는 팔레스타인인들만이 강력한 목소리로 미국을 성토하고,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지지하고 있었다. 9·11 맞아 이라크 빠져나가는 차량들 말은 반미지만 몸은 친미인가? 아랍 민심의 동향을 접하며 느낀 것은 공허한 말들만 무성하다는 것이다. 이미 아랍민족주의니 하는 이념들은 실리와 개인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에 쓸려내려간 듯하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현실이다.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미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만한 의지나 힘이 있는 아랍 국가들은 없어보인다. 인티파다 초기에도 그랬고, 대아프간 전쟁이 터졌을 때도 아랍 민심은 들끓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아프간은 혼자였고, 지금도 유혈충돌을 거듭하는 팔레스타인인들도 혼자일 뿐이다. 그런 와중에 다시금 아랍 민심은 웅성거리고 있다. 또 다른 전쟁 ‘이라크편’은 새로운 볼거리와 가십거리 정도가 될 것이 뻔한데도…. 한 가지 변화가 포착됐다. 9월11일 요르단과 이라크 국경지역에 평소와 비교가 안 되는 인파와 차량들이 줄을 지었다. 그 중에는 이라크를 빠져나가는 아랍인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이라크 국경지역의 변화는 미국의 공격이 9·11 1주년을 즈음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다. 암만=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